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美대선 판도
트럼프 콘크리트 지지층 건재, 지지율 오차범위 추격에 긴장
9월 ‘입막음 돈’ 판결 예의주시
Z세대 사이 ‘해리스 밈’ 인기, 오바마 지지 더해지면 승산
TV토론회 날짜 놓고 기싸움, 이민·낙태 선명성 경쟁 격화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100일 앞두고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대선후보가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내에서 트럼프가 근소한 우위를 가져가고 있지만, 언론 주목도가 급격하게 상승한 해리스 부통령의 추격이 거센 상태다.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건재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대중적 파급력이 큰 인물들의 지지여부가 앞으로 100일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와 함께 22~24일 1142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48%, 해리스 부통령 46%로 오차범위(±3.3%포인트)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제3후보를 포함한 다자 가상 대결에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가 42%로 지지율이 동일했다.
응답자 가운데 실제 투표를 할 것이라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양자 가상 대결 조사에서는 트럼프(48%)·해리스 부통령(47%)간의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달 초 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투표할 것 같은 유권자’로부터는 6%포인트, ‘등록 유권자’로부터는 9%포인트 뒤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개선된 수치라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지난 13일 암살시도 사건 이후 15~18일 진행된 공화당 전당대회 효과로 트럼프는 현지 언론의 관심을 사실상 독점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후보 사퇴 선언 이후 해리스 부통령에 이목이 쏠리면서 민주당에도 반전 모멘텀이 찾아온 상태다.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뜰 수 있는 재료가 많이 남아있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는 민주당 전체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는 사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본인의 대체자로 지지했을 때에도 지지의사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미 대선후보 선출에 필요한 대의원수를 확보한 상태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더 이상 뜸들일 필요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지 매체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선언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문화예술계의 지지를 받아왔음을 감안하면 해리스 부통령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있는 아티스트들의 추가적인 지지 또한 기대할 수 있는 상태다.
해리스 부통령은 비욘세의 노래 ‘프리덤(Freedom)’을 자신의 등장음악으로 선택한 바 있는데, 비욘세는 해리스 캠프가 이 곡을 선거기간 내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존하는 최고 인기 아티스트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뜻하는 Z세대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실제 득표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의 부상 이후 젊은 층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양측의 TV 토론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보수성향인 폭스뉴스에서의 토론을 해리스 부통령에 제안한 바 있는데, 해리스 부통령은 이에 대해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9월 10일 ABC 방송 주최 토론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트럼프가 발을 빼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도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당장 오는 9월 18일 형량 선고가 예정된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이 변수로 꼽힌다. 그는 전직 성인영화 배우와 성관계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입막음 돈’을 준 뒤 회사 장부를 조작해 그 돈을 법률 자문비로 처리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유죄 평결을 받았다.
박빙 대결구도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자 트럼프 캠프 측도 긴장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트럼프의 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와의 차별점을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낙태·이민문제 등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강조하는 트럼프와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개방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미국교사연맹(AFT) 전국 회의 연설에서 공격용 총기 사용 금지, 여성의 낙태 권리 보장, 노조 분쇄 중단 등 ‘진보’ 색채를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