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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사랑] 17
씬1. 시골집앞, 밤.
상우모, 손으로 상우의 허리춤을 움켜쥐고 집 앞을 나오고 있다.
정국, 트럭 문 열고 서서 한심스럽고 답답한 얼굴로 그런 상우 보고있고.
주인여자, 대문에서 빼꼼히 내다보며, 놀란 얼굴로 혼잣말하는. '무슨 일이야, 이게..'
상우모 : (상우를 트럭있는 곳으로 끌고 데리고 가며, 단호하게, 큰소리) 나와, 이놈.
집에 가서 어디 너죽고 나죽고 한판 붙어보자, 이 썩어 문드러 질 놈.
상우 : (끌려가며, 울 듯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이거 좀 놔요, 제발!
상우모 : (아랫도리 여전히 잡고, 상우 머리통 때리며) 놓긴 뭘놔, 니놈 도망가라고 놔! 천하 재수없는 기집애한테 눈이 돌아가서,
에미 버리고, 조강지처 버리고 줄행랑을 놔! (다른 한손으로, 상우 패며) 죽어도 안 썩을 놈, 이놈!
정국 : (굳은 얼굴로, 상우모와 상우 옆으로 와서, 상우의 멱살을 잡아서 트럭에 태우며) 어머니 앞에서
개망신 당하고 죽사발되기 전에 타라면 타, 자식아.
상우 : (잡혀, 끌려가며 몸부림치며, 울 듯이 소리치는) 제발 나좀 놔둬요, 제발! 차리리 죽은 자식 치란 말이야!
씬2. 시골집 근처, 가게안.
옥희,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담배 두갑 꺼내는 여주인하고 얘기하고 있다.
주인 : 담배 한보루씩 사. 매일 귀찮게 한갑두갑씩 사지 말고.
옥희 : (어색한 웃음지으며) 담밸 많이 사놓면, 너무 많이 펴서요. 담배 아껴피면 건강 덜 해치잖아요.
주인 : (돈 받고, 웃으며) 신랑 몸 생각 끔직이도 하네.
옥희 : (담배 받아들고) 수고하세요. (하고, 나가고)
씬3. 가게밖.
옥희, 가게서 나와 집 쪽으로 가는데,
그 옆을 정국의 트럭 스쳐 지나가는.
인써트 - 차안.
상우, 눈가 그렁해 속상한 얼굴로 창에 자기의 머리를 박고, 크게 아우!하고 등받이에 기댔다, 고개숙였다 하며 괴로워하고.
옥희, 집 쪽으로 가고.
씬4. 시골집, 마당.
옥희, 대문 들어서서 방으로 가려하는데, 옥희의 등뒤에서,
주인집 문 열리는 소리나고, 옥희, 돌아보면.
여주인 '새댁, 새댁!'하고 부르며 나와, 옥희에게로 오는.
여주인 : (걱정스런 얼굴로) 클났어, 클났어.
옥희 : (무슨 일인가 싶다) ..
여주인 : 지금 방금 새댁 신랑엄마란 사람이 와 가지고 신랑 멱살을 잡고 막 질질 끌고 갔어.
옥희 : (두려운, 놀라는) ?!
씬5. 시골집 앞.
옥희, 눈가 그렁해, 집에서 뛰쳐나와 큰 길 쪽으로 뛰어가는.
씬6. 도로, 달리는 정국의 차.
씬7. 차안.
상우, 서글프고, 맘 아픈 얼굴로 창에 얼굴 기대고 가는.
씬8. 국도길.
옥희, 어디로 갈지 몰라 두리번 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대는 '상우씨.... 상우씨'
그러다 엉엉 울며,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상우씨!'하며, 우는.
씬9. 상우의 집, 전경, 밤.
씬10. 상우의 방안.
영숙, 서글픈 얼굴로 방 한가운데 멍하니 앉아있다.
상우 : (E) 저, 이혼 할거예요.
씬11. 상우모의 방안.
상우, 오기 어린 얼굴로 앉아있고, 상우모, 그런 상우 기막힌 듯 보며.
상우모 : 다시 말해봐, 뭐 이혼을 해?
상우 : (안보고, 단호한) 그래요.
상우모 : (어이없는) 너..미쳤냐?
상우 : (상우모보며, 맘아프고 죄송하지만, 단호하게) 부부가 살다, 서로 싫어지면, 이혼, 하는 거예요.
상우모 : (노여워, 소리치는) 그걸 말이라고 해, 이놈아! 못배워 먹은 년이랑 바람나 가지고, 조강지철 버리는 놈이 세상에 어딧어!
큰길 나가 물어봐라, 이놈아, 조강지처 버리고 새살림 차려서 잘되는 놈 있는지!
상우 : (속상하고 맘아프지만, 소리치는) 엄마가 옥희 만나나 봤어요! 못배워 먹긴 누가 못배워먹어요!
진짜, 큰길 나가 물어볼까요? 새장가 들어 잘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상우모 : (같이 소리치는) 이 누무 자식이 그래도 입이 살아, 말을 하지, 이놈! 어디서 조강지처 버린다는 말이 넙죽넙죽 나와!
(하며, 등짝치는)
상우 : (지지 않고, 소리치는) 조강지처 다 옛말이예요, 알아요!
상우모 : (어이없고, 맘아퍼 보면)
상우 : (눈가 붉어져, 큰소리로 말하는) 엄마 시대때나 한번 결혼해서 죽을 때까지 사는 거지, 요즘 시댄 달라요.
만나서 살다가 싫으면, 한번도 이혼하고, 두 번도 이혼하고, 세 번도 이혼할 수 있어요! 서로 좋아 만났어도
맘 변하면 헤어지는 게 요즘 사람들이라구요! 이혼같은 거 죄댈 것도, 흉댈 것도 없는 세상이라구요!
상우모 : (어이없고, 기막히고, 속상한) 그걸..말이라고 하냐, 이놈아..좋다, 갈라서. 에미 죽이고 갈라서, 이놈!
하며, 등짝 패는데, 그때, 문 벌컥 열고 문 턱에 서서 영숙 말하는.
영숙 : (가라앉은, 단호한) 어머니, 그만 하세요.
상우모 : (영숙 보면)
영숙 : (고개숙이고, 한숨 씩씩 쉬는 상우보며) 당신 맘대로 해.
상우 : (영숙 보면)
상우모 : (걱정스런, 영숙보며) 너, 무슨 말 할라그러냐?
영숙 : (상우만 보며) 낼 서류 준비할게, 이혼해. 그럼 되는 거지?
상우모 : (놀라) 영숙아.
영숙 : (상우보다, 문 닫고)
상우모 : 영숙아. (하며, 따라 나가고)
상우 : (속상하고, 화나, 머리 벅벅 긁으며) 어우! (하고, 눈가 붉어져, 한숨 씩씩 쉬는)
씬12. 시골집 방안, 어스름한 새벽.
옥희, 벽에 기대, 상우 옷을 안고, 넋이 나간 듯 멍하니, 눈가가 젖어서 앉아있다. 꼬박 울다 밤을 샌 것 같은.
그러다 전화기에 눈이 가고, 옥희 눈물 닦고, 전화기 쪽으로 앉은 걸음으로 기어가, 전화기 잡고 용기내어 버튼누르는.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옥희 : (조심스레) 여보세요?
그때, 메시지들리는.
상우 : (E, 밝은) 진상우 핸드폰입니다. 메시지 팍팍 남겨주십시오.
옥희 : (상우 목소리가 들리자, 상우가 그리운)
삐소리나고, 음성메시지로 넘어가는 안내메시지 들리고.
옥희 : (버튼누르고, 조심스레 말하는) 상우씨, 나, 옥희예요. (울음날 것 같은, 참으며) 어디..갔어요? 집에 갔어요?..
어제 집에 오니까, 아줌마가 상우씨, 어머니 오셨다구... (눈가 닦고) 상우씨...나...나, 어디 안가고, 집에 있을 거거든요.
연락줘요. 기다릴게요. (하고, 버튼 누르고, 전화 끊고, 울음 참는)
씬13. 상우모의 방안.
상우모, 상우(쪼그리고 초라하게) 나란히 누워 자고 있고.
한쪽에 벗어논 상우 옷 안에서 드륵드륵 하며 음성메시지 진동음이 들리는.
씬14. 상우의 방안, 아침.
영숙, 밥맛 없지만, 우적우적 억지로 밥을 떠먹고 있고, 상우모, 속옷 차림으로 그런 영숙 보며, 걱정스레 말거는.
상우모 : 영숙아, 나랑 말 좀 하자, 엉?
영숙 : (안보고, 밥만 먹으며) 저, 할 말 없어요, 진지나 드세요.
상우모 : (속타는) 영숙아.
영숙 : (수저 놓고, 상우모 보며) 어머니.
상우모 : 어, 그래, 말해.
영숙 : (다부진, 담담한) 저희들 일,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상우씨가 아무리 어머니 자식이래도 어머니 맘대로 안되요.
저 역시도 어머니 맘대로 안되고요. 그러니까, 우리 일 때문에 이제 그만 신경 쓰세요.
(하고, 일어나, 바닥에 놓인, 웃옷 들고 나간다)
상우모 : (나가는 영숙보며) 얘, 영숙아... (하다가, 어우하며, 한숨쉬는) ...
씬15. 주방 + 거실.
영숙, 물 벌컥벌컥 마시고, 현관으로 나가려다 상우모 방쪽 보는, 그렇게 잠시 있다, 상우모의 방문 여는.
씬16. 상우모의 방안.
상우(속옷차림), 까칠한 얼굴로 담배 피우고 있는데, 영숙, 문 여는.
상우 : (영숙 보면)
영숙 : (담담하고, 감정 없는 목소리로) 밥 안 먹어?
상우 : (외면하며) 됐어.
영숙 : 밥 먹어. 자기 말한대로 해줄테니까.
상우 : (미안하게, 보면) ?
영숙 : 나, 지금 서류 떼러 가. 서류 떼면 도장 찍고, 바로 법원가자.
상우 : (외면하고, 가만 있는, 맘 안좋은)
영숙 : (그런 상우보며, 담담하게) 니가 그렇게 원하는 이혼해준다는데, 안 반갑니?
상우 :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숙이고 있는)
영숙 : 죽상하지마. 나한테 미련있는 것처럼 보여.
상우 : (미안한, 진심으로) 미안하다.
영숙 : (맘아프지만, 애써 숨기며, 차갑게) 이제 보니까, 너두 인간이구나, 미안한 줄도 알고.
상우 : (고개 숙이고) ......
영숙 : (문 닫고, 나가는)
씬17. 상우의 집앞.
영숙, 눈가 붉어져 오기어리게 이 앙다물고 성큼성큼 가는.
씬18. 상우모의 방안.
상우, 속상한 얼굴로 고개 숙이고 앉아있다가, 벗어논 옷가지에서 핸드폰 꺼내면 메시지 와있는 표시보이고,
상우, 마른침 삼키고, 조용히 일어나 문 잠그고, 핸드폰 켜 버튼 누르고 메시지 듣는.
음성메시지 : (E) 메시지가 두 개 있습니다. 첫 번째 메시집니다.
옥희 : (E, 조심스레) 여보세요. (그리고, 끊기는 소리)
상우 : (맘아픈, 다시 버튼 누르면)
옥희 : (E) 상우씨, 나, 옥희예요. (울음날 것 같은, 참으며) 어디..갔어요? 집에 갔어요?
..어제 집에 오니까, 아줌마가 상우씨, 어머니 오셨다구...이제 우리 어떡해요?
(눈가 닦고) 나, 어디 안가고, 집에 있을 거거든요. 연락줘요. 기다릴게요. (하고, 끊기는 소리나는)
상우 : (옥희의 메시지를 듣는내내, 맘아퍼 눈가가 붉은, 핸드폰 닫고, 심호 흡하고, 바깥 눈치한번 보고,
핸드폰 다시 켜서, 버튼 누르는)
씬19. 시골집, 방안.
텅빈, 방안에 벨만 울리는.
씬20. 상우모의 방안.
상우, 걱정스런 얼굴로 핸드폰으로 전해오는 벨소리듣고 있다가, 핸드 폰 닫고, 한숨쉬며 답답한.
씬21. 농기계가게, 근처.
옥희, 초라하게 혹시라도 상우가 있을까 싶어, 가게쪽 건너다 보는, 그러다 가려는데,
그때 가게쪽에서 문소리나고, 사람 나오는 소리에 고개 돌려보는.
인써트 - 가게앞.
철수, 아내와 함께 가게서 나오며 말하는.
아내 : 자기 친구는 뭐 그런 친구가 있어. 말도 없이, 가겔 안나오면 어떡하겠다는 거야.
철수 : 그러게. (하며, 오토바이 타고) 다녀올게.
아내 : 조심해.
카메라, 가게 쪽에서 옥희 쪽으로 이동하면.
옥희, 속상해 울 것 같은 얼굴로 뒤돌아 집 쪽으로 가는.
씬22. 한방의 방안.
만득(부시시한 모습)과 용배, 커피 마시며 얘기하고 있다.
만득 : (용배, 안보고) 작은 돈이면 내가 말도 안한다. 현찰로 6천이야. 나쁜 새끼.
용배 : (눈에 힘주고, 만득 얘기 심각하게 듣는)
만득 : (용배, 눈치 슬쩍 보며) 그 돈만 있으면, 새롭게 뭐든 시작해 볼텐데..너한테도 한무더기 떼서 주고.
용배 : 그 자식이 지금도 그 돈 가지고 있을까?
만득 : (옳다커니 싶어, 용배 보며) 그럼. 내가 빵에서 나와 찾아가 봤는데, 고급아파트에 자가용까지 몰고 다니더라니까.
그때, 나랑 금은방 턴 게, 큰 거 두 장 정도는 되거든. 그거로 아주 기반을 탄탄히 잡았드라구.
용배 : 그렇게 돈이 있으면서 형 돈을 왜 안줘.
만득 : 그러니까, 나쁜 새끼래지, 내가.
용배 : (눈만 들어, 만득 보며, 힘주어 말하는) 그 돈, 내가 받아주까?
씬23. 나이트 안(영업전).
용배, 재수 테이블에 앉아있다.
용배, 웨이터복 종이백에 담긴 것 재수주며.
용배 : 이거 웨이터복이거든. 지배인한테 반납 잘시키고, 이번달 월급은 니가 챙겨서 내 통장으로 붙여라.
재수 : 갑자기 직장을 왜 그만둬? 대체 이유가 뭐야?
용배 : (담배 피우며) 말했잖아, 서울 싫어서 바닷가 내려간다구. (연기 뿜고) 내가 배 사면 연락할게. 너두 맘 있으면 내려와라.
솔직한 말로 서울 살면 뭐하냐? 드런 공기 마시고 폐만 나빠지지.
재수 : (답답한 한숨쉬며) 만득이 형하구 무슨 일 꾸미지?
용배 : (말하기 싫어, 담배 챙겨 일어서는)
재수 : (일어나며) 그 형이 빵에서 나오자마자 별로 친하지도 않은, 형 찾는 것부터가 이상했어.
용배 : (주머니에 담배 넣고) 담에 또 연락하자.
재수 : (일어나, 용배 어깨 잡고 소리치는)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냐구?!
용배 : (담담하게) 잘지내. (하고, 나가고)
재수 : 형!
씬24. 길거리, 공중전화안 + 밖.
용배, 밖에서 공중전화로 들어와 전화하는,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만득 : (E) 여보세요?
용배 : 어, 형 나야. (사이) 준비됐어. (사이) 그래야지, 일치르면 바로 떠야지. 그래..난 아무때나 좋으니까, 형이 준비 되는대로
날 잡아. 알았어. 나두 일 질질 끄는 거 싫으니까, 한번에 끝내자고. (한숨쉬고, 단호한) 걱정마. 내 주먹 아직 쓸만하니까.
씬25. 구청 안.
영숙, 서류 신청해놓고, 앉아서 기다리는, 잠시 굳은 얼굴로 있다가, 속이 안 좋은지,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고.
그때, 구청여직원 '오영숙 손님'하고 부르는.
영숙, 직원 쪽으로 고개 돌리고 확인하고 일어나 가면,
여직원 : 이혼서류신청 하셨죠?
영숙 : (담담하게) 네.
씬26. 구청 밖.
영숙, 구청에서 나와 담담한 얼굴로 걸어가다 다시 속이 안좋은지,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벽쪽에 가서 욱욱하고 헛구역질하는,
그러다 문득 임신인가 하는 생각드는,
씬27. 산부인과(1부에 갔던 병원) 앞.
영숙, 그 앞에서 머뭇대다가, 맘잡고 큰 길 쪽으로 가려고 걸음 옮기다가 다시 맘다잡고 병원으로 들어가는.
씬28. 상우모의 방안.
상우, 세수한 얼굴로 양말 신고, 옷 입고 문 열고 나가는.
씬29. 거실.
상우, 방에서 나오는데, 상우모, 비닐 봉지 들고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상우 : (문소리에 현관쪽 보면)
상우모 : 어디 갈라구 나와?
상우 : (외면하며) 목욕탕 좀 갈라구요.
상우모 : 날 더운데 집에서 하면 되지, 목욕탕을 왜 가.
상우 : 답답해서 그래요, 바람도 쐬고 싶고.
상우모 : (거실 한쪽에 앉으며, 혼잣말처럼) 바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 있는 놈이, 무슨 바람을 더 쐬.
(상우에게) 이리와 앉기나 해.
상우 : (마지못해, 상우모 앞에 앉는)
상우모 : (봉지를 탁 소리나게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이게 뭔줄 아냐?
상우 : (봉지 보고, 상우모 보면) ?
상우모 : (상우 눈 보며, 담담하게) 니들 일은 니들이 알아서 한다니까, 내 뭐 더 입 아프게 말할 것도 없고.. 좋다, 이혼해.
상우 : ?
상우모 : 그런데,
상우 : 그런데, 뭐요?
상우모 : 에미는 니들 이혼하면, 그 즉시 (봉지 가리키며) 여기 이 쥐약 먹고, 황천행 할 줄 알어.
상우 : (속상한)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지금?
상우모 : 왜 말이 안되냐? 니들은 니들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왜 나는 나하고 싶은대로 하면 안되냐?
상우 : (답답한) 엄마!
상우모 : 너는 내가 앞 뒤 꽉막힌 꼰대라서 이런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아무리 머릴 굴려봐도 니들이 갈라서서 좋을 게 없을거 같애. 영숙인 영숙이대로, 너는 너대로 지금보다 날게 없어.
(일어서며, 봉지 들고 담담하게) 에미가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면, 이혼을 하든, 다시 집 을 나가든 니 맘대로해, 이놈아.
(봉지 상우에게 들어보이며) 난 이 거 마셔버림 그뿐이야. (하고, 방으로 들어가고)
상우 : (답답해, 가슴 치며) 돌겠네, 증말.
씬30. 카페 안.
영숙, 쥬스를 앞에 놓고 생각이 많다.
그런, 영숙의 얼굴 위로 의사 이펙트.
의사 : (E, 밝은) 임신 2개월 입니다. 태아는 아주 건강합니다. 그런데 산모가 몸이 허약하네요.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췰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영숙 : (한숨쉬고, 답답한)
그때, 명자, 문 열고 들어와 영숙 보고 자리로 가 앉는다.
영숙, 그제야 명자 보고,
영숙 : 왔어.
명자 : (굳은 얼굴로) 너 어디 갔다 온거야?
영숙 : (외면하며) 서류 떼고 왔어.
명자 : 얘가..얘가, 가만있음 원래로 돌아갈 걸, (버럭) 너 왜 그래?
영숙 : (담담하게, 쥬스 마시며) 조용히 해. 애 떨어져.
명자 : (대수롭지 않게) 애는 배구?
영숙 :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데서 음악도 듣고, 밥도 먹고 그러고 들어가자. 시간 되지?
명자 : (답답한) 이혼서류 밟아놓고, 분위긴.
영숙 : 혼자 이런데 와서 청승떨기 싫어서 언니 부른거야. 나 대신 언니가 청승 떨 생각이면 도로 가.
명자 : (답답해 한숨쉬는데)
그때, 종업원 와서 '식사 왔습니다' 하며 돈까스 두접시 놓는다.
명자 : (영숙 보면) ?
영숙 : 내가 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괜찮지?
명자 : 이 마당에 이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영숙 : (맛있게 먹으며) 맛만 좋다. 식어 먹어.
명자 : 그래 (포크 들며) 돈 아까워 먹긴 먹는데,
영숙 : (그때, 욱욱 다시 구토하며, 화장실로 뛰어들어간다)
명자 : (조금 멍한 얼굴로 화장실로 가는 영숙 보며) 왜 저래. (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
인써트 - 상우의 집안에서 상우모가 하던 말 인써트(앞씬에 없는 것 임)
상우모 : 영숙인 아니래는데, 아무래도 내눈엔 걔가 입덧을 하는 거 같다, 명자 너 그런 낌새 못챘니?
명자 : (포크 놓고, 서둘러 화장실 쪽으로 가는)
씬31. 화장실.
영숙, 세면대에 울렁증 나는 얼굴로 손 닦고 있다.
그때, 명자 들어와 영숙 팔 나꿔채며.
명자 : (단호한) 병원 가봤어?
영숙 : (안보고) 체했대. (하며, 나가려는데)
명자 : (다시 돌려세우며, 못믿겠는 얼굴로) 체한 애가 돈까스 시켜먹니?
씬32. 공장 안.
미숙, 전화 받고 있다.
미숙 : (믿기지 않는 얼굴로) 그래요. 언제 왔어요?
소희 : (옆에 와, 미숙 보며) 상우, 왔대니?
씬33. 상우의 집, 거실.
상우모, 전화하고 있다.
상우모 : (어색한 웃음지으며) 어젯밤에 왔어요. 뭐 세상 사는게 갑자기 지겨 웠다나 어쨌다나, 상우 얘가 아직 젊어가지고
불쑥불쑥 그렇게 애처 럼 방황할 때가 있거든요. (손사래까지 치며) 여자랑 그런 거 아니예요. 영숙이랑 금슬이
얼마나 좋은데..아이고 그런 문제 절대 아니에요. 친구랑, 여행가고, 술먹고 카드쓰고, 그게 이 에미한테 혼날까봐.
그때, 상우, 상우모방에서 밥상 들고 나오다, 상우모 전화하는 거 보고 뭔가 싶어, 서 있는.
상우모 : 상우가 겁이 많잖아요. 저, 그건 그렇고, (상우눈치보고) 저 잠깐만요. (하고, 상우에게, 사납게) 밥상 부엌에 갔다놔!
상우 : (떨떠름하고, 답답한 얼굴로 밥상 들고 주방으로 가고)
상우모 : (전화에 대고 상냥하게) 아직 사람 안 구하셨죠?
씬34. 공장 안.
미숙 : (떨떠름한) 상우가 여기 임대료랑 기계랑 가져가야 뭐 제대로된 사람을 구해도 구하겠죠.
소희 : (궁금한) 뭐래?
미숙 : (소희 툭 치며, 가만있으라고 인상쓰고) 알았어요, 아주머니. 어찌됐든 일단 공장에 나오라고 하세요, 네. 네. (하고 끊으면)
소희 : 상우 나온대?
세오 : 형 온대요?
화순 : 아저씨 온대요?
하고, 거의 동시에 말하는.
미숙 : (자리로 가며) 그렇대.
소희 : (얼른 미숙 옆으로 가서 묻는) 옥희는?
미숙 : (일 준비하며) 둘이 같이 안있었대.
소희 : 그럼 뭐야, 딴 기집애가 있었던 거야?
미숙 : (안 믿지만, 말만 그렇게하는) 여자랑 같이 있었던 게 아니라, 방황 했대.
소희 : (반색하며) 어휴, 어쨌든, 잘됐다, 걔 오면 이제 일 좀 되겠네. (하며, 자리로 가고)
화순 : (웃으며) 정말 잘됐다.
세오 : (일 준비하며) 나쁜 형, 오기만 해봐라. 나만 죽도록 고생시켰지, 가만 안 있는다.
미숙 : (일하며, 혼잣말) 상우 이게 지혼자 있었음, 옥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궁금하네, 증말.
씬35. 달리는 고속버스 안.
옥희, 잔뜩 긴장하고 불안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다.
씬36. 달리는 버스의 뒷면.
서울행, 안내 표시판 보이는.
씬37. 상우모의 방안.
상우(답답한), 상우모 앉아있다.
상우모 : (빨래 개며) 낼부턴 일나가.
상우 : ......
상우모 : 오늘밤부턴 건너가 자고.
상우 : (다시 한번 떼 써보려는) 엄마.
상우모 : (보면) ?
상우 : 옥희가요, 착한 여자에요. 엄마한테두 잘할 거구, 나한테도 너무너무 잘해요. 나, 그 여자랑 살게요, 예?
상우모 : (담담하게 상우 보다, 말없이 봉지속에 든 약 꺼내, 병마개 돌리는)
상우 : (놀래, 병 뺏으며) 엄마!
상우모 : 나는 영숙이가 좋아. 니 놈보다 영숙이가 좋아. (노여운) 에밀 버릴 만큼 남잘 독하게 만드는 기집년보단
내 옆에서 궂은 일 마다 않고 살림해주는 영숙이가 좋아, 알어, 이놈아!
상우 : (울 것 같은 얼굴로, 약병 들어 보이며) 이거, 엄마가 아니라 내가 마시고 싶어요, 알아요?
씬38. 시장일각.
영숙, 여자(커피 파는, 1부에 나왔던)와 웃으며(그닥 밝지 만은 않은) 빵 먹으며 서서 얘기하고 있다.
여자 '정말 커피리어커 팔거야?'하고, 영숙, '임자나 알아봐'하고.
카메라 한쪽으로 돌아가면, 명자, 그런 영숙을 관찰하듯 보고 있다. 그때, 뒤에서 정국(자전거 타고) 명자 부르는.
정국 : 동주 엄마 뭐하냐?
명자 : (조금 놀래, 정국보고)
정국 : 가게 안 지켜?
명자 : (정국에게로 와서) 나, 병원 들렀다가 상우씨 좀 만나고 올게, 당신 이 가게 좀 지키고 있어.
정국 : 병원을 들러?
명자 : 아무래도 영숙이 애 밴 거 같애.
정국 : 뭐?
명자 : 다녀온다. (하고, 가고)
정국 : (가는 명자 보다, 영숙 보고)
영숙 : (정국이 보는 줄 모르고, 여전히 어색하게 웃으며, 얘기하며 빵 먹고)
씬39. 거리공원.
근로사업하는 사람들 나무를 가위로 자르거나, 꽃에 물을 주고 있다.
한방, 남자(앞에서 나왔던)와 실랑이를 하고 있다.
한방 : 이 형 웃기네, 왜 부조를 안해? (하고, 주머니에서 돈 꺼내 보이며) 반장도 하고, 이씨, 김씨 다했는데.
남자 : 얌마, 결혼식도 안하고 부조 받는 놈이 세상에 어딧냐?
한방 : 몇번을 말해. 미숙씨랑, 나랑은 이 나라 경제를 위해서, 호화결혼식은 안하기로 했다니까.
그 대신 집에서 밥은 먹여줄테니까, 잔말 말고, (손내밀며) 부조하슈.
남자 : 난 못해.
한방 : (버럭) 왜?!
남자 : 자식아, 염치 좀 있어라. 앞전에 세 번 결혼하면서 그렇게 부조 받아 먹었음 됐지, 또 부조를 하라고?
한방 : 형, 부조란 말이야. 세 번이든 네 번이든 하는게 도리야. 내가 몇번 씩 부조받는게 배아픈 모양인데,
형두 지금 형수랑 갈라서고, 또 새 장가들면 내가 부조안하겠수, 하지?
남자 : 그렇게 부조가 받고 싶냐?
한방 : (고개 끄덕이면)
남자 : 너 (손가락으로 하늘 가리키며) 저기 높은데 가면, 그때 내가 상가가서 부조할게.
한방 : 뭐?
남자 : (웃으며, 일하고)
그때, 재수 뛰어오며,
재수 : 한방이형!
한방 : (재수 쪽으로 돌아보면)
재수 : (그 자리에 서서 손으로 한방 오라고 하는)
한방 : (반장, 눈치보며, 재수에게로 가서) 니가 어쩐 일이냐?
재수 : 형, 용배 형 좀 말려, 용배 형이 아무래도 큰 일 꾸미는 거 같애.
한방 : ?
씬40. 놀이터(학교안도 괜찮음).
용배, 재민 그네에 앉아 편하게 얘기하고 있다.
용배 : (웃으며) 그래서 니가 팼어?
재민 : 어.
용배 : 등치가 산만하다며, 그 놈이 정말 니 주먹에 뒤로 넘어 가?
재민 : 그랬다니까.
용배 : (웃으며) 나 닮아서 주먹은 쌘가보네. 그래도 주먹 함부로 쓰지맘마.
재민 : 걔가 날 놀려서 그런거지, 나 주먹 안써.
용배 : 너, 아빠랑 피씨방 갈래?
재민 : (반색) 정말? (벌떡 일어나, 용배 손 끌며) 빨리 가, 빨리.
용배 : (일어나며, 웃으며) 알았어.
재민 : (웃으며, 떼쓰는) 빨리.
용배, 재민 번쩍 들어, 목마 태우고 '그래, 가자'하며 뛰는.
씬41. 공장 근처.
옥희, 공장 쪽을 건너다보며, 망설이는. 그러다 공중전화 찾아서 가는.
씬42. 공중전화 부스 안.
옥희, 조심스레 전화기 들고 있고, 신호음 가는 소리 듣는.
그러다, 신호음 떨어지면, 긴장하는.
세오 : (E) 여보세요?
옥희 : (얼른 전화 끊고, 서글픈 얼굴로 가만있다가, 나가는)
씬43. 공원(5부에 왔던).
옥희, 가만 앉아 상우 생각하는.
상우, 이펙트 들리는.
상우 : (E) 여기 좋죠? 일하다 힘들면 가끔 오는 덴데, 공장식구들도 여긴 몰라요. 옥희씬 내가 특별히 덱고 온 거예요.
만약 공장에서 내가 없 어지면 여기서 바람쐬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세요.
옥희 : (눈가 붉어져, 주변 둘러보고, 자기도 모르게 말하는) 상우씨...
씬44. 상우의 집 앞.
명자, 상우(영문을 모르겠는 얼굴이다)의 손을 이끌고 나오고, 상우모 뒤따라 나오며 말하는.
상우모 : 동주야, 너 왜 그래?
명자 : (상우 손만 끌고 가며) 어머니한텐 나중에 말씀 드릴게요, 좋은 일이니까, 아무 걱정 마시고 집에 계세요.
상우 : 누나 이 손 좀 놔요.
명자 : 일단 따라와 봐요. (하고, 손목 끌고 빠른 걸음으로 가는)
상우 : (따라가며) 누나...
상우모 : (가는 상우와 명자 보며, 무슨 일인가 싶은)
씬45. 병원 앞.
명자, 안들어가려는 상우 등을 밀며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는.
상우 : 내가 여길 왜 들어가?
명자 : (끌고 가며) 들어가 보면 알어, 조용히 암말 말고, 들어가 봐.
상우 : (울상) 누나.
명자 : (상우 끌고 병원으로 들어가고)
씬46. 병원 안.
상우와 명자 앉아서 의사의 얘기 듣고 있다.
상우 : (O, L, 놀라 굳은, 가라앉은) 뭐라구요?
의사 : (웃음 진) 오영숙씨가 임신이라구요.
상우 : (순간 멍해지는) ?!
명자 : (상우 보고, 의사 보며, 다시 확인하듯 묻는) 몇 개월이라 그러셨죠?
의사 : 아까 말씀 드렸잖아요. 이개월 좀 넘었다고.
상우,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있는데, 그런 상우의 얼굴위로 두사람 얘기소리 들리는.
명자 : 애긴 건강하죠?
의사 : 그럼요.
명자 : (상우 눈치보며, 들으라는 듯) 3대독자라 신경이 워낙 쓰이거든요.
의사 : 아, 그래서 이렇게 몇번씩 확인을 하시군요.
상우 : (넋 나간 사람처럼, 힘없이 일어나 나가는)
명자, 의사 : (나가는 상우 보는) ?
씬47. 병원 밖.
상우, 병원 문 열고 나와 계단에 앉아 멍하다.
씬48. 리어커 보관소.
영숙, 리어커 끌고 보관소로 가고 있다.
카메라, 한쪽으로 돌아가면 상우, 한쪽에 서서 그런 영숙을 눈가 붉어져 보고 있다가, 돌아서서 가는.
씬49. 흑석동 가는 한강 대교, 저녁 무렵.
상우, 생각 많은 얼굴로 걸어간다.
회상.
1, 백화점.
영숙과 둘이 아이용품 보며 웃던.
2, 방안.
상우, 자기배에 베개 넣고 임산부처럼 걸으며 '니가 앨 배면 이렇게 되는 거지, 이렇게'하며 웃고,
영숙, 그런 상우 보며 깔깔대고 웃고.
그때, 상우모 '잘 시간에 왜 이렇게 시끄러!'하고 밖에서 소리치고.
두사람, 놀라, 이불로 들어가, 웃고.
3, 거실.
상우와 영숙, 분위기 좋게 밥 먹는.
영숙 : (웃으며, 애교 피는) 정말 애만 나면 나한테 잘해줄거야?
상우 : 물론. 지금 보다 최하 천배는 잘할 자신 있다.
영숙 : 술도 안먹고 돈도 안쓰고, 바람도 안피고?
상우 : 거기다, 빨래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업어두 주고.
영숙 : (눈웃음치며) 그럼, 오늘 당장부터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봐야겠네.
현실.
상우, 난간에 기대 한강 보며 서있는, 멍하고 막막한 기분이다.
씬50. 거실, 밤.
영숙, 들어오고, 상우모, 그런 영숙에게 말거는.
상우모 : 어디 갔다, 오냐?
영숙 : (안보고) 일하고 왔어요.
상우모 : (영숙 팔 끌며, 자기방으로 가며) 나 좀 보자.
상우모, 영숙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문 닫는.
씬51. 상우모의 방안.
영숙, 상우모 앉아 얘기하고 있다.
상우모 : (웃는 얼굴로 영숙 두 손으로 얼굴 어루만지며) 고생했다, 애 갖느라.
영숙 : (착찹한, 외면하는)
상우모 : (영숙 손잡고) 내가 오늘 상우놈하고 얘기 많이 했다. 아주 눈물이 쏙 빠지게 알아듣게 말했어.
그랬더니, 알아듣는 눈치더라고.
영숙 : .....
상우모 : (영숙 눈치보며, 달래려고 말하는) 내가 저 놈한테 (손으로 바깥가리키며) 저 방 가라 말도 안했는데, 지가 무슨 맘인지
저 방으로 들어 가드라고. 이제 더는 불화 없을거다. 지가 지은 죄가 있으니까, 앞으로 너한테 더 잘할테고,
귀한 자식 얻었으니, 애기한테도 끔찍할거다. 그러니까, 지난 일은 미친개한테 물렸거니 생각하고, 다 잊어.
지금 당장 잊는다는 건 힘들겠지만, 노력은 해, 알겠냐?
영숙 : (안보고, 답답한) 저녁 드셨어요?
상우모 : 먹었지. 너는?
영숙 : 먹었어요.
상우모 : 입덧은 괜찮니?
영숙 : 주무세요. (하고, 일어나고)
상우모 : (그런 영숙 따라 일어나며) 나 오늘 가게 가 잘거야. 그러니까, 니들 둘이서 편하게 오손도손 얘기 많이 해, 어?
(영숙 엉덩이 쳐주며) 아이고, 이뻐라.
씬52. 상우의 집 앞.
상우모, 현관문 열고 나와 한시름 놓겠다 싶은, 얼굴로 걸어나가는.
씬53. 상우의 방안.
상우, 영숙 마주 앉아있다.
두사람, 앞에 서류 놓여있는.
상우 : (서류 보고, 영숙 보는, 영숙 안스러운) ......
영숙 : (안보고, 담담하게) 애 가졌다고 요즘 세상에 이혼 못할 거 없어. 애 때문에 어쩌구 저쩌구 그런 말은 우리, 하지 말자구.
(상우 보면)
상우 : (고개 숙이고, 서글프게 있는)
영숙 : (외면하며, 맘아픈, 맘에 없는 말) 낼은..이것저것 통장도 그렇고 정리 해야하니까, 법원은 모레쯤 가자.
적금 통장은 내가 가질게. 위자 료로. (상우 보며) 억울하면 말하고?
상우 : ......
영숙 : 말해봐, 나한테 적금통장 주기 아까워?
상우 : (고개 젓는, 그러다 나오는 눈물 닦고, 안울려 이 앙다무는)
영숙 : (맘아픈, 그래도 담담하게) 왜 그래? 위자료주기 아까워서 그래?
상우 : (맘아퍼, 외면하고) ......
영숙 : 나도 치사해서 돈 얘기 안하고, 깨끗하게 멋지게 끝내고 싶은데, (맘 아퍼, 눈가 붉어지는, 맘 다스리려 애쓰며, 단호하게)
자기두 알겠지만 이 세상이 어디 돈 없이 되니. 적금 그거 다해도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당장 쓸 돈은 되니까..
상우 : (울음 참으며, 이앙다물고) 우리 이혼하지 말자.
영숙 : (상우보는데, 눈물 그렁한, 원망스러운) .....
상우 : (울음 참으며, 가라앉은) 내가... 너한테... 많이 미안하다.
영숙 : (맘아픈, 애써 참으려하며) 내가 애 가진 게 그렇게 대단하니? 자기 마음도 속일만큼.
상우 : .....
영숙 : (맘아픈) 바람둥이도 순정은 있다드라. (맘아픈) 자기 그 여자 증말 좋아했지?
상우 : (외면하고, 눈물 닦는) ........
영숙 : (고개 돌리며) 애땜에, 싫은 나랑 살 필요 없어. 이혼해.
상우 : (영숙 못보고) 나 너 미워안해. 싫어도 안하고.
영숙 : 살고 싶진 않잖아.
상우 : (맘아픈) 아니야.
영숙 : (맘아픈) 나두 아니라고 믿고 싶다. (상우보며, 맘아픈) 자기도 알겠 지만 처녀적에 나, 결혼안하고 혼자 살고 싶었어.
결혼하면 뭐하나 싶었다구. 그런데 자기 만나서, (눈가 그렁한) 없는 살림이지만 꾸리고 살면서,
(눈물 흐르면 닦고, 격앙되지 말 것, 차분하게) 사실 행복 했어, 나. 맨날 툴툴 거렸어도, 친정집보다 이 집이 좋았고,
남들이 철없는 남편 만나 고생 한다고 말해도, 빈방에 누워 혼자 자는 것보다 당신이랑 등맞대고 자는게 좋았어.
(상우 눈보며) 아무리 우리가 사흘 걸러 싸우며 살았대도 솔직한 말로 웃고 떠들고 좋을 때가 더 많았어, 안그래?
상우 : .....
영숙 : 솔직히 말하면... (울음 왈칵 나는, 참고) 난 너랑 갈라서고 싶지 않아. 내가 어떻게 만든 가정인데.....
다른 여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혼이..내인생의 전부였어. 니가 그거 알어?
상우 : ......
영숙 : 돈 없고, 가진거 없는 너한테 시집오면서도 내가 얼마나 설레고, 아, 내 인생에 이제 빛이 드는구나 하면서 기뻐했는지,
너 아냐고?
상우 : (눈물 닦는)
영숙 : 말해봐, 알어?
상우 : (영숙 못보고, 고개 끄덕이며, 작게) 알어, 알어.
영숙 : (상우의 얼굴 두 손으로 들어, 눈 보며, 맘아픈) 안다구?
상우 : (못보고, 고개 끄덕이는)
영숙 : 나랑 살면서..다신 그 여자 생각안할 자신 있니? 난 그 여자처럼 고분고분하지도 못하고, 순하지도 않은데..
상우 : (맘아픈, 눈가 그렁해 영숙 외면하면) ...
영숙 : (맘아프게 그런 상우 보다가, 일어나 나가려다, 다시 상우보며) 나 너 안 믿어.
넌 그냥 지금 내가 청승 떠니까, 맘이 약해졌을 뿐이야. 다시 그 여자가 와서 울고불고하면 넌 또다시 약해질거야.
나 너 안 믿어. 한번은 몰라도 두 번은 안속아. (하고, 나가고)
상우 : (고개숙이고, 가만있는) .....
씬54. 공장 근처 일각, 밤.
옥희, 공장쪽 문을 건너다보면.
그때, 소희, 미숙, 세오 퇴근해 나오는.
옥희, 서둘러 몸 숨기고.
소희 : (걸어가며) 오랜만에 야근하니까, 몸이 다 쑤시네.
미숙 : (걸어가며) 그래도 일감이 많으니까, 기분이 좋다.
세오 : (웃으며) 난 낼 상우 형 온다니까, 기분이 더 좋은 거 같아요.
소희 : (미숙에게) 그나저나 넌 보조 안구해?
미숙 : 당분간 혼자 할래.
카메라, 뒤로 가면 옥희, 미숙, 소희, 세오 서글프게 보고 있는 모습 보이고,
옥희, 사람들 가는 모습 보다가, 공장으로 들어가는.
씬55. 공장 문 앞.
옥희, 계단 내려가 문 고리 잡아 당겨보는. 잠겨서 열리지 않는.
옥희, 공장문 턱(혹은 근처에 열쇠 둘만 한 곳)에서 열쇠 찾아, 공장 문 여는.
씬56. 공장 안.
옥희, 들어와 불켜고, 공장을 휘둘러본다. 지난날이 그리운 모양이다.
옥희, 옛날의 제자리에 앉아 불켜고 상우 쪽 있던 자리 보면.
인써트 - 상우, 휘파람으로 노래부르며 일하던 모습, 보였다 사라지는.
옥희, 눈가 붉어져 그리웁게 보는.
씬57. 상우의 집 앞, 계단.
상우, 계단에 앉아 담배 피우고 있다. 생각 많은, 그러나 차분한 얼굴이다.
씬58. 공장 안.
옥희, 재단대 의자앞에서 재단기 보다, 가방에서 손수건 꺼내 재단기를 닦다가, 전화기에 시선 가는.
씬59. 집 앞, 계단.
상우, 주머니에서 핸드폰 울리는, 상우, 핸드폰 꺼내 오래보는, 그러다, 조심스레 열어 귀에 대고.
상우 : (차분한) 여보세요.
씬60. 공장 안.
옥희(전화하고 있는), 조금 놀라, 눈가 붉어져,
옥희 : (설마 싶은) 상우씨?
씬61. 계단.
상우, 눈가 붉어져, 맘아픈, 가만있는.
옥희 : (E, 물기 있는 떨리는 목소리) 상우씨?
상우 : ......
씬62. 공장 안.
옥희 : (눈가 붉어져, 떨리는 목소리로) 상우씨, 나예요, 옥희. 내 말 들려요? 나 옥희예요.
씬63. 계단.
상우, 핸드폰 천천히 귀에서 떼는.
옥희 : (E) 상우씨...상우씨...
상우, 맘아프지만, 핸드폰 닫고, 눈가 그렁해 고개돌리는 그런 상우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