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화 ─ 나는야 양털깎는 알바생,
─ 사각 사각,
누군가 그랬지, 일년 사계절 중 가장 더운건 여름. 그 중에서도 늦여름이 기세를 부릴때는 정말 사람이 사람이
길 포기하고 싶어지는 충동이 느껴진다고. 그런데 말이야, 이런 쨍쨍 찌는 더위에 두툼한 작업복을 걸치고
구멍이 송송 뚫린 넓은 챙 모자와 우유 통 하나를 들고 나무 한그루도 없이 태양빛에 작렬해야하는 내 심정을
이해해 줄 사람이 있을까?
─ 메에에,
"제발 한 뭉치만 밀어내자, 응?"
난 양에게 사정 사정 해가면서 양털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최신식 양털깎이 기계가 아닌 날이 무딘 칼
하나 가지고서는 성질 더러운 양들에게 '형님 제발 불쌍한 아우 밥벌이 좀 하게 해주십쇼' 라며 양털을 깎고있
었다. 대체 이런 한 여름에 대체 누가 양털이 필요하냐고!
"커헉! 마지막 한 뭉치야. 제발 양님아!"
양들도 성질머리가 고약해서 적당히 밀었어야 하는데 [아이템 스토어]의 잭 아저씨의 사탕발림에 넘어가고
말았다. 결과는 너무도 참혹하다. 제길, 양한테 얻어차이는 건 양반이지. 제발 물어뜯지 좀 말아, 이 잡것아!
─ 메에에,
나는 양털을 아주 조리있게 잘 깎았다. 2년 동안 양털만 깎고 살았으니 당연한 결과인가? 후후, 이제 네드빌
마을에서는 양털깎는데에선 날 따라올 사람은 없을것이다. 원래 이 일은 옆집에 사는 토미에게 배운 것이었는
데 이제는 내가 토미보다 훨씬 잘한다. 토미 이녀석 꽤나 열받겠는걸? 아차차, 이거 어디다 두었드라?
나는 내 허리에 차 있는 작은 손가방을 열어서 우유를 꺼냈다.
"캬하, 역시 죽인다니까."
작업이 끝난 뒤의 우유 한잔은 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솔직히 폼 안나는 우유보다는 양치기들이나
나뭇꾼들처럼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난 이제 겨우 16살 인걸.
나는 우유 한 병을 벌컥 마셔 버리고는 입을 거칠게 닦았다. '역시 만능 식품 우유가 최고야' 라는 내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흥겹게 부르며 양들을 목장 안에 잘 넣어둔뒤 산비탈을 따라 내려왔다.
오늘 작업량은 총 200 뭉치. 늦여름이라는 걸 감안해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우리 마을은 잘 사는 마을이 아니
라서 겨울철에도 양털보다는 목화솜같은 걸로 버티는데 대체 이런 태양이 쨍쨍 내리는 여름에 양털이 왜 필요
한걸까. 혹시 가격이 싼 여름에 미리 사두고 비싸게 팔려고 하는 잭 아저씨의 응큼한 속셈?
마을로 돌아와서 곧장 잭 아저씨의 [아이템 스토어]로 들어갔다. 오늘은 평소보다 돈도 두둑히 올려준다고
했으니 얼른 돈을 챙기고 튀어야지.
─ 딸랑,
기분 좋은 문 여는 소리가 날 반겨주고 (문 여는 소리 = 돈 소리) 곧장 카운터로 갔다.
"여어, 유켄 벌써 양털은 다 깎았어?"
"당연하죠! 아저씨 제 실력을 모르시나요? 흠흠."
네드빌 마을을 다 뒤져 보라니깐. 정말 양털 깎는데는 나를 따를자는 없다. 양털 뿐만이아니라 얇디얇은 소털
도 갯수별로 다 잘라줄수 있어. 그렇게 나는 자만심에 가득차서 잭 아저씨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지못했다.
─ 딱!
역시 오늘도 맞았다. 잭 아저씨의 뒤통수 후려치기는 겪으면 겪을수록 눈 앞의 별들이 날 반겨준다니까.
"아저씨, 왜 때려요!"
"인석아, 그렇게 잘났으면 양털이 아니라 내 알타리무에 자라고 있는 털 152개를 잘 다듬어 주지 안으련?"
"그렇게 더러운 일을 왜해요! 좀 씻고나 그런 소리 하시지, 흥!"
잭 아저씨는 카운터 책상에 더러운 오른쪽 알타리무를 벌떡 올려놓더니 바지를 걷었다. 그리고 나 섹시하지?
우~ 하고 입술을 쭈욱 내미는 보기 안 좋은 표정을 지으며 다리털을 하나하나 골라내고 계셨다. 평소에는 괜
찮은 아저씨인데 털 얘기만 나오면, 크흑!
"알, 알았으니 그만하고 계산이나 해주세요. 오늘은 많이 쳐준다고 했으니까 기대해도 좋죠?"
"알았다 욘석아. 하여튼 어린것이 돈 밝히기는."
잭 아저씨는 카운터에서 2실버를 꺼내주셨다. 보통 양털이 100뭉치에 90브론즈하니까 200뭉치면 180 브론즈
(=1실버 80브론즈)이니까...많이 쳐준게 아니잖아! 이 구두쇠 아저씨!
"아씨, 많이 쳐준다면서 겨우 20브론즈에요? 너무 째째해, 구두쇠 같은 아저씨!"
"요즘 아저씨도 힘들어, 장사가 통 안돼서."
카운터에 몇 안 남은 동전을 골라내며 울상을 짓고 있는 잭 아저씨를 보고 있으니 왠지 미안해졌다. 흠흠, 아
니야. 아니야 유켄, 내가 저 표정에 얼마나 속아넘어갔는데! 내가 또 속아넘어갈줄 알고? 저번에도 카운터에
딸랑 두개밖에 없던 동전을 보고 불쌍해서 조금만 받았더니 그날 술집에서 깽판치고 놀았다며? 술집 마리가
알려줬어. 제발 잭 아저씨, 우리 회개 좀 합시다.
"아저씨 거짓말은 이제 안속아요! 여하튼 다음번에도 양털 이나 다른것 잡다한 거 필요하면 부탁하세요!"
나는 문을 열고 아이템 스토어를 빠져나왔다. 아직도 여름 햇살은 내 얼굴을 세차게 강타하고 있었다. 내가 저
놈의 햇살 때문에 이 고운 피부가 홀라당 타버렸다니깐.
첫댓글 넘 짧은거 같다...
ㅎㅎ;;; 담편부턴 길게쓸께요~<
역시 예상했던대로 재밌어~>< 아~나도 저렇게 문장이 풍부했으면...ㅠㅠ
문장이 풍부하다뇨!!가당치 않습니다!!!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문장 풍부한거 맞는걸요 ㅇ_ㅇ!! 아, 잘쓰시는분들이 많으셔서.. 어째 프롤로그를 올리기가 껄끄러워져요<< 여튼 너무너무 잘쓰십니다+_+ 잘 보고갈께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ㄷㄷㄷ;; 그렇게 말씀하시니 무한 부끄 모드...((이봐?
끅끅 - 아이고배야 ㅠㅠ 양털깎는모습 참귀엽겠어요 ㅎㅎ
ㅎㅎ 다음엔 다리털도 깎게 만들까요..? ㄷㄷㄷㄷ,<
재밌을 것 같아요. 앞으로 건필하세요~
ㅎㅎ 넵!!! 감사합니다!!!<
한시간 전에 봤으면서 이제야 댓글을 올리네요. 이 소설 주인공이 딱 제 취향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읽을게요. 좋은하루되세요~
히히, 감사합니다 ^^ 루알님도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