지난 5월 25일... 비닐하우스의 농기구 걸이 주머니를 들여다 보다
어느샌가 지어진 새둥지 안에 새알 7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걸 발견한다.
정원에 나무가지나 처마밑에 집을 짓는 경우는 있으나 비닐하우스 안에 집 짓는건 처음이다.
비닐하우스 위를 보니 보수해 놓은 찢어진 비닐의 한 쪽이 펄럭인다.
용케도 틈새를 찾아 들어왔다.
일주일쯤 지나니 부화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7마리의 곤줄박이 새끼들이 모두 태어난다.
'줄탁동시'라 했던가....
동물적인 감응에 의해 새끼가 안에서 쪼고, 어미가 밖에서 쪼아주어 태어난 새 생명들....
어미 곤줄박이는 벌레를 물어 나르느라 바쁘다.
오늘(6월 3일)은 그 곤줄박이 7형제의 응원속에 올해 첫 장거리 산행을 한다.
집에서 출발하여 곧은재를 넘어 관음사에서 제일참숯, 치악산 국립공원 사무소, 태종대 (둘레길1,2,3코스)를 거쳐
다시 집으로 오는 42km의 길......
부곡탐방안내소 주차장이 새로이 부지를 확보하여 이제 40여대의 주차가 가능하게 되었다.
휴일이면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차선없는 도로 양 옆에 까지 주차해야 하는 불편함이 해소된듯 하다.
곧은재를 넘어 관음사에 도착하니 둘레길 시그널과 표지판이 안보인다.
관음사 경내는 물론 1.5km 정도의 등로에 모든 시그널이 사라진 것이 코스가 바뀌었나보다.
하긴 경전을 암송하는스님들의 목탁소리를 들으며 경내를 지나 다니는 것이 조금은 불편했었다.
새로이 변경된 등로와 합류되는 지점을 이르느니 안내판이 있다.
코스가 조금은 단축되고 용이해진듯 하다.
한얼광장을 지나고...
원주만해도 기온차가 많이 나는듯 이곳은 벌써 옥수수가 팔뚝만큼 자랐다.
때이른 더위 때문인지... 아님 내가 복장을 잘못 선택한건지....
그도 아니면 내 몸 컨디션이 안좋은 것인지...
오늘따라 이 길이 무척 힘들다.
배낭에 묶어 놓은 땀수건이 언제 없어진지도 모르겠고 (쓰레기 무단 투기 했습니다...ㅠ)
흐르는 땀은 소매로 닦아내고 (추한 모습입니다...ㅠ), 따끔거림에 연신 깜박이는 눈에 허수아비가 다가선다.
허수아비....
허수아비의 아들 이름은 허수... 허수의 엄마이름은 허수어미... 이런 실없는 아재개그도 생각해보고...
허상을 일컫는 허제비라는 지방 사투리의 의미도 생각하다가 축 늘어진 어깨에 숨겨진 허수의 존재감을 상기해 본다.
16세기가 되어서야 발견된 허수... (-4의 제곱근은 4i)
현대 물리학의 모든 이론은 수학적 방정식에 의해 검증되고 있지만 허수없이는 그 방정식이 존재할 수 없다는...
그러나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유령에 비유되는 허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문득 길이 낯설어 진다.
웬지 이방인처럼 어색한 느낌에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잠시 동안 시그널을 보지 못한듯 하다.
300여 미터를 되돌아서 조금전 지나쳤던 갈림길에 다다르니 멀리 시그널이 보인다.
아!..... 오늘 산행은 참 어수선하고 힘든 길이다.
여기서부터 세재 정상까지는 3km 정도의 오르막길이다.
절반도 채 걷지를 안했는데 벌써 남은 길을 계산해 본다.
남아있는, 걸어야 할 길을 생각하는건 뒤로 걷는 것이라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중탈해야겠다....며 힘들어 하는 몸을 달래본다.
힘들게 도착한 세재 정상
치악산 국립공원 사무소 부근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인근 커페에 들린다.
카페 입구에 붙은 현수막 글귀가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밥 한공기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그리고 차가운 냉수로 배속을 채우니 다시 걷을 힘이 생긴다.
중탈의 생각을 접고 남은 절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태종대에 도착하여 잠시 쉬고 있는데 나가는 방향의 승용차 한 대가 멈추며 타라고 손짓한다.
만약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이런 차량의 손짓을 보았다면 오늘도 또 하나의 중탈의 기록을 남길뻔했는데....ㅎ
공손히 인사하고 집으로 향한다.
지도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걷고 있는 길이 길 위의 인생에게는 지도가 되는듯 하다.
그리고 길 위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상대적이다.
나 자신에 있어서 조차도 때에 따라 그 길은 상대적으로 다가옴을 오늘 새삼 느껴본다.
작년 4월 같은 코스를 걸었을 때와 비교하며 오늘도 길 위의 인생길에서 겸허함을 배워 본다.
첫댓글 더운날씨에 장거리산행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새식구가 7늘었네요~(아빠 다녀오세요~동시에 입벌리고ㅎ)
때이른 더위에 중탈의 유혹을 이기시고 하트원을 그리셨네요~!
참 좋은곳에 사심 부럽습니다.
4주전 갑자기 치악산이 가고싶어 집에서06시 출발하니 8시에도착 공원입구 상가앞에 주차해놓고 비로봉경유~남대봉에서 돌아올려고(왕복)했는데 생각처럼 몸은 말을 안듣더라구요ㅎ
상원사로 내려가니...(돈돈돈ㅋ)
차회수한 택시비 복구하러 또가려구요~(해 짧아지기전에...)
치악산 가니 하샘한테 통행신고 해야 할것같아서 향로봉에서 전화드렸더니 서울에 계신다고 ㅎ 산철쭉 실컷보고 와서 흡족했습니다.
언제 집구경 함 하고 싶습니다ㅎㅎ
전번에 전화 주셨을때 잠원동아파트가 재건축이 완성되어 사전점검 때문에 서울 올라가 있었습니다. 6월 말 입주예정이구요... 그래서 7월초까지는 바쁠 것 같습니다.
산짐승은 뛰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일주일 전에는 연락주세요^^
@하형호 7월부터는 치악별장은 세컨하우스로??
많이 많이 부럽습니다~~
선견지명이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하이디(김금옥) 횡성집은 세컨하우스가 아니고 제가 사는 집이고 서울 아파트는 아내가 사는 집입니다.^^
무진장 빠른걸음으로 치악산 둘레길 한바퀴
돌았네요 체력이 많이 좋아지신듯 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이 늦게 흐른다고 해서 테스트 중입니다. ^^ 건강하세요....
전원생활 충분한 보상이었네요
건강히 넘빠르게 장거리 완주 축하합니다
저에게는 전원생활은 상보적 선택이라기 보다저의 DNA에 새겨진 운명적 선택입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치악산 둘레길도 상당히 코스가 긴듯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신 올해 첫 장거리종주 수고 하셨습니다
전체 130km 정도이니 제가 한번에 걷기에는 점점 불가능해지네요... 감사드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