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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조지 크래브의 장편시 <자치촌 The Borough> 중의 <피터 그라임스>
대본 몬태규 슬레이터(영어)
초연 1945년 6월 7일 런던 새들러스 웰스 극장
배경 영국 해변가에 있는 자치도시 바러
<1994 런던 콜리세움 / 144분 / 한글자막>
영국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데이비드 애서튼 지휘 / 팀 앨버리 연출
피터 그라임스.....어부.....................................필립 랭그리지(테너)
엘런 오퍼드........마을의 여교장으로서 미망인.....제니스 캐언스(소프라노)
벌스트로드.........퇴역 선장..............................앨런 오피(바리톤)
언티..................술집 '멧돼지' 여주인...............앤 하워드(콘트랄토)
스월로...............판사.....................................앤드류 그리넌(베이스)
네드 킨..............약제사이자 무면허 의사...........로버트 폴턴(바리톤)
세들리 부인........평이 좋지 않은 미망인.............수전 오톤(메조소프라노)
밥 볼스..............감리교 신자인 어부.................앨런 우드로우(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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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영국 국립 오페라(English National Opera)가 선보이는 벤자민 브리튼(Benjaminn Britten)의 <피터
그라임스 Peter Grimes>로 프롤로그와 3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작은 팀 앨버리(Tim Albery), 지휘는 데이빗 애서튼이 맡고
있으며, 타이틀 롤의 필립 랭그리지(Philip Langridge)를 포함한 캐스트 전원이 훌륭한 실력과 감동을 전하고 있어 찬사를 받은
공연이다. 1994년 런던 콜리세움(London Coliseum) 공연 실황 타이틀로 오래 전부터 <피터 그라임스>나 브리튼의 영상물 중 가장
호평을 받는 제작물이다.
필립 랭그리지(Philip Langridge)가 타이틀 롤을 맡은 영국 국립 오페라(English
National Opera)의 <피터 그라임스 Peter Grimes>는 전원적인 어촌 대신 방파제 벽이 그려져 있는 어두침침한 해안이
나온다. 감독 팀 앨버리(Tim Albery)는 탁월한 감수성으로 극적인 행동이 앞으로 쇄도 하는 가운데 음악과 노래를 짜내기 보다는 방 안
가득 펼쳐지도록 하면서 음악극에 접근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심스럽게 그러나 강하게 코러스가 이 작품의 숨겨진 주역이라는 것을
점차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마을의 주민들이 아동 살인범(그들의 추정이다)을 잡는 것에 착수할 때 리브레토가 거리낌 없는 부르짖음과 고함소리 속에
절정에 달하면서 브리튼(Benjamin Britten)은 깜짝 놀랄만한 힘을 보여주는 음악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고 앨버리는 군중들이
무대에서 낮은 자세를 취하게끔 하는데 그 맞은편 정면에는 관객들이 위치하고 있다. 정면 좌석의 관객들은 지역사회가 가엾은 외부인인
그라임스(Peter Grimes)에게 가하는 잔인함을 거의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지휘자인 데이빗 애서튼(David Atherton)은
최고조로 격앙되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힘을 몰아내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도전적이며 상쾌한 작품이
주는 충격!" - Financial Times
"보고 나서 절대 털어낼 수 없는 오페라 중의 하나" - Wall Street Jounal
팀 앨버리(Tim Albery)가 제작한 <피터 그라임스 Peter Grimes>가 영국 국립 오페라에 의해 런던 콜리세움에서 처음으로 상연된 것은 1991년의 일이다. 브리튼의 첫 번째 오페라 걸작이자 의미심장하고 생생한 비극을 다듬은 앨버리의 놀랄 만큼 독창적인 솜씨는 평론으로부터 진정한 갈채를 받았으며 오페라 공연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으로 불리게 되었다. 비평가들은 다음과 같은 극찬을 하면서 호평을 더했다. "가장 도전적이며 상쾌한 종류의 작품이 주는 충격(Financial Times) : "보고 나서 절대 털어낼 수 없는 그런 오페라 중 하나로, 역사상 브리튼의 이름을 높이는 동시에 프로덕션 창작 팀 역시 그 자리를 탄탄히 하게끔 해준다."(Wall Street Journal) 평론가들은 필립 랭그리지(Philip Langridge)가 망상을 쫓는 광신적이고 고독한 인물로 그려낸 뛰어난 그라임스 역 연기에 대해 피터 피어스(Peter Pears)와 존 비커스(John Vickers)의 뒤를 잇는 당대 최고의 피터 그라임스 가수라고 말하며 이구동성으로 절찬하였다. "마침내 랭그리지는 타는 듯이 연기하고 노래하는, 자신만의 '피터 그라임스'로 피터 피어스나 존 비커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인물을 보여주고 있다."(Sunday Times) 오페라단 전체가 수많은 상을 받았지만 지휘자 데이빗 애서튼(David Atherton)의 감동적인 음악 지휘는 특별히 걸출한 업적으로 꼽을 수 있다.
1994년 다시 한번 필립 랭그리지를 필두로 하여 엘렌 오도프 역의 재니스 카인스(Janice Cairns)와 발스트로드 선장 역의 앨런 오피(Alan Opie) 등 훌륭한 배역진들을 갖춰 재상연하게 되었을 때 이 역사적인 프로덕션을 레코딩하게 되었다.
앨버리는 매우 추상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그의 <피터 그라임스>는 바러에서 작품을 떼어놓고 시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어촌을 배경으로 하여 전통과 또한 익숙한 무대장치와 결별했다. 보여지는 것은 빅토리아 시대 혹은 1940년대 만큼이나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속속들이 위선적인 사회의 거울이다. "처음으로 이 작품을 더 넓은 유럽을 배경으로 하여 총괄적인 전후의 고뇌로 괴로워하는 비참한 사이코 드라마의 모습으로 나타냈다."(Sunday Times) "이 일반적 표현주의파 프로덕션은 이 작품을 영국 교구제 세계에서 외부로 끌어내고 유럽 오페라의 주류로 끌어들여 그려낸 효과를 가지고 있다. <보체크 Wozzeck>는 이런 면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다."(Opera Magazine)
바러에 대항한 피터 그라임스로 대변된 지역사회에 대항한 개인, 이것이 바로 오페라의 주제이며 이런 적나라한 저항은 앨버리의 프로덕션에서처럼 날카롭게 사실적으로 묘사된 적은 없었다. 그의 새로운 버전에서는 합창단은 세부적인 개개인들이 아니고 반복적인 생활과 계속해서 때려대는 바다와 바람에 의해 무디고 잔인하게 된 집단이다. 그들은 집합적이고 반사적인 행동 외에는 감정을 느끼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피터 그라임스 자신과 여교사 엘렌 오포드 뿐이 아니라 극의 진짜 가수들과 구별하기 위해 일정하게 양식화 되었다. 그러나 그로테스크한 성격, 배심원, 약제사, 바쁘게 움직이는 미망인 등등이 빈틈없이 줄 세워져, 첫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등돌리고 있던 이들을 하나하나 조망한다. 필립 랭그리지의 감정적이고 강하며 수척한 피터 그라임스의 비극이라면 그가 너무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판에 박힌 연기가 주는 속박에 대항해 힘이 들어가 있고, 그의 감정은 음주, 색욕과 두통에 대한 걱정이나 최면 상태로 만들어 주는 바다 노래로도 무뎌지지는 않는다. 여기서 고립은 고립된 자를 잔인하게 만들었다. 그의 감정은 소년들에게 향한 자신도 억제하지 못하는 폭력에서 드러난다. 바러의 사람들은 수습생의 목숨에 그다지도 무심한 남자에 대해 분노하고 징벌할 필요를 느낄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라임스가 무엇을 했는가 보다는 무엇인지에 관련된 무언의 이유로, 피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한 이 프로덕션이 가진 힘인 것이다.
무대 디자이너인 Heidegard Bechtler와 의상 디자이너 Nicky Gilibrand는 프로덕션을 기획했을 때 팀 앨버리와 서퍽 연안(Suffolk Coast)과 앨드부르(Aldeburgh, 브리튼이 바러의 모델로 삼은 곳)를 방문했다. Bechtler는 저항할 수 없는 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이 밀실공포증에 대한 것이라고 전한다. 평탄한 동부 해안가에서 지평선과 하늘이 커다란 회색빛 천막을 만들며 포개어진다. 그녀가 디자인한 무대에서는 서퍽의 갈대들은 진한 노란 빛으로, 바다는 흐린 납빛으로 표현되었다. 고기잡이 배들의 돛은 붉은 종류의 빛깔로 옮겨졌으며, 물고기들은 금속의 푸른 빛을 띠고 있다. 이런 색깔들이 회색 빛으로 변해가는 것이 Jean Kalman이 만들어낸 대기의 조명 효과에 의해 포착되는 것은 특히 놀랍다. "Bechtler의 황량한 무대 돛배와 콘크리트로 만든 바다의 벽, 얼음 같은 금속성의 파도는 어두침침한 색깔이지만 거무스름한 붉은색과 군청색 색조의 조합 속에서 언제나 아름답고 가구의 밝은 황색 부분의 갑작스러운 빛은 정말 깜짝 놀라움을 준다. 그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Jean Kalman의 조명은 시각적인 컨셉에 근본적으로 공헌하고 있다."(Opera Magazine)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다른 것들로는 19세기 어촌 사진들이 있는데, 돛대와 삭구의 혼동이나 붉은 돛배, 주택들의 매우 작은 규모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 줄거리 ===
동부 앵글 연안에 있는 작은 어촌 마을, 바러(Borough, 자치도시)
프롤로그
검시
어부 피터 그라임스(Peter Grimes)의 견습조수 소년이 바다에서 사망했다. 사망원인을 결정하기 위해 검시가 열린다. 그라임스의 증언을 들은 후 판사 스왈로우(Mr. Swallow)는 소년이 '우발적인 상황'에서 사망했다고 선고한다. 그러나 판사는 그라임스에게 또다른 견습생을 들이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라임스는 정식 심리와 다른 소년을 고용할 권리를 청구한다. 그의 항변은 무시되고 재판은 끝난다. 마을의 학교 교사인 엘렌 오포드(Ellen Oford)는 자신이 도와주겠다면서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피터를 안심시킨다.
제1막
제1장 바닷가의 길거리
바러는 모두 생업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라임스는 고기잡이에서 돌아온다. 퇴역선장 발스트로드(Balstrode)와 동네 약제사 네드 킨(Ned Keene)만이 그를 도와 배를 들이도록 한다. 킨은 그라임스에게 자신이 고아원에서 새로운 조수를 데려오도록 준비해놓았다고 말한다. 마부인 홉슨(Hobson)은 처음에 소년을 데려올 것을 거부하지만 엘렌이 돌아오는 길에 소년을 돌봐주겠다고 하자 승낙한다. 날씨가 거칠어지자 발스트로드는 그라임스에게 또다른 비극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길은 가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임스는 부자가 되어 엘렌과 결혼해서 바러에 퍼진 뜬소문을 잠재우겠단 결심이 서 있다.
제2장 술집 '멧돼지'
그날 밤 늦게 폭풍우가 몰려온다. 여주인(Auntie)이 귀찮아 하는 가운데 세들리 부인(Mrs. Sedley)이 네드 킨을 기다리기 위해 들어온다. 킨은 그녀에게 줄 새로운 아편제를 가지고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여주인의 '질녀들'이 들어오자 발스트로드는 욕설을 퍼붓고 감리교 전도사인 밥 보울스(Bob Boles)는 그녀들을 희롱한다. 폭풍우가 최고조로 치달을 때 네드 킨이 들어와 그라임스의 오두막이 있는 절벽이 무너져 내려버렸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의 뒤를 따라 피터 그라임스 자신이 들어온다. 마치 태풍의 눈이 실내에 들어온 듯한다. 그라임스는 격해져 미친 듯하다. 흠뻑 젖고 여행으로 지친 엘렌과 새로운 조수 아이가 들어온다. 소년이 쉬기도 전에 그라임스는 그를 곧장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한다. 그는 소년을 억지로 끌고 어두컴컴한 밖으로 나간다.
제2막
제1장 바닷가 길거리
일요일 아침 예배가 시작되고 있을 때 엘렌과 새로운 조수 소년인 존(John)이 해변가에 함께 앉아 있다. 그녀는 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엘렌은 소년의 목에 난 상처자국들을 보게 되자 곧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라임스가 소년을 고기잡이에 데려가기 위해 온다. 엘렌은 소년이 하루 쉴 권리가 있다는 것을 항변한다. 피터가 거절하자 엘렌은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보려는 그들의 시도가 벌써 실패했다고 말한다. 격분한 피터는 주먹을 들어 그녀를 때리고 소년과 함께 급히 가버린다. 교구 사람들이 교회에서 나오면서 이 장면을 보게 되고 그라임스에 대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를 잡기 위해 남자들이 나선다. 술집 여주인과 엘렌, 여주인의 '조카들'만이 남아 사랑하는 남자들의 가망 없음을 비난한다.
제2장
그라임스는 분노에 휩싸여 있다. 그는 소년에게 고기 잡으러 나갈 준비를 하라고 명령한다. 이전 견습조수 소년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그는 엘렌과 결혼하려는 자신의 꿈이 깨어져 가는 걸 느낀다. 바러의 남자들이 오는 소리를 들은 그라임스는 소년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소년을 바다 쪽 벼랑으로 내려가라고 윽박지를 때 바러에서 온 남자들이 문을 두드린다. 소년은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비명을 지른다. 그라임스는 소년을 따라 벼랑을 내려간다. 남자들이 들어와서 오두막이 비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제3막
제1장 며칠 후 한밤중의 바닷가 길거리
바러의 사람들이 공회당에서 춤을 추며 즐기고 있다. 밖에서는 술집 여주인의 '조카들'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멧돼지'로 물러나온 스왈로우 판사의 주위를 피해 나와 있다. 세들리 부인은 네드 킨에게 그라임스가 조수 소년을 죽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킨은 그녀가 한밤중의 헛소리를 계속하도록 남겨두고 자리를 뜬다. 엘렌과 발스트로드가 나타나 그라임스가 없어진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세들리 부인이 엘렌이 소년의 스웨터를 해변에서 발견했다는 말을 엿듣는다. 엘렌과 발스트로드는 그라임스를 찾아 도와주려고 한다. 그들이 사라지자 세들리 부인은 공동체 사람들을 끌어모아 떠벌리면서 그라임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일으키도록 한다. 피터 그라임스 수색 작업이 재개된다.
제2장 몇 시간 후 바닷가 길거리
혼자 있는 그라임스가 멀리서 들려오는 수색조의 소리에 괴로워하며 탈출하여 편히 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엘렌과 발스트로드가 그를 찾아냈지만, 그는 그들을 보지 못한다. 발스트로드는 그라임스를 도와 마지막으로 배를 바다에 띄울 수 있게 한다. 날이 밝고 바러의 생업과 하루는 시작된다. 멀리 바다에서는 배가 가라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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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정이은 글>
피터 그라임스
벤자민 브리튼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는 1945년 작곡된 브리튼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영국에서 대 성공을 거둔 뒤에 세계 각지에서 상연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피어스와 함께 크래브의 시를 읽으며
1941년, 브리튼은 자신의 오페라 〈폴 버니언〉을 초연한 직후, 자신의 애인인 테너 피터 피어스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가서 머무른다. 그 곳에서 이들은 영국의 시인 조지 크래브(George Crabbe, 1754~1832)의 시를 함께 읽었고, 영감을 받았다.
영국의 남동쪽 서포크에서 태어나고 그 곳에서 죽은 브리튼은 서포크의 한 마을 알데버러의 한 어부인 피터 그라임스의 이야기에 강한 공감을 느꼈다. 이 당시 브리튼은 BBC의 매거진, 《듣는 이》(The Listener)에서 18세기 서포크의 시인 조지 크래브에 관해서 당시 영국의 문필가 E. M. 포스터가 쓴 기사를 읽게 된다. 이 기사는 브리튼에게 자신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고, 이를 안 피어스는 한 중고서점에서 크래브의 책을 구해다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의 시집 《버로우 사람들》(The Borough)이었고, 이 시집이 바로 피터 그라임스의 이야기의 모태가 되었다. 브리튼은 이 시집을 읽자마자 오페라를 써야겠다고 결심했고, 그가 속한 곳이 어디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오페라는 쿠체비츠키 음악 재단에 의해 위촉되어 쿠세비츠키의 아내인 나탈리 쿠체비츠키를 추모하는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악인에서 희생양으로
1942년 브리튼이 영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그는 곧바로 몬테규 슬레이터에게 〈피터 그라임스〉의 대본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브리튼은 피어스와 함께 이 이야기를 각색하는 데에 있어서 큰 힘을 보탰고, 그 결과 피터 그라임스의 캐릭터는 원작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들어지게 되었다. 크래브의 시집에서 나타난 그라임스는 분명한 악인이었지만, 재해석한 피터 그라임스는 가혹한 운명과 사회의 희생양으로 새로 태어났다. 하지만 이들은 피터 그라임스의 어두운 성격은 그대로 둔다. 이들은 원작 시와 자신이 각색한 오페라 대본 중 어떤 것이 설득력 있는지를 청중들이 판단하도록 했고, 인간의 다면적인 성격에 대해서도 청중에게 물음을 던졌다.
브리튼의 평생의 동반자였던 피어스는 확실히 피터 그라임스 역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브리튼은 이 작품을 작곡할 때, 각 배역에 어울리는 성악가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특히 엘렌 오포드 역은 소프라노 조안 크로스를 위해서 작곡된 듯하다.
사회의 억압과 이에 투쟁하는 개인
〈피터 그라임스〉는 또한 ‘동성애의 억압에 대한 강렬한 암시’로도 유명하다. 이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걸작’이라고 칭송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모든 평가를 뒤로 하고 작곡가 자신의 이 작품에 대한 언급은 매우 단순하다. “이 작품의 주제는 거의 내 생각을 나타낸 것이다. 대중에 대한 개인의 투쟁이다. 사회가 악랄해 질수록, 개인은 더욱 악랄해진다.” 리브레토가 진행될수록 그라임스와 그의 어린 조수의 관계는 거의 학대 수준으로 묘사가 되자, 피어스는 대본가 슬레이터에게 최종 버전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텍스트는 삭제하자고 설득한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행동이 브리튼과 피어스가 이 작품을 단순히 그라임스의 소년학대로 비춰지기를 원한 것이 아니라, 당시에 만연하던 호모포비아(homophobia)와 그로 인한 사회파괴적인 결과로 읽혀지기를 바란 것이라고 해석한다.
영국의 한 해안마을에서 벌어지는 아웃사이더의 이야기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는 영국의 한 해안마을 버로우에서 어부 피터 그라임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라임스와 마을 주민들 간의 갈등을 그린다. 그라임스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소위 ‘왕따’를 경험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조수를 학대하다가 죽였다고 의심한다. 폭풍 속에서 조수도 없이 일하는 그의 절박한 요청을 사람들은 조롱으로 대응한다.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첫 번째 조수가 죽고 나서 다른 조수를 들이지 말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조수를 고용한다. 마을 주민들은 새로 온 조수가 그라임스에게 학대를 받고 있다고 의심하고, 마을 주민들은 그라임스의 집에 쳐들어간다. 하필이면 그때 새로 고용된 조수는 사고로 죽고 만다. 사람들의 압박으로 점차 정신분열을 보이던 그라임스는 사람들이 그에게 퍼부은 저주대로 폭풍이 치는 바다로 나가 죽고 만다.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는 이렇게 원작과 달리 사회의 억압에 맞서다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희생양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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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3 / 박종호> ★★★
필립 랭그리지의 뛰어난 노래와 연기가 돋보이는 공연이다. 그는 피터 역의 위대한 선배들인 피터 피어스나 존 비커스와는 또 다르게 그 나름의 피터를 만들었다. 엘런 역의 제니스 케언스도 좋고 벌스트로드의 앨런 오피 역시 매우 뛰어나다. 데이비드 애서턴은 브리튼의 오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휘자인데, 역시 그의 지휘는 깊은 연구의 흔적을 보여 준다. 연출은 전반적으로 좋지만 무대 조명이 아주 어두워서 캐릭터에 집중하는 데에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초보자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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