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역 에서 새벽 6시 출발하는 두 칸의 완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
험난한 낙동강 협곡구간을 지나 세평 뜰 승부 역에 도착했다.
아침 7시 30분..
차가운 산골공기가 온몸을 엄습해오며 정신이 맑아오는 가운데 역무실을 찾아 인사를 드렸다.
그간 눈다운 눈이 오지 않아 해마다 겨울이면 서울을 출발해 추전 역을 거쳐 여기 승부 역을 찾던 눈꽃환상 열차마저 운행하지 않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진 가운데 지난 7일 승부를 포함한 경북 봉화군 산간지역에 14센티미터 적설량을 기록했다.
승부역의 상징물인 시 구절이 적힌 바위에도 눈꽃이 자리 잡고 있는데..
1960년 영암선이 막 개통 되 던 해..
증기기관차가 첩첩산중을 돌아서 달리던 그 시절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산골의 작은 간이역에 부임한 역무원의 두려울 만큼 엄습해오던 고독과 비록 작은 산골에 서있는 기차역이지만 영암선에서는 결코 소 홀 히 할 수 없으며 자신이 근무하는 역에 대한 자부심을 그대로 저 바위에 글로 남겼다.
그리고 이글은 40년이 흐른 지금 세상 사람들에게 승부역의 존재를 확인시켜준 글귀가 되었으니..
비록 바위에 새겨진 글자들은 조금씩 벗겨지며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변해가지만 승부 역에 대한 동경과 관심은 변해가지 않을 것이다.
세평 뜰에 이제야 찾아온 눈꽃..
산골간이역은 눈꽃과 함께 단잠에 빠져 있는듯하다.
승부 역은 눈이 내 릴 때 그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행정구역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 부리..
하지만 원래 승부는 경북 울진군 서면에 속해있었다.
행정구역 개편과 함께 봉화군으로 편입되었는데, 그러고 보면 승부 역은 경북 울진의 유일한 기차역이었던 셈이다.
지금도 승부마을 주민들은 옛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낙동강을 경계로 승부역이 속한 학교마을, 역전마을은 울진승부..
건너편 승부마을, 결 둔 마을은 봉화승부라고 부르고 있다.
승부역의 날이 밝았다.
눈 쌓인 봉화군 산간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자태를 드러낸다.
승부 역은 곡선구간에 자리하고 있어 정거장도 곡선으로 되어있다.
눈이 아직 녹지 않아 레일을 덮어버려 침목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강릉 발 동대구행 무궁화호 열차가 승 부역을 통과한다.
이른 아침 역전마을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사이로 멀어지는 철마의 모습이 이채롭다.
승부역의 명물인 현수교 흔들다리..
승부 역 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다리이다.
1955년 12월31일 영주~철암 86.4 KM 개통을 기념하기위해 세워진 기념비다.
기념비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져있는데 승부 역 남쪽방향인 역전 마을 안에 세워져 있다.
승부 역 대합실은 정거장에 세워져있으며, 승부 역은 보통 역으로 승격되었지만 승차권 발매는 하지 않는다.
승부 역 주변은 대중교통 자체가 기차 외에는 아예 없다.
어디 그 뿐이랴..
그 흔한 구멍가게도 식당하나 없는 첩첩 산중이다.
그래서 승부역의 아름다움에 빠져 무턱대고 기차에서 내린다면 엄청 낭패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일반열차로는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는데 그래서 겨울 눈꽃순환열차의 인기가 높다.
만일 승부에서 버스를 이용하자면 석포면 까지 12.6KM를 걸어 나가서 거기서 다시 태백으로 이어진 국도가 있는 육송 정 까지 4KM를 나가야 한다.
도보시간을 총 계산하면 5시간을 걸어 나가야 버스를 탈수가 있다.
승부역의 눈꽃세상은 아직 열려있다.
맑은 산골공기와 고요한 산간오지 간이역의 정취
그 모든 것이 좋아서 벌써 네 번째 열차를 타고 승부역을 찾게되었는지 모른다.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가 정거장에 들어온다.
다시 떠나야할 시간..
승부 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1960년 승부역 역무원 김 찬 빈님 지음)
승부 역 역무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이렇게 글로서 남깁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원미연 - 이별여행 (1991년)
첫댓글 사진이 예술입니다, 제작년 눈내린 승부의 모습이 떠올려지는군요. 그리고 원미연 이별여행 정말 좋아했던 노래인데........
아름다운 사진과 글귀입니다. 저도 한번 가 봐야겠군요..잘 보았습니다.
정말 2량에 전기기관차 통근무궁화호 지금도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