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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낙도에 나눈 사랑의 침술
<땅끝에서 페리호로 >
봄이 파도를 타고 온다는 남녘을 향해 새벽부터 서둘러 떠나 점심때가 지나 당도한 남도 땅끝(土末里). 장장 6시간을 달려온 남도엔 봄꽃들이 화사하게 우리 부부를 환영하고 있다.
그곳엔 바람에 간지러워 호호거리며 산수유랑 개나리랑 노오란 웃음들이 방긋거리며 수줍은 고갯짓을 하고 있다. 성큼 뿌리를 차고 일어난 애쑥이며 새 풀 사이로 보랏빛 제비꽃도 봄을 노래하고 있다.
3월20일. 아침7시에 아내와 덕소집을 떠나 서해안고속도로를 내려 달려 목포르 지나 해남땅끝에 오후1시30분 도착하여 전라도식 한정식으로 점심을 하며 우리가 첫 봉사를 할 넙도교회의 목사님에게 16시 보길도행 페리호로 들어가기로 전화드리고 점심후 땅끝전망대 관람, 해안를 따라 산책로를 걸으며 봄소리와 내음을 만끽, 가파른 통나무 계단을 타고 한참 올라서니 청정바다와 점점의 섬들이 아름답게 널려 있다.
<땅끝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땅끝마을 전경>
아내와 청명한 날씨에 싱그런 공기를 호흡하며 3밤의 섬에서의 봉사를 위한 기도와 에너지를 충전하며 청해진페리호에 차와 함께 올랐다.
처음 가보는 넙도라는 섬은 보길도를 지척에 둔 작은 섬. 이곳은 내리와 방축리라는 두개의 행정마을에 400여가구의 8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40여분을 물길을 가르며 미끄러지던 배가 닿은 넙도. 처음으로 뵙는 목사님(남궁 윤)이 선착장에서 반갑게 맞이하며 교회로 안내하며 교인과 주민들이 기대하고 있단다.
<무의촌 넙도에서의 1박2일>
낮은 구릉위에 해안마을을 내려다 보며 하얀색으로 서있는 교회는 초라하고 추워보인다.
갈대와 마른풀들이 바닷바람에 서성이며 땅에는 냉이와 쑥들이 파랗게 생명의 잔치를 벌인듯하다. 목사관에 여장을 풀고 진료준비를 하는데 주민들이 모이고 침술치료를 임시진료소에서 시작하여 잠시 저녁을 나누고 늦은 밤까지 첫날의 치료를 은혜아래 진행하였다.
주민들 대부분이 관절염과 요통에 소화장애가 많다.
온통바닷바람을 맞으며 추위와 폭염에도 견뎌야하는 이들의 피부는 거칠대로 거칠고 순환기병증도 많다.
힘든 바다일로 손 한번 허리한번 제대로 펴고 쉬지 못하는 이들의 고된 삶의 모습을 대하며 가슴이 저리고 아파온다.
특히 손가락관절염들이 너무 심하여 손가락을 구부리고 펴지 못하는데 섬 생활에 찌든 손들을 만져주며 침과 뜸을 시술하니 너무 시원해하며 좋아하는 주민들에게 정성과 사랑을 다하여 치료를 하면서 간절히 기도하였다.
이 섬은 무의촌이다. 변변한 약국도 없고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배를 띄워 다른 큰 섬으로 가야하는 절박한 현실을 숙명처럼 안고 살고 있다.
특히 섬 주민들은 어업과 양식업을 수단으로 사는데 I.M.F이후에 그나마 젊은이들이 귀향하여 애환을 나누는데 생활이 너무나 힘들고 어려워 자살하는 주민이 많단다.
목사님이 안타까워하는 문제는 섬 아이들의 교육과 노인들의 구제란다. 결손가정의 자녀들과 무의탁노인들은 언론이나 정부의 사각지대이다. 특히 독거노인들이 생활고와 고독감으로 우울증과 자포자기로 자살을 많이 하는데 이러한 현실을 보고 듣고 자라는 아이들이 자살을 흉내내는 등 어린이들의 성장에 장애가 심각함을 들으며 안타까움이 크게 쌓인다.
환경에 민감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교회안에 컴퓨터와 도서실, 놀이터를 만들어 아이들이 언제나 교회에서 생활하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사모가 영어공부반도 열어 아이들이 교회에서 공부와 놀이를 통해 공동체훈련을 자연스레 배워가고 있다.
독거노인들을 방문하여 위로와 생활의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경건하다.
어린이 날이나 어버이주일에는 뭍의 교회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제주도관광, 목포등지의 도시, 온천관광 심지어 작년에는 중국여행도 다녀왔다는데 참으로 성직자의 헌신이 아니면 지방정부나 지역단체도 하지 못하는 현실이 한심하다.
섬에 오신지 4년째라는 남궁목사님은 금방 뭍으로 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품고 부임하였는데 섬 생활의 비참함을 보고 마음을 돌리셨단다. 이곳에 나의 뼈를 묻자는 다짐으로 섬주민의 등대요, 빛의 사명을 하고 계시다. 너무나 존경스럽다. 도시의 큰 교회에서만 안주하는 많은 목회자들이 깊은 사역의 깨달음을 가져야 겠다.
한 성도가 “이 섬의 도박과 음주, 절망의 삶을 정신적으로 보듬고 의욕을 주고 생활의 방식을 바꿔 줄 수 있는 분은 하나님과 같은 목사님이다”라는 기도같은 신앙고백에 큰 충격을 받고 자신을 쳐서 순종의 사명을 섬에서 하시기로 했다는 간증이 저려온다.
목사님은 주변의 작은 섬들에는 3,40명이 어업으로 사는데 이곳보다 더욱 열악하여 섬을 순회하며 예배와 위문 등 생활지원을 위해 배(0.5톤)를 준비하기위해 기도중이란다.
40여명이 다니는 넙도초등학교와 30명의 중학교 분교가 있으며, 의료시설은 물론 문화시설은 전무하다. 찾아오는 외지인을 위한 식당이나 숙박시설은 없다.
우리부부는 정성을 다하여 늦은 밤까지와 이튿날 일찍부터 늦은 오후까지 43명을 치료함에 힘든 것도 잊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데 마음과 힘과 우리의 은사를 발휘하였다.
바다에서 늦게 돌아오는 주민들을 한분이라도 치료하다 보니 다음 봉사지인 보길도행의 막배를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한방치료를 받고 시원해하며, 몸의 아픔이 해소되는 기쁨을 감사하며 떠나는 우리에게 다시 오기를 바라며 감사의 선물로 갈라지고 터진 손에 담아 주시는 김을 한 아름 받을 때 가슴이 저리면서 뿌듯한 보람과 함께 부끄러움이 가득하다.
<넙도에서 건너다 본 보길도 전경>
<고산의 문학의 향기가 서린 보길도에서>
작은 봉사를 크게 기뻐하며 고마워하는 주민들의 건강에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책무감을 안고 넙도를 뒤로하며 목사님과 보길도 중앙교회로 뱃길을 재촉하였다.
저녁시간에 벌써 교회에 10여분의 교인과 주민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 교회는 내가 출석하는 예터교회에서 후원하는 교회로 류 목사님은 13년째 목자이자 심부름꾼, 건축가, 행정처리, 상담사, 교사로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분이다.
교회에 한글학교를 열어 많은 주민들이 글을 깨쳤고, 공부방을 매일 열어 모든 학생들이 독서, 컴퓨터 등으로 모자란 학업을 교회에서 보충하고 있다.
주민들의 고충처리와 구제에 힘써 존경을 받고 있다.
숨 돌릴 틈 없이 바로 교회 사무실에 마련된 진료실에서 침구와 부항, 수지, 이혈요법을 병증별로 병 낫기를 바라는 심령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드리며 위로의 덕담을 나누며
치료하였다. 여자들은 거의 냉증질환이라 뜸을 침과 병행하면 한결같이 시원해하며 여러 치료기관을 그동안 다녔지만 너무 좋다고들 고마워한다.
<보길도 중앙교회 임시진료실에서의 침술치료 모습>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요 역사이다. 한 분 한 분 순서대로 치료하면서 섬 생활의 고달픔과 억센 삶의 얽힌 애환들을 들으며 내 안에서의 감사와 나를 필요로 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함은 어디다 비유할 것인가.
보길도는 면단위라 기초 기관들이 다 갖춰져 있다. 주민은 2900여명, 윤선도유적지와 4개의 해수욕장에 관광지라 서비스업과 양식업 등으로 활기가 있다.
보길도에서의 2박3일의 40명의 치료는 감동과 한번의 방문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섬 선교를 위한 사랑의 치유사역을 감당하여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생업인 바다일로 환자들이 없는 잠간의 낮 시간에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심신의 피로를 풀며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였다. 예송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의 풋풋한 해풍과 가슴을 씻는 파도에도 절로 감사와 찬송이 우러난다.
창살 없는 감옥, 인생의 막장 같은 섬이라는 주민의 넋두리 같은 외침엔 아픔과 고독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이 마음들을 누가 위로하여 주겠는가. 정치인이 기업인이 지역유지가 지역행정가가?
고독의 절정에서 지신 십자가의 예수님의 사랑뿐이다.
낙도에서 도회지의 허상들을 뒤로하고 나를 버리고 나를 드리는 섬 교회의 목회자들의 십자가행진이 섬사람들의 위로요, 희망이요, 용기이다.
도움을 드리고파 찾았던 보길도와 넙도의 3일밤 4일의 시간은 깨달음과 도전을 받았다.
섬 교회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관광이니 낚시니 섬의 아름다운 외형만 보고 올게 아니라 좀더 섬에 대한 사랑과 나눌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이고 향하였으면 바램으로 기도하며 완도행 페리호로 떠나는 선착장에서 손 흔들어 뜨겁게 배웅하는 두 분의 목사님과 3일밤을 지내며 치료로 만난 주민들에게 날마다 건강의 은총과 생활의 윤택한 복을 기원하며 멀어져가는 섬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넙도를 떠나면서; 남궁 윤목사님부부의 전송을 받는 포구에서>
이번 봉사에서 보길중앙교회(류영구목사), 넙도교회(남궁 윤목사)에 교회와 성도와 독지가들의 후원과 하나님의 각별하신 축복을 기도드린다.
<이글을 보시고 낙도의 어린이와 교회를 후원하고 싶은 분들은 연락주십시오.>
첫댓글 아름답습니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같은 부부여! 축복합니다. -중국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