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의 일정은 현지 가이드의 운용의 묘가 꽤 필요한 부분이 있다
오늘 토론토에서 천섬이 있는 킹스턴까지 3시간
킹스턴에서 퀘벡까지 5시간을 달리는 여정이기에 사실 나는 오늘 퀘벡에 도착해서는 저녁만 먹고
퀘벡시티 관광은 내일 아침에 하면 어떨까 하고 기대했었다
저녁엔,
그래도 한번 와봤던 경험으로
차나 칵테일 한잔 하면서 퀘벡시티의 밤거리를 거닐어보는 여유를 갖고 싶었다
그리고 관광은 내일아침 생생한 기운으로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이드는 오늘 저녁 퀘벡일정을 소화하려나 보다
서머타임 기간이라서 늦은 시간까지 해가 중천이긴 하다
호텔에 캐리어를 던지 듯하고 뛰어나오라는 명령(?)에 부산하게 움직인다
퀘벡 올드타운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호텔이 있어
천천히 걸어가면서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는 가이드도
이 퀘벡은 언제 와도 너무 예뻐서 설레인다고 한다
그만큼 예쁘다 이 도시가.
이 성벽을 걸어 나가면 올드퀘벡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도시의 가장 멋진 건물이라고 하면 역시 이 육중한 샤또프롱트낙 호텔이다
처칠과 루스벨트의 회담이 이루어진 호텔로 유명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모의하고 종전을 선언을 한 역사적인 장소다
이 호텔은 외관이 웅장하면서도 너무 예뻐 이 퀘벡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이 호텔 아래쪽의 나무로 되어있는 뒤프랭 테라스를 천천히 걸으며
세인트로렌스강바람을 맞으면 낯선 도시에서 느껴지는 설레임이 안온함으로 바뀐다
이 건물의 프레스코 벽화는 여전히 아름답다
퀘벡을 빛낸 인물들을 그린 벽화인데 바라보기만 해도 멋지다
이 아름다운 거리에 창문이 없는 건물이 흉물처럼 보여 시에서 전문가들을 대동해 벽화를 그렸다고 한다
이 건물의 주인은 그야말로 횡재(자본주의적 입장에서)를 했다고.
덕분에 우리는 잠깐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겠지
남편이 포즈를 아주 잘 취해준다
제법 모델능력이 있는 걸
이 빨간 문이 뭐라고 이리도 법석을 떠는지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공유가 이 문으로 툭 튀어나오고 뒤이어 영문도 모르는 채 김고은이 따라 나왔을 때의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고 새롭다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에 빨간문이 잘려있기에 돌아다니다가 다시 와서 몇 컷 찍었다
나 방금 이 문으로 슝~~나왔어요
이 문을 열고 한국으로 휘리릭 날아갈 거예요
힝~ 어설프기 그지없다
한국인들만 열심히 사진을 찍는 줄 알았는데 다시 이곳에 왔을 때
외국인부부가 중,고교생쯤 되는 딸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고 있다
어설픈 영어로 한국드라마 도깨비를 아느냐고 하니
그 딸이 너무나 반가워하며 큰 소리로 대답한다
예스!
내가 바로 그 도깨비의 나라 한국에서 온 사람이야 했더니
리얼리?
하면서 손이라도 잡고 좋아할 기세다
어깨 으쓱해지는 순간
이제 K컬처는 정말이지 세계적이다
쁘띠 샹플랭거리, 르와이알 광장 등등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가게가 조명을 내기 시작하고 예쁜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목 부러지는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거리가 정말 예쁘다
전엔 햇살 좋은 오전에 이 거리를 즐겼는데 이번엔 밤 풍경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목 부러지는 계단'이란 이름이 붙은 배경엔 여러 설들이 있지만
귀족들이 사는 윗동네에 아랫동네에 사는 서민들이 자꾸만 이 계단을 통해 올라오려고 해
귀족들이 계단아래로 밀어버려서 그랬다는 설도 있고
아랫동네 선창가에서 술을 마신 취객들이 이 계단을 오르다 아래로 굴러 목이 부러지는 일이 많아
그리 붙였다는 설이 있는데
난 후자가 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 한국인 관광객~~
조심해서 올라가요~~~
그런데 여기서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차이점이 발견된다
나는
이 거리의 모든 것들이 다 예뻐 한없이 돌아다니고 싶은데
남편은 다이내믹한 것이 없으니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곳이 그렇게 예쁜 거야?
잉???????
화성남자네~~~
그래서 잠시 버스킹을 들으며 앉아 쉬기로 한다
지나가던 일행 중 한 사람이 우릴 찍어준다며 한컷 남겨줬다
이런 편안한 시간이 남편의 에너지를 충전시켰던 것 같다
근데 사진으로 보니 여기 보도블록 난간이 무척이나 많이 부서져있네
거리 보수 좀 해야겠군요
가게 이곳저곳 들락거리며 기념품도 사고 구경도 해야 했는데
가게영업을 일찍 끝낸 곳이 많아 그냥 윈도쇼핑만하며 걸었다
우리 남편은 그걸 너무나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이 가게들을 다 들락거렸다면 나 쓰러졌을거야 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같다.
버스커들의 음악을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버스커에게 지폐를 넣으며
딸들과 유럽여행을 할 때 5유로짜리 동전을 넣으려는 나를 한사코 막아서던 짠딸이 생각났다
그래서 버스커 앞에서는 꼭 짠딸한테 동전 검열을 받아야 했다
엄마는 씰데없이 통이 크다고...
여기서는 검열관 없으니 내 맘대로 넣기
지친 남편 끌고 너무 늦게까지 돌아다녔나 보다
갑자기 하늘이 더 깜깜해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커피 한잔 할 카페를 찾아가려는데 말이다.
이러다 비 맞겠어하며 서둘러 호텔로 발길을 돌렸는데
갑자기 비도 속력을 높인다
거의 뛰다시피 걸었지만 비를 맞으며 호텔로 들어와야 했다
젖은 옷 말리며 내일 이른 아침 다시 퀘벡의 아침거리를 걸어볼 생각이다
그런데~~
첫댓글 동전 얼마짜리 넣었는지~
아빠 벽화에서 찍은 사진 너무 자연스럽네
동전 없어서 지폐 넣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