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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번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한편을 소개합니다. 잠시나마 공부 아닌쪽으로 머리 식히시라고,,^^
그리 만만한 영화가 아니라 더 복잡하게 느끼실수도 있는데,그냥 내취향 아니네 하고 접으셔도 되는 점이 영화의 좋은 점이지요.
공부는 이해가 안가면 찝찝한데 반해서 가볍게 지나가시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는 11월 정도에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지만 아마 상영관에서는 금방 하차했을 것입니다.
대중적인 환호를 받기에는 상당히 난해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스포일링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미안함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정리된 글들이 오류가 있을지언정 영화의 이해나 감상에 일조하는 면이 있을법 하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살짝 강박증적인 증세가 있으면서 또 혼자의 감상만으로 한줄에 꿰차고 싶은 분이라면 여러번 보게 될 소지가 있는 영화이고 또 그만한 매력도 있습니다.
어바웃타임의 주인공이 과거의 어느 시점이건 다시 돌아갈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미스터 노바디의 주인공은 미래를 미리 알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좀더 행복할수 있을까? >라는 문구와 <한 남자 3번의 사랑 9개의 인생>이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저는 인생이 진짜 9개인지 내내 세어보는 무식한(?) 짓을 했습니다만, 전혀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영화의 첫머리에 <비둘기 머신>이라는 실험을 보여줍니다.
비둘기는 누르면 먹이구멍이 열리는 실험을 가장 빨리 이해한 동물인데, 이 비둘기도 먹이구멍을 20초마다 열리게 해 놓자 왜 열리는 지를 나름 고민하다가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였는데 공교롭게도 이때 먹이구멍이 열리고, 이것을 연관해서 이해한 비둘기는 날개를 퍼덕이면 먹이가 나오는 줄 알고 퍼덕거립니다...
인간도 우리의 경험의 역사와 시간속에서 이 일이 왜 벌어졌는지 인과관계를 나름 규정하고 학습하면서, 어떤 일정한 방향이 있다고 믿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갈 법합니다. 어쩌면 사주학을 공부하는 우리도, 애초에 누가 정했는지 모를 그 일정한 방향을 찾는 비둘기이며, 우연히 일어난 일들을 알고있는 원칙에 맞추어보며 공교롭게도 맞는 순간에 이 법칙 맞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영화라는 있을 법한 이야기속에서, 앞서 어바웃 타임을 보면서 나오는 이야기들에 물상의 대체나 육친의 관계론을 자연스럽게 대입해 보는 제 모습 같은 것이 그런 예가 될수 있겠지요,,ㅎㅎㅎ
영화가 난해한것은 비둘기 머신 이야기를 빼고도 상당히 지적인 장치를 기반으로 여러이야기를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무차별하게 보여주는 의외성 때문입니다.
에너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엔트로피의 법칙, 동시에 여러가지 상반된 일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말하는 불확정성의 원리. 작은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의 태풍이 될수 있다는 나비효과,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된것인지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것인지 모르겠다는 장자의 호접몽, 상대적인 개념으로 존재하는 시간에 대한 역설 등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이야기로 형상화됩니다.
영화는 2092년 세포재생을 통해 더이상 죽지 않고 늙지 않는 세상에 마지막 남은 죽음이 예정된(mortal) 인간인 120살의 인간을 보여줍니다. 자신이 34살의 "니모 노바디(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함축적 메시지가 있는 이름이라보입니다)'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못하는 그가 기억해내는 뒤죽박죽인 인생을 보여줍니다.
그의 기억으로, 태어나기전 모든 아기들은 미래를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각자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데요,,, 태어날때가 되면 망각의 천사가 아기의 코와 입 사이에 손가락을 쉿 하는 동작을 취하면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되고 이 표시가 우리가 말하는 인중이라고 합니다. 천사가 손을 대서 더이상 미래를 볼수 없어졌다는 표식이 되는 것이죠.그런데 이 망각의 천사가 주인공에게 이 의식을 거행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주인공은 미래를 기억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영화는 어릴때 이웃에 살던 세 여자아이와 각각 다른 진행을 통해 인연을 맺는 모습을 보여주며 각각의 선택에서 도달하는 결론들을 보여줍니다.
동일한 시기에 여러 다른 이야기가 좋게 말하면 신비하게 사실대로 말하면 산만하게 펼쳐집니다.
정말로 주인공이 사랑한 여자인 안나와의 관계가 주인공의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인해 주인공이 하게 될 선택으로 인해 어떻게 다른 결과를 맺는지 드라마틱하게 보여줍니다.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던 진과의 결혼과 세속적 부를 누리다가 어이없이 살해당하는 미래,첫사랑의 기억을 뒤로하고 앨리스라는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되서 결혼하지만 앨리스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조울증환자이고 결국 니모를 떠나는 미래,안나와도 전혀 남남으로 우연히 만나서 헤어지는 미래,안나아빠와 니모엄마의 결혼으로 근친상간처럼 되버려서 헤어지게 되지만 재회후 다시 만나려 하시만 못만나고 노숙자 신세가 되는 미래 등등 대체 어느 니모가 지금 살아서 과거를 회상하는 니모일까 의심스럽게 만드는 진술이 이어집니다(물에 빠져 죽거나 사고로 죽거나 살해되거나 34세 전에 죽는 니모도 여럿있습니다).
처음 든 생각은 인생에 있어서 큰 줄기를 바꾸는 몇개의 선택이 존재하는구나,,,
사주학 크게는 운명학을 하면서 그 선택의 순간 타이밍만 짚어줘도 유용하겠구나..이것이었습니다.
바로 지금 하는 선택에 따라서 당신의 인생이 바뀐다,,고 말해줄수 있는 술사만 되도 훌륭하지 아니한가,,,
그런데 영화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체스에 츠쿠츠방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가끔은 불리한 것을 알지만 말을 움직여야 할 때가 있는데 이때는 작은 선택이 많은 것을 좌우하게 된다고..
가장 좋은 방법은..말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만약 그것이 마지막으로 말을 움직여야 되는 것이라면 더욱더 말을 움직여서는 안된다...고요.
바로 니모의 경우처럼 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순간 엄마를 따라갈 건지 아빠를 따라 갈 건지 결정해야 하는게 누구의 눈에도 명백한데, 어느쪽을 택해도 썩 니모의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라는 걸 영화가 보여줍니다.
가치관을 어딘가 하나에만 둔다면 등장하는 9개의 인생이 나름 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인생이지만, 인간이 바라는 것이 부 명예 사랑 등 수많은 가치관이 있다면 이중에 하나에 가중치를 둔다하더라도,한가지만으로 인간이 행복한 것은 아니기도 하다는 것을 또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래를 볼수 있다 하더라도 쉽게 선택할수 없는 어려운 선택이 되고, 그렇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것이 판단의 근거가 될텐데, 노인 니모가 젊은 니모한테 말하기를, 2092년 2월 12일 5시 50분까지 살아야 내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니모가 처한 상황 엄마를 따라가느냐 아빠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갈수 있는 미래는 볼수 있는 것만 아홉가지이고 그렇다면 노인니모는 대체 어느 쪽을 선택한 결과였을까요?
마지막에 정확히 50분에 사망했던 니모가 웃으면서 다시 깨어나고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씬,,무엇이었을까요..
엄마나 아빠를 선택해야 되는 그 순간은 결국 아무리 검토해 보아도 말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선인 츠쿠츠방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영화가 동시에 여러 니모의 인생을 보여줘서 도대체 엄마를 따라갔다는건지 아빠를 따라갔다는건지 알수 없게 만드는 것도,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는 다 가능성 있는 미래로 동등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미래를 볼수 있다는 것도, 이걸 택하면 이렇게 저걸 택하면 이렇다고 하나씩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가능성 있는 미래를 전부 한꺼번에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각각의 선택에 따른 미래를 찾아나가는 것이며 이것이 아이의 시선과 이해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산만하고 복잡할수 밖에 없습니다.
즉 아홉살 먹은 니모가 머리속에 펼쳐지는 복잡한 미래를 우리가 영화를 보듯이 보면서 맥을 잡아보고는 아무것도 택하고 싶지 않다 이런 결론을 내리는 츠쿠츠방의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영화에서 상징적으로 엄마아빠 둘다 택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뛰는 어린 니모를 보여주는데, 제 3의 선택을 해서 안나와 행복하게 살았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단지 제 생각으로는...그 장면은 상징적인 장면이고,오히려 이 상황은 추쿠츠방의 상황이라는 판단을 한 니모가, 오히려 평온했지만 망설이는 더 이전의 어느 순간에서 제대로 선택을 해야 겠다고 깨닫는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로 화면을 돌리면서 그 이전 니모가 안나아빠와 엄마의 부정을 알고 냇가에 앉아 있는 안나를 바라만 보던 장면으로 가서 그 옆에 가서 앉는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즉 미래를 보는 니모가,,어바웃 타임의 팀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있는 설정은 아니고, 결국 9살 니모가 머리속에서 본 미래가, 선택을 반드시 해야 할것 같은 특정순간에서부터의 복잡한 미래를 확인 한 후에, 드러난 선택의 순간은 아니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선택의 순간임을 깨닫고 그 시점에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보여집니다(이것도 미래를 볼수 있는 능력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일것입니다.)그 시점은 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시점보다 이전이라는 것이지요. 엄마아빠가 헤어지는 시점까지 오면 어느쪽을 선택해도 츠쿠츠방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이 선택으로 엄마나 아빠가 헤어지는 미래자체가 소멸합니다(불확정성이 확정되는 순간)
여담이지만, 그래서, 청년기의 니모와 어른이 된 니모는 아이의 상상속에 존재하는 니모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 치고도 인중이 매우 뚜렷한 배우들이 맡았습니다...태어나기 전이나 아기적 니모는 인중을 그래픽으로 지웠고, 9살 즈음의 아역 니모는 인중이 뚜렷하지 않습니다...(한동안 왜 처음 아기의 인중을 지울 정도로 인중에 신경을 썼던 감독이 청년기와 어른 니모의 인중을 저렇게 가볍게 생각했나하고 고민했었습니다..물론 실제 감독의 의도는 잘 모릅니다..그냥 제가 내린 잠정적 결론입니다.ㅎㅎ)
결국 미래를 본다 하더라도, 선택은 쉽지 않으며 각각의 미래는 선택을 하기 전에는 다 비슷한 확률로 존재할 수도 있고 실제로 존재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일종의 불확정성의 원리).
확정되기 전까지는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반드시 이럴것이다 라고 말할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여러가지 툴을 통해서 한 개인의 사주를 볼때 여러가지 인생을 봐내는데 그냥 그 사주 만으로는 그럴 확률은 존재 할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만, 이 시기에 이런 일이 있었다(하나의 선택을 보여줌) 는 말을 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인생은 배재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라 하더라도 무수한 선택에 의해서 막다른 골목으로 가기도 하고 잘 풀리기도 할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하물며 사주만 같은 개개인인 경우, 사주가 인생전체를 보여주는 하나의 코드라고 볼 때, 어린 니모가,자신에게 펼쳐진 여러개의 인생을 바라보듯이, 술사가 여러 인생을 봐 내는 것이 오히려 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요?
(물론 니모같은 능력은 아니지만 사주학으로의 실력이 절정에 오른 분을 가정해서 해본 말입니다.)
혹은, 어쩌면 한 이론으로 제대로 푼다는 가정하에,각기 다른 이론을 이용해서 다른 인생을 풀어내는 다수의 술사가 존재 할때 그 하나하나의 인생은 다 존재할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같이 해 봅니다. 그것을 한정하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내력이 될것이고 그 크리티컬한 지점을 물을수 있는 것이 술사의 실력은 아닐까 하는 망상도 해봅니다.^^
기억이란 것은..과거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이지만,, 니모의 경우는 미래를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차원에서 공간을 이동하는것이 제한된 범위에서 가능한 것처럼 시간상의 차원도 어딘가에 존재해서 이 영화에서 처럼 시간이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동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법칙 물리법칙은 우리가 사는 지금의 차원에서만 통용되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나 싶습니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으며 에너지는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더라는 이 절대 진리가 다른 차원에서도 통할까 하는 생각을 끝으로,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수용할수 있는 논리를 우리는 이미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易에서 말하는 不易과 變易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면서 두번째로 미스터 노바디 추천합니다.
지루한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길지만 잘읽었습니다.
문장력이 좋으시네요
그냥 영화에 나오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창작 보다는 정리 해석 이런 쪽이 잘 맞나보지요.그거라도 잘 맞는게 어딘가 감사하는 중입니다.
좋은쪽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앙에는 복이 기대고 있고 복에는 재앙이 엎드리고 있으니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정해진 올바름이란 없다.-중국 늙은이가 옛날에 부른 노래입니다^^
세상에 확실한게 뭐가 있겠습니까,쥐가 떠나고 나면 배가 난파하더라는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