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마태 28,19.20)
오늘은 예수님께서 이 지상에서의 모든 삶을 마치고 사랑하는 제자들만을 남겨둔 채 홀로 하늘로 올라 아버지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게 되신 사건을 기념하는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모든 사명을 마치고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하늘로 오르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그 승천 사건의 의미를 새기는 오늘, 한국천주교회는 특별히 오늘을 대중 매체를 통한 효과적인 교회의 선교 사도직 수행을 위한 홍보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오늘 우리에게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하늘로 오르신 예수님과 같이 우리 역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하늘로 높이 들어 올려져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우선, 오늘 제 1 독서의 사도행전 말씀은 사도행전의 저자 루카가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하고자 사도행전을 서술하기에 앞서 먼저 예수님의 모든 행적과 가르침을 모두 기록한 루카 복음의 마지막 부분이며 사도행전의 첫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예수님의 승천 사건을 자세히 전하는 부분입니다. 사도행전은 그 순간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신 다음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예수님께서 올라가시는 동안 그들이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는데, 갑자기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유심히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9-11)
한편, 오늘 제 2 독서는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글 안에서 예수님이 하늘로 오르는 주님 승천 사건이 갖는 신앙적 의미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으로서 바오로 사도는 주님 승천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그 능력을 펼치시어, 그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시고 하늘에 올리시어 당신 오른쪽에 앉히셨습니다.”(에페 1,20)
하느님의 무한한 능력으로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맡겨진 모든 사명을 마친 후, 이 세상에 오시기 전 원래의 성자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아버지 하느님의 곁으로 다시 돌아가신 사건을 전하는 이 말씀은 바로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주님 승천의 핵심이자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와 복음이 전하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님을 떠나보내는 제자들의 마음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님이며 구원자 메시아라고 믿었던 분이, 스승이라 믿었던 그 분이 자신들을 두고 홀연히 하늘로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자들은 망연자실한 채, 주인을 잃은 종처럼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이 같은 모습을 보고 오늘 제 1 독서의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흰 옷을 입은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만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올 것이다.”(사도 1,11)
사실, 제자들은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 하느님의 곁으로 가시는 모습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있지 못하였습니다. 그저 단순히 예수님이 자신들의 곁을 떠난다는 사실에 그들은 인간적으로 실망하고 아쉬워했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왜 버리듯 우리만을 이 땅에 남겨두시고 당신 혼자 저렇게 휙 떠나버리는 것일까? 그토록 사랑하던 너희들이라고 말씀하시던 예수님의 말씀은 모두 거짓말이었을까? 라는 이런 저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던 제자들은 예수님이 자신들의 곁을 떠나자 인간적으로 실망하며 서운해 할 뿐, 예수님의 승천사건의 참된 의미를 전혀 깨닫고 있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그토록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남겨두고 떠나셔야만 했을까? 제자들이 느꼈던 것처럼 예수님은 왜 그들을 고아처럼 남겨둔 채, 하느님의 곁으로 떠나셔야만 했던 것일까? 예수님의 떠남은 과연 제자들에게 그리고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주님 승천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며 현재를 살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들, 부활시기를 마무리하면 주님 승천 대축일을 맞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연 주님 승천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을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다음의 말씀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마르 16,15-16)
만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곁을 떠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영원히 이 땅에 머무르셨다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이 말씀, 곧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맡긴 선교의 사명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떠나지 않은 채, 언제나 그 분의 곁에서 그 분과 함께 머물기만을 원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들을 떠나는 것이 예수님 본인에게도 역시 인간적으로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전해주시는 기쁜 소식, 곧 복음이 온 세상 곳곳에 전파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들 곁을 떠나야만 하며, 그 떠남으로 사랑하는 제자들이 자신과 함께 하며 듣고 느끼고 체험한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이제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선교의 사명을 수행해야 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그들을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들을 떠나기에 앞서 그들에게 선교의 사명을 맡겨 주시며 하느님의 곁으로 떠나가십니다.
누구에게나 떠남과 이별은 쉽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이를 남겨둔 채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별은 삶이 주는 냉혹함이자 슬픔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떠남이 없으면 새로운 만남이 없듯 우리는 내게 익숙한 환경, 내가 편한 사람들을 떠나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될 때, 마음 안의 모든 불안과 걱정을 안은 채 떠나는 그 길에서 우리는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되며, 이 만남은 우리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하여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 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떠나심은 제자들에게 자신들에게 맡겨진 새로운 사명을 깨닫게 하며 그들의 이와 같은 사명, 곧 온 세상에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필요한 용기와 힘을 얻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잃은 슬픔에 골방에만 머물던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신 예수님이 그들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주셨듯이, 이제 보호자 성령을 통해 세상 곳곳으로 나아가도록 힘을 주시고, 예수님의 사랑을 통해 제자들을 부활의 기쁨을 증언하는 복음의 선포자가 되도록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송동 교우 여러분,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주님 승천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고 여러분 역시 여러분의 삶 안에서 예수님의 뒤를 따라 여러분의 삶의 자리에서 잠시나마 한번 ‘떠남’을 실천해 보십시오. 내게 익숙한 모든 것들로부터, 내가 좋아하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내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잠시 떠나 하느님 그 분 외에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내려놓은 채,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그 분과 함께 길을 떠나보십시오. 그러면 오늘 제 2 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어 여러분이 하느님을 알게 되고 여러분의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그 분의 부르심으로 여러분이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여러분이 받게 될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크고 풍성한 것인지를 알게 해 주실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 역시 하늘로 오르신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강한 능력의 활동으로 예수님과 함께 하늘로 높이 들어 올려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늘로 오르신 예수님의 승천의 의미이며 이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지는 하느님 진리의 뜻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 복음의 제자들처럼 떠나는 그 분의 모습 안에서 여러분을 향한 예수님의 참 사랑을 발견하게 되기를 그래서 그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하는 복음의 선포자가 되어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오늘 말씀이 전하는 참 사랑의 선포자가 되는 한 주가 되시기를 그리하여 이제 다음 주 성령강림대축일로 마감되는 이 부활시기를 잘 마무리 하시기를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
(마태 28,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