借鷄騎還(차계기환)
김 선생은 우스갯소리를 잘했다
金先生 善談笑 김선생선담소
일찍이 친구의 집에 갔을 때
嘗訪友人家 상방우인가
친구가 술상을 차려서 내어왔는데
主人設酌 주인설작
온통 나물뿐이었다
只佐蔬菜 지좌소채
먼저 사과하며 말하기를
先謝曰 선사왈
“살림살이가 어렵고 시장도 멀어서 맛있는 음식은 없고 오직 담백한 것밖에 없어 부끄러울 뿐이네.”
家貧市遠 絶無兼味惟淡泊是愧耳 가빈시원 절무겸미유담박시괴이
때 마침 닭들이
適有群鷄 적유군계
뜰과 봉당에서 어지럽게 모이를 쪼아대니
亂啄庭除 난탁정제
김 선생이 말하기를
金曰
“대장부가 어찌 천금을 아끼라!”
大丈夫不惜千金 대장부불석천금
“당연히 나의 말을 잡아서 술안주로 하리라!”
當斬吾馬佐酒 당참오마좌주
주인이 말하기를
主人曰 주인왈
“말을 잡으면 돌아갈 때 무엇을 타고 가겠는가?”
斬馬騎何物而還 참마기하물이환
김 선생이 말하기를
金曰 김왈
“닭을 빌려 타고 돌아가겠네.”
借鷄騎還 차계기환
주인이 크게 웃으며
主人大笑 주인대소
닭을 잡아서 그에게 대접하였다
殺鷄餉之 살계향지
『太平閑話滑稽傳』
『태평한화골계전』은 조선시대에 서거정이 지은 설화집이다.
보통 ‘골계전’이라고도 하며, 양성지 · 강희맹의 서문이 있다.
현존하는 원본은 없고 4종의 이본만 전한다.
《골계전》은 한문으로 편집된 해학적이며 설화적이고 민화의 요소를 갖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