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맑아야 불국토도 맑아진다
장자의 아들 보적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리 오백 명 장자의 아들은 모두가 이미 최상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켜 불국토의 청정을 듣고자 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여, 여러 보살이 정토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수행에 대해 설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보적이여, 여러 보살을 위해 여래에게 정토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수행에 대해 물었으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 그대를 위해 설하리라.”
이에 보적을 비롯한 오백 명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귀를 기울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보적이여, 중생의 국토가 곧 보살의 불국토다.
왜냐하면 보살은 교화할 중생을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고, 중생이 마음을 조복하는 것에 따라 불국토를 취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중생이 어떠한 나라에 의해 부처님의 지혜로 깨달아 들어가야 하는가에 따라 불국토를 취하고, 모든 중생이 어떠한 나라에 의해 보살의 선근을 일으켜야 하는가에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살이 정토를 취하는 것은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유하면 어떤 이가 빈터에 집을 짓고자 하면 뜻대로 아무런 걸림이 없겠지만, 만일 허공에 짓고자 한다면 끝내 지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보살도 이와 같아서 중생을 성취시키고자 하기 때문에 불국토를 취하고자 원하는 것이니, 불국토를 취하고자 원하는 자는 허공에서 이룰 수 없다.
올곧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속이지 않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
깊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공덕을 갖춘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
보리심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대승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
보시가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모든 재물을 보시할 줄 아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
지계가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십선도를 행해 서원을 가득 채운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
인욕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삼십이상으로 장엄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
정진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모든 공덕을 힘써 닦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
선정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마음을 가다듬어 흔들림 없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
지혜가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반드시 성불할 수 있도록 결정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
이와 같이 보적이여, 보살이 그 올곧은 마음을 따라 곧 바른 행을 일으킬 수 있고, 그 행에 따라서 곧 깊은 마음을 얻는다. 그리고 깊은 마음을 따라 마음도 악을 버리고 선을 따른다. 마음이 악을 버리고 선을 따르면 모든 가르침과 같이 행하게 되고, 가르침과 같이 행하면 회향할 수 있으며, 그 회향에 따라 곧 방편을 얻고, 그 방편에 따르면 곧 중생을 성취하며, 중생을 성취함에 따라서 불국토가 깨끗해지고, 불국토가 깨끗해짐에 따라서 설하는 법도 깨끗해지며, 설하는 법이 깨끗해짐에 따라서 지혜도 깨끗해지고, 지혜가 깨끗해짐에 따라서 그 마음이 맑아지며, 그 마음이 맑아짐에 따라서 모든 마음의 공덕이 깨끗해진다.
그러므로 만약 보살이 정토를 얻고자 한다면 그 마음을 맑게 해야 한다.
그의 마음이 맑음에 따라서 불국토도 곧 맑아지기 때문이다.“
<유마경> <불국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