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KBS의 이사수를 21명으로 확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9인 중 찬성 189표로 가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2024.7.28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28일 심야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강제 종료한 뒤 방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곧장 MBC 이사진 증원을 위한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29일 오전 또다시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와 단독 의결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그 직후 교육방송공사법(EBS) 개정안을 상정한 뒤 늦어도 30일 오전 표결에 부쳐 처리할 계획이다.
이에 25일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 개정안 상정을 시작으로 5박 6일간 법안 본회의 상정→필리버스터→필리버스터 강제 종결→법안 단독 처리를 반복한 끝에 ‘방송4법’ 처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8월 1일 본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상정을 예고해 7월 임시국회 마지막까지 필리버스터로 인한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필리버스터→강제 종료→단독 처리 반복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날 오전 1시경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재적 189명 중 찬성 189명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KBS 이사진을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현행 방통위에서 미디어 관련 학회, 방송기자·PD·방송기술인연합회,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 표결 직후 본회의에 상정한 방문진법도 29일 오전 9시경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한 후 표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방문진법 개정안 상정 직후 첫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민주당의 속내는, 임기가 끝나가는 MBC 이사장을 사수해 MBC를 계속해서 민주당 편향 방송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자유민주주의가 죽고 ‘개딸’(이재명 강성 지지층) 민주주의가 횡행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조계원은 찬성 토론에서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을 정치 도구화하고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여당에 우호적인 인물이 방문진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현 구조에서는 극단적 인물이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돼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맞섰다.
여야는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사회권을 거부한 것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주 부의장은 전날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며 우원식에게 법안 단독 처리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우원식은 “‘국회의원 주호영’이 방송4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 ‘국회부의장 주호영’이 직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사회 거부 의사를 즉각 철회하라”라고 반박했다. 우원식은 민주당 소속 이학영과 3시간씩 교대하며 진행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이 방송4법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경우 역대 두 번째 최장 시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오후 5시 30분경 시작된 필리버스터가 30일 오전 8시까지 이어지면 110시간을 넘어서게 된다.
역대 최장 기록은 2016년 테러방지법에 반대해 192시간 27분 동안 진행한 필리버스터였다. 그다음으로는 2020년 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교류협력법을 막기 위해 89시간 5분간 진행된 바 있다.
● 민생회복지원금법·노란봉투법 격돌 예고
민주당은 8월 1일 본회의에서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상정을 시도하고 있다. 두 법 모두 민주당 당론 법안으로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현안들이기 때문에 다음 국회로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처리를 지연시키며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원내 관계자는 “우리도 법에 허용된 것은 다해서 법안의 부당성과 반대 이유를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배준영 원내수석은 우원식을 향해 “현금살포법과 불법파업조장법은 상정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