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드라마, 돌직구를 던져라 <각시탈>처럼.
작년 여름에 방송된 드라마 <각시탈>은 허영만 만화가의 『각시탈』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각시탈>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로 일제강점기 조선인 말살 정책이 한창 일 때이다. 주인공인 이강토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돌아가시고 형인 이강산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고문으로 인해 바보가 된다. 그래서 강토는 순사가 되어 일본에 충성하기로 결심하고 조선인들에게 악행을 일삼으며 일제로부터 인정받고 부유하게 지낸다. 하지만 자신의 형이 각시탈로 조선인들 돕다 죽게 되자 강토가 각시탈을 대신 하게 된다. 각시탈을 비롯하여 독립투사들이 친일적 행위를 하는 조선인들을 처단하고 조선을 독립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각시탈>은 일제의 잔인한 만행들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장면을 많이 담고 있다.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부분은 ‘위안부’ 문제를 다룬 20회이다. 일본 총독은 병력 손실을 막기 위해 직업소개소를 통하여 위안부를 모집한다. 이때 직업소개소는 조선 여학교와 여자 단체를 중심으로 중국으로 갈 간호부를 모집한다고 거짓말을 하여 위안부로 끌고 간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외교 관계에서 예민한 소재인 ‘위안부’를 드라마 속에 직접적으로 드러내 화제가 된 것이다. 이 시기 무렵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서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고 왜곡을 했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반일 감정도 강화되었고 위안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지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각시탈>에서는 중일 전쟁 때 일본의 병사가 부족하자 조선 청년들을 모집하여 총알받이로 사용하려 하였으며 이를 위해 성을 일본식으로 바꾸는 창씨개명 정책을 추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외에도 일제의 식민 정책인 조선어 폐지, 신사 참배, 일본어 및 일본 역사 교육을 준비하는 장면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을 감추거나 돌려서 말하지 않는 태도에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과 친일파들의 만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유난히 일제 강점기를 다룬 다른 드라마보다 <각시탈>에 사람들이 크게 공감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각시탈>이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악랄한 만행들을 아주 직접적으로 묘사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한류 열풍의 확산에 따라 드라마의 해외 수출 또한 활발해 지고 있는 추세이다. 무엇보다 일본은 국내 드라마를 수출하는데 가장 크고 안정적인 시장이다. 그러므로 드라마의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하여 사실을 묘사하면 일본의 과거 만행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일본 수출이 힘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다룬 국내드라마가 적다. 그 예로 드라마 <경성 스캔들>을 들 수 있다. 이 드라마 또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였는데 일제의 수탈에 집중하여 전개하기보다 연애에 초점을 맞추었다. 구체적으로 <경성 스캔들>의 마지막 장면에는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하십시오’라는 문구가 나온다는 점에서 연애를 중점으로 하였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태도는 적극적으로 항일 운동을 하여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라 무력한 상류층의 일부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반외세의 태도를 보이는 각시탈과 다르다. 이렇듯 배경만 일제강점기일 뿐 내용은 시대와는 상관없게 이야기를 풀어 간다. 다른 경우로는 처음부터 신라나 고려, 조선 등의 먼 옛날을 배경으로 삼아 수출에 문제되지 않는 퓨전 사극을 제작하기도 한다. 퓨전 사극의 예로는 <선덕여왕>, <성균관 스캔들>, <바람의 화원> 등이 있다. 이 드라마들은 특정 나라와는 상관없기 때문에 수출에도 문제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각시탈>이 해외 수출 문제와 상관없이 위안부와 같은 일제의 만행을 직접적으로 다룬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식민지와 같은 역사적 아픔을 소재 삼지 않아 드라마를 해외에 수출하여 이익을 얻는 일은 개인에게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을 감추거나 간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서 국민들의 의식을 각성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만들어질 역사 드라마는 현재 세대는 물론이고 미래의 세대에게까지 역사적 사실을 각인시키는 용기 있는 도전을 하길 바란다.
첫댓글 드라마의 내용을 수출과 연관시켜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참신했다. 왜 지금까지 일제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가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조차 가지지않았는데 이 글을 통해서 알게되었다. 그리고 드라마 각시탈같이 역사적 현실을 여과없이보여주는 드라마가 앞으로 만들어져야한다는 의견에 매우 공감한다.
느낀점과 의미가 내용 요약과 함께 자연스럽게 엮여있어 드라마의 핵심내용을 파악하여 비평문을 감상할 수 있었고 드라마 수출 등과 같이 사회적 맥락에서 작품의 의미를 찾아낸 것이 매우 인상적이며 관심이가게 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중심이 잡혀 있는 느낌도 든다.
예술 비평문이라고해서 단순히 작품 내재적 내용에 대한 비판이 주로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드라마 수출문제와 연관을 지은점이 신선했다. 그리고 경성스캔들과의 비교를 통해 각시탈의 성격이 더 분명하게 전달되었고 글을 읽으면서 주제가 간결하고 명확하게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