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베스트셀러의 힘
이 책은 엄청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머물러 있는 책이다.
편식성 책읽기병에 걸린 나로서는
처세술에 관련된 책을 잘 안 읽는 편이라 관심 밖의 책이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즐겨 찾기 때문에
나도 서점에 들렀을 때 들쳐 보았다.
이런 것이 베스트셀러의 힘 아니겠는가?
어? 류시화가 번역을 했네?
그래서 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음...
죽기 직전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있는 죽음 아니던가.
하지만, 그 실체도 모르고 죽음을 직면하기 전까지는 내 이야기 같지 않은 죽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죽음에 대한 자세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하면 누구나 두려움을 떠오르게 된다.
죽음 뒤의 막막함. 존재의 사라짐.
종교적인 차원에서는 구원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 하나만으로도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죽음을 앞두고서는 고통이 뒤따른다.
그것에 대한 두려움도 만만치가 않다.
그러다보니 죽음 앞에서는 초연해지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훈련이 필요하다.
이 책도 그런 일환으로 집어 들었다면 지나친 비약이려나?
제목은 그래도 '인생수업'인데 말이다.
1. 죽음을 이야기하던 작가가 삶을 이야기하다
이 책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의 공동집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대학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하였으며,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죽음, 그리고 죽음을 앞둔 환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갔으며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하게 되고,
이를 활성화시킨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녀이기에 그가 집필한 책은 주로 죽음에 관련된 책이었다.
그런데 평생을 죽음 사람의 든든한 후원자요, 힘이 되었던 그녀 또한 죽음을 피해할 수 없었다.
뇌졸증으로 쓰러진 이후,
그녀 또한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되었고,
마지막 작품으로 죽음에 관한 책이 아닌,
삶에 대한 책을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로부터 배운 삶의 방법을 담고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가르침이다.
그녀는 2004년 8월...
후세들에게 삶에 대한 방향과 가르침을 남기고
초연한 자세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녀는 잠시 지구에 와서 머물다가 다시 은하수로 돌아간 것이다.
2. 죽음을 앞두면..
누구나 죽음을 앞두게 되면 많은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어느 날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앞으로 몇 달 밖에 못산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상상해보자.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나도 상상해보았다.
앞으로 몇 달 밖에 못산다는 판정을 받는다.
우선 회사를 그만둘 것 같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장시간 여행이었다.
국내든, 국외든,
지금까지 살면서 감명읽게 읽은 책들을 잔뜩 배낭에 넣고 떠난다.
그리고 갔다 와서는 서서히 죽음을 준비하겠지...
그동안 삶을 되돌아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통장 등 경제적 재산에 대해 친지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유서 등을 남기고...
그 밖에 할 일이 참 많을 것 같다.
이러는 동안에 이미 나는 내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 작은 손으로 움켜쥐려고 했던 모든 것들이 덧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
죽음을 앞두게 되면 삶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동안 성공에 대한 집착, 사랑에 대한 갈망, 돈에 대한 욕심...
그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게 됨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저 건강하게 살고 있는 이들은 모른다.
그것을 건강하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런 깨달음을 알려주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사랑, 관계, 상실, 두려움, 인내, 받아들임, 용서, 행복
이것들에 대하는 자세가 그 가르침들의 핵심이다.
이 책에는 그런 가르침에 대한 교훈이 집약되어 있다.
3.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왜 사는지 고민하지만 그 해답을 찾지 못하고,
그러다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온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 자신이 즐기면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에는 우리 사회가 돈이라는 자꾸 요구하게 만든다.
그래서 돈을 위해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면서도 산다.
내가 즐기는 일과 돈을 버는 일이 일치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싫다고 지금의 일을 포기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을 차지할 수는 없지만, 일 때문에 나의 즐거움도 포기하면 안 된다.
우리의 삶은 언제 어떻게 끝나게 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언제 끝날 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준비를 위해 지금의 일도 계속 해야만 하는 것이다.
...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분명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정답이라는 생각하지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답인 것 같지도 않다.
원래 삶이란 것은 정답이 없는 것 아닌가?
이 책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행복이란 주관적인 것이다.
행복은 나의 자세에 달렸다.
4. 약간의 지루함
이 책은 정말 주옥같은 글들이 많이 나온다.
지은이가 죽음을 앞둔 사람과의 이야기를 그대로 적어 놓아 흥미롭기도 하다.
그런데도 좀 지루함은 왜일까?
내 생각에는 그 가르침들이 좀 추상적이라서 그렇지 않나 싶다.
주옥같은 글들이 너무 추상적이라서 와 닿지 않는다.
이것은 나 또한 아직 그 절실함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가?
이 책을 나중에 나이를 먹고 또는 죽음을 앞두고 다시 본다면,
연신 '맞아, 맞아'를 외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내용들에 수긍이 가면서도
실천이 어렵다는 현실에 묶여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
이 책의 표지가 표절시비가 붙어서 말썽이지만,
그 내용만으로도 훌륭한 책이라는 데는 나도 동감한다.
책제목 : 인생수업
지은이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출판사 : 이레
독서기간: 2007.1.22 - 2007.1.24
페이지: 266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