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고흥찬가
정하선 (丁河璿) jung ha sun
예로부터 해 뜨는 고을이라 했다네
팔영산 봉우리 봉우리 마다에
아침 해 떠올라 찬란히 비추면
봉황산이 날개 펴고 하늘로 오르고
예로부터 인심 좋은 고을이라 했다네
해파래 너울너울 사시사철 춤을 추고
겨울도 온화하게 웃음을 웃는 곳
어느 집 사립인들 열려있지 않으리
예로부터 양반님네 고을이라 했다네
뱅골재 넘는 바람 에헴, 헛기침 하면
구름다리 너머에서 치자꽃이 마중하고
노오란 유자도 향기로 예를 갖추는 고을
(어디 간들 변하리 그곳에서 태어난 우리
어디 산들 변하리 그곳에서 자라난 우리)
정하선 시집(재회) 월간문학출판부
ai 시해설과 번역
정하선 시인님의 시 고흥찬가(高興讚歌) 참으로 아름답고 다정한 시입니다.
작성하신 시를 찬찬히 읽어보니, 고흥이라는 고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고흥의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정서가 시각적, 후각적 심상으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읽는 내내 고흥의 푸른 풍경과 유자 향이 곁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시의 매력을 몇 가지 짚어보고 싶습니다.
✍ 주요 감상 포인트
선명하고 역동적인 이미지 (1연)
'해 뜨는 고을'이라는 고흥의 상징성을 팔영산의 찬란한 아침 해와 봉황산이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모습으로 연결해, 고을의 기상과 시작을 힘차게 열어젖힙니다.
따뜻하고 너그러운 정서 (2연)
사시사철 춤추는 '해파래'와 겨울조차 온화한 기후를 시각화하여 고흥의 풍요로움을 노래했습니다. 특히 "어느 집 사립인들 열려있지 않으리"라는 구절은 외지인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고흥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최고의 비유로 표현해 줍니다.
해학과 품격이 어우러진 고을 (3연)
'뱅골재 넘는 바람'이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하니, 치자꽃이 마중하고 유자가 향기로 예를 갖춘다는 표현은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해 고흥이 지닌 선비의 품격과 여유를 위트 있게 담아내셨습니다.
깊은 정체성과 연대의식 (4연)
마지막 괄호 안의 구절은 이 시의 백미이자, 고흥 출신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후렴구 같습니다. "어디 간들 변하리, 어디 산들 변하리"라는 대구는 고향을 떠나 어디에서 살아가든 가슴속에 고흥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끈끈한 유대감과 자긍심을 강렬하게 남깁니다.
"어느 집 사립인들 열려있지 않으리"
"노오란 유자도 향기로 예를 갖추는 고을“
고흥의 산과 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씨가 한 편의 정겨운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멋진 작품입니다. 이 시를 읽는 모든 고흥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위로와 자부심이, 외지인들에게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따스한 동경을 선물해 주는 찬가(讚歌)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고향의 노래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
시평
정하선 시인님의 '고흥찬가'는 단순히 한 지역을 소개하는 송가(頌歌)를 넘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역사적 품격이 어떻게 하나의 ‘고향’이라는 우주로 완성되는가를 보여주는 서정성이 풍부한 문학적 작품입니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느낀 감성적이고 문학적인 평론을 전해드립니다.
🌾 토포필리아(Topophilia): 장소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화적 비상
1연은 고흥의 지리적 공간을 신화적 공간으로 격상시키며 시작합니다. 시인은 '해 뜨는 고을'이라는 고흥의 옛 지명에 숨을 불어넣습니다. 팔영산의 찬란한 아침 햇살이 비추는 순간, 봉황산은 단순한 바위산이 아니라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오르는" 거대한 영물이 됩니다. 이는 고흥이라는 공간이 지닌 찬란한 기상과 생명력을 시각적 역동성으로 표현해 낸 뛰어난 도입부입니다.
🍂 온화한 서정으로 빚어낸 인심의 공간학
2연에서 시인의 시선은 자연에서 인간의 내면(인심)으로 이동합니다. 계절의 흐름을 '해파래 너울너울 춤을 추고', '겨울도 온화하게 웃음을 웃는 곳'으로 의인화한 대목은 고흥의 기후적 특성을 시적 정감으로 승화시킨 결과물입니다. 특히 "어느 집 사립인들 열려있지 않으리"라는 설의법적 표현은 눈부십니다. 사립문은 안과 밖을 구별하는 경계이지만, 고흥에서는 그 경계마저 허물어집니다. 타자를 향해 언제나 열려 있는 따스한 공동체적 정서가 이 한 줄에 따뜻하게 녹아 있습니다.
🌸 해학과 품격: 감각의 전이와 인격화
3연은 이 시에서 가장 문학적 성취가 돋보이는 단락입니다. 바람이 뱅골재를 넘으며 던지는 "에헴, 헛기침"은 우리 전통의 해학과 예절을 떠올리게 하는 청각적 장치입니다. 이에 화답하듯 구름다리 너머 치자꽃이 '마중'을 나가고, 노란 유자가 '향기로 예를 갖추는' 모습은 후각의 시각화이자 고도의 인격화입니다. 자연마저도 선비의 품격과 예(禮)를 알고 있다는 이러한 설정은, 고흥이 지닌 오랜 역사와 문화적 자부심을 무겁지 않고 위트 있게 전달합니다.
🔗 영원성(Eternity)의 선언: 핏줄에 새겨진 고향
마지막 가로 안의 연은 이 시의 감정적 클라이맥스이자, 존재론적인 선언입니다.
"어디 간들 변하리 그곳에서 태어난 우리 / 어디 산들 변하리 그곳에서 자라난 우리"
앞의 1, 2, 3연이 고흥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었다면, 마지막 연은 고흥을 몸에 새기고 살아가는 '우리'의 목소리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어도(어디 간들, 어디 산들) 변하지 않는 정체성. 시인은 이를 통해 고흥을 단순히 지도 위의 한 점이 아니라, 그곳에서 태어난 이들의 영혼 속에 영원히 흐르는 마르지 않는 샘물로 완성시킵니다.
💡 총평
'고흥찬가'는 빛(1연), 온기(2연), 향기(3연), 그리고 피와 영혼(4연)으로 이어지는 정서적 층위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된 작품입니다. 향토적인 소재(사립문, 유자, 치자꽃)를 현대적인 감각과 세련된 의인법으로 풀어내어,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는 근원적인 노스탤지어를, 고흥의 민초들에게는 숭고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아름다운 서정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 English Translation:
Ode to Goheung
jung ha sun
From olden times, they called it the village of the rising sun.
As the morning sun ascends and brilliantly shines
Upon each and every peak of Palyeongsan Mountain,
Bonghwangsan Mountain spreads its wings and soars into the sky.
From olden times, they called it the village of warm hearts.
Where sea green sea-lettuce dances softly all year round,
And even the winter smiles with a gentle warmth,
Whose wicker gate could ever be closed to a neighbor?
From olden times, they called it the village of noble scholars.
When the wind crossing Baenggoljae pass coughs softly, "Ahem,"
Beyond the cloud bridge, gardenia flowers come out to greet it,
And the yellow citron shows its courtesy with a sweet fragrance.
(Where could we go to change, we who were born there?
Where could we live to change, we who grew up there?)
🇫🇷 French Translation:
Hymne à Goheung
jung ha sun
Depuis les temps anciens, on l'appelle le village du soleil levant.
Quand le soleil du matin se lève et brille de mille feux
Sur chacun des sommets du mont Palyeongsan,
Le mont Bonghwangsan déploie ses ailes et s'élève vers le ciel.
Depuis les temps anciens, on l'appelle le village au grand cœur.
Là où la laitue de mer danse gracieusement au fil des saisons,
Et où même l'hiver sourit d'une douceur chaleureuse,
Quelle barrière de maison pourrait bien rester fermée ?
Depuis les temps anciens, on l'appelle le village des nobles lettrés.
Quand le vent franchissant le col de Baenggoljae toussote un « Hèm »,
Au-delà du pont des nuages, les gardénias viennent à sa rencontre,
Et le cédrat jaune fait la révérence de son doux parfum.
(Où que nous allions, comment pourrions-nous changer, nous qui y sommes nés ?
Où que nous vivions, comment pourrions-nous changer, nous qui y avons grandi ?)
💡 번역 노트
프랑스어 번역에서 한국 특유의 양반(Noble scholars) 정서와 유자가 향기로 예를 갖추는 모습을 **"fait la révérence" (정중히 절을 하다/예를 갖추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살렸습니다.
영어 번역에서는 사립문이 열려있다는 표현을 **"wicker gate" (사리문/나무 나뭇가지로 엮은 문)**로 번역하여 향토적인 정감을 유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