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둥글고 불룩하다
옹기 항아리 같다
내가 나로 고여 있는 하루를
온전히 들여놓았으니
구름도 어려워한다
먼 산도 기웃거리다 그냥 간다
하루를 요리조리 만져보고 두드려 보다 그냥 간다
진공(眞空) 혼자 계시다
세상 가을을 다 퍼담아도 충분하다
시간이 황톳빛이구나
-이관묵 시 ‘마음 개인 날’ 전문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 2024.11.11. -
하루도 마음도 둥글고 불룩하니 원만하고 충만하다. 마치 옹기 항아리에 무언가가 그득 꽉 찬 것처럼. 내가 나로 살았으므로 그러하리라. 그리하여 마음은 한껏 차서 가득하면서도 텅 비었다. 일정한 한도가 없이 오직 넉넉할 뿐이어서 이 세계와 가을의 시간을 다 담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시인은 시 ‘월하정인(月下情人)’에서 “달빛이 너무 밝아/ 달빛이 너무 밝아// 감출 데가 없구나// 마음 한 송이”라고 노래했다. 끄집어내놓아도 한 점 허물이 없는 마음이라면 또한 그 경계도, 끝도 없을 것이다.
〈문태준 시인〉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 3. Rondo (Alleg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