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 휴대폰 켜지고 부재중 전화 많이 남아있는 거 보고 놀랄까 봐 메시지 남겨요. 언니가 아빠 안부 걱정됐나 봐. 큰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폰 켜게 되면 연락 한 번 남겨 주세요(예주)" "오메, 내가 미쳤구나. 난 멀쩡하다. 걱정 시켜서 미안 하구나. 쏘리 쏘리(나)"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죠? 한국이시고?(예주)" "허리 통증에 시달리긴 해도 잘 버티고 있어요.(나)" '병원은 가보셨고? 전 일자 허리래요... 디스크 가능성 있고... 자세가 올 바라야 합니다(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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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워리... 내가 알아서 잘 할게. 그보다 공부는 어떻게 할만하냐? 연락 없다가 문자 오면 왜 불안할까요? 할 얘기 있으면 답장 기다리지 말고 톡에다가 해! 아비가 잘 볼게(나)" "공부는 감사한 마음으로 하려고는 하는데 쫴끔 힘든 듯요. 넵, 그럴게요(예주)" "아니 전화는 왜 안 받아? (잤어 ㅋㅋ)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니까(때마침 배터리 엔고)(에스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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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왼쪽 어깨 쪽으로 옮겨와서 만사가 귀찮은 데 잠시 셀프 마사지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혈액에서 돌아다니는 염증이 통증이 맞나요? 누가 임상학적으로 설명을 해주시라! 내일(17)이 대체 휴일이라 오늘 매상을 기대했고만 예상보다 못미처 코가 쑥 빠져있습니다. 아, 나도 매상에 상관없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에스더가 왜 전화를 했을까요? 힘든가...<K-에브리싱> 이란 프로를 보았어요. CNN과 협업했다는 것 같은데 세계적 배우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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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다니엘 대 킴(김대현/59)이 진행과 동시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어요. 총 4부작인데 저는 2번째 <K-필름>을 80%쯤 본 것 같아요.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싸이(Psy), 태양, 전소미 등이 나왔다고 합니다. 두 번째 'K-필름(K-Film)' 편에서는 이병헌, 연상호 감독, 김은숙 작가, 이미경 부회장 등 한국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온 주요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검열과 제약의 시대를 넘어 글로벌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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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드라마 산업이 겪은 변화와 그 과정에서 탄생한 이야기들을 살펴보았어요. 하얀 단발로 나온 김은숙(미스터 선샤인/72)이 이렇게 젊은 줄 몰랐어요. 하버드 나온 CJ 이미경 부회장(58. 개띠)이 시골 아줌마 차림으로 고 이병철 회장을 언급할 때는 울컥하더이다. 이병헌이 이노무시키는 이곳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나더이다. 연예인+배우 토털 털어서 나는 이병헌이가 1빠라고 보는데 동의해 주시라! K-컬처의 흥행 비결은 무엇이냐고 묻자 흥-정-한이라고 하더구먼.
2.
연락이 없으면 왜 불안할까? 휴대폰 하나 꺼졌다고 집안 여자들이 난리다. “아빠 휴대폰 켜지고 부재중 전화 많이 남아 있는 거 보고 놀랄까 봐 메시지 남겨요.” 예주의 문자를 읽다가 피식 웃었다. 배터리가 엔꼬 났을 뿐인데 언니가 걱정하고 동생이 문자를 남긴다. “한국이시고?”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지난번 일본행의 여파도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 "오메, 내가 미쳤구나"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 휴대폰 하나 꺼놓고 두 딸을 걱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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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이다.“공부는 어떻게 할 만하냐?” 걱정을 받은 사람이 금세 걱정하는 사람이 된다. 예주는 “감사한 마음으로 하려고는 하는데 쫴끔 힘든 듯요”라고 답한다. 아버지의 허리를 걱정하던 딸에게 아버지는 공부가 힘들지 않으냐고 묻는다. 이것이 가족이라는 이상한 관계다.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지 주어와 목적어가 끊임없이 뒤바뀐다. 그렇다면 연락이 없으면 왜 불안할까?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은 맞지만 조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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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상대방이 내 눈앞에 있을 때보다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의 크기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전화가 연결될 때 우리는 상대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런데 전화기가 꺼지는 순간 그 확인의 고리가 끊어진다. 그러자 상상력이 빈자리를 채운다. ‘무슨 일 있나?’ ‘아픈가?’ 라캉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상대 그 자체를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라 말과 기호를 통해 상대를 확인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별것 아닌 휴대폰의 ‘연결됨’이 어느 순간 존재 증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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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정보가 없는 상태인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침묵은 곧 해석을 요구하는 사건이 된다. 그래서 연락이 없어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소중하기 때문에 부재를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통증은 왼쪽 어깨 쪽으로 옮겨왔다. 혈액 속에 염증이 돌아다니다가 여기저기 아프게 만드는 것일까? 엄밀하게 말하면 보통은 그렇게 설명하지 않는다. 전신 염증이 심하면 혈액을 통해 여러 신호물질이 순환하면서 몸살처럼 여러 곳이 아플 수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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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의 염증이 피를 타고 어깨로 이동했다고 보는 것은 일반적인 설명이 아니다. 오히려 허리 때문에 자세가 틀어지고, 통증을 피하려고 한쪽 근육을 더 쓰면서 목·등·어깨 근육에 부담이 생기는 식의 보상성 통증도 생각할 수 있다. 신경 자극 때문에 통증이 실제 문제 부위와 다른 곳에서 느껴지는 ‘연관통’도 있다. 통증이 계속 이동하거나 팔 저림·근력 저하 같은 증상까지 생긴다면 단순히 “염증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기보다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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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마사지를 잠시 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몸은 쑤시고 매상은 기대에 못 미치니 코가 쑥 빠진다. “아, 나도 매상에 상관없는 사업을 하고 싶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매상은 참 잔인한 숫자다. 어제까지 괜찮던 마음도 오늘 매출표 하나에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예주에게 공부가 그렇듯 내게는 장사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려고 하지만 “쫴끔 힘든 듯요.” 삶에는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무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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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K-에브리싱>의 ‘K-필름’을 보았다. 다니엘 대 킴을 따라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니 재미있는 질문 하나가 남는다. 도대체 K-컬처는 무엇 때문에 세계인의 마음을 건드렸을까? 프로그램에서는 그것을 ‘흥·정·한’이라는 한국적 정서로 압축한다. 꽤 그럴듯하다. <흥>은 단순히 신나는 것이 아니다. 고단한데도 춤추고 노래하는 힘이다. 삶이 충분히 행복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기 때문에 더욱 신명 나게 노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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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단순한 원망이나 슬픔도 아니다. 해결되지 않은 역사와 개인의 상처가 오래 축적되어 만들어낸 감정의 퇴적층이다. 식민지, 전쟁, 분단, 독재, 산업화와 압축성장의 시간을 한국인은 불과 몇 세대 안에 통과했다. 그래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는 이상할 정도로 가족, 계급, 복수, 희생, 성공과 실패가 격렬하게 뒤엉킨다.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정>이다. 정은 영어 한 단어로 번역하기 참 어렵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질기고,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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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이라고 하기에는 생활 냄새가 난다. 미워 죽겠다고 하면서 밥은 챙겨주고, 연락 없다가 전화 한 번 안 받으면 난리가 난다. 어쩌면 오늘 우리 집 문자 몇 줄에도 흥·정·한이 몽땅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아빠 전화 왜 안 받아?”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니까.” “한국이시고?” “난 멀쩡하다. 쏘리 쏘리.” 별것 아닌 대화인데 웃음이 있고, 걱정이 있고, 떨어져 있어도 끊어지지 않는 관계가 있다. K-컬처가 세계에서 통하는 까닭도 한국적인 것이 특별해서라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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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한국적인 이야기를 끝까지 파고들었더니 거기서 오히려 보편적인 인간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가족 때문에 아프고, 성공하고 싶지만 실패가 두렵고, 돈을 벌어야 하지만 돈만으로 살 수 없고, 죽도록 미우면서도 끝내 버리지 못한다. <기생충>이든 <오징어 게임>이든 한국 멜로드라마든 결국 그 밑바닥에는 이런 모순된 인간이 있다. 그러니 ‘흥·정·한’ 가운데 내가 하나를 고르라면 <정>을 중심에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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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은 한을 견디게 하고, 한은 흥을 깊게 하지만, 그 둘을 인간관계로 묶어주는 것은 정이다. 한만 있으면 비극이 되고, 흥만 있으면 축제가 된다. 그러나 정이 끼어들면 이야기가 된다. 이병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 가운데 “1빠”라는 평가는 취향이니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도장까지 찍어줄 수는 없지만, 한국 배우를 대표하는 한 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다.
2026.8.18.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