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제례악
소문(昭文)은 금(琴)을 탔었고, 사광(師曠)은 지팡이를
짚고 음악을 들었으며, 혜자(惠慈)는 오동나무 안석에
기대어 앉아 담론을 하였다.
—「장자」내편 제2편 제물론 12에서
김효선
거대한 악기 앞에서 너는
반쯤 울음을 터트렸지
음악이 너무 지루해요
인생의 절반은 지리멸렬하단다
죽은 자들은 어떤 귀로 음악을 들을 까요
바람이 부는 쪽을 쳐다보렴
햇살을 튕기며 걸어오는 저,
가을한 지팡이 걸음
금(琴)은 오동나무와 밤나무 판에 일곱 줄을 걸어 만든 악기
슬(瑟 )은 길이 일곱 자 너비 여덟 치를 가진 가장 큰 현악기
찬란한 구름 위로 두 마리 학이 날고
그러나 고전은 늘 무덤 속에서 혼자 듣는 네 목소리
소문이 금을 타고 넘어 달빛 오동나무에 걸리고
사광은 지팡이로 달빛을 끌어내려 어둠을 보게 하고
혜자의 얼굴은 오동나무 달빛으로 둥글어지고
음악은 아직 멈추지 않았는데
도시는 여전히 지루하게 지리멸렬한데
이중적인 리듬을 튕기며 저물 줄을 모르는데
간절한 것들을 저 길 위에 버리고 또 주워 담으며
—《포지션》2016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