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의 즐거움 - 2021 사순절
사순절기 구약성경 선지서 읽기에서 확인한 선지자의 메시지는 정의의 하나님이다. 그 정의는 하나님의 법이라는 규준에 의거한 것이다. 의(義)는 인간의 본분이지만 죄악으로 부패한 인간은 정의를 실현할 수 없기에 정의야 말로 인간에게서 가장 멀다는 사실을 선지자는 가르친다. 누구나 권리의 입장에서 정의를 요구하지만 의무로서는 생각하지 아니한다. 정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남에게 요구하기 전에 자신이 할 바를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로움으로 정의의 하나님께 나갈 수 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서 6장 8절)
권리만을 찾고 의무를 외면하는 시대에 의무의 원천을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공화정으로서의 로마를 지켜왔던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도덕적 요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익을 위해서도 의무가 필요하고 의무가 상출될 경우를 설명하면서 의무의 준수에서 사회공동체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신의성실의 규범을 발견하였다. 교부 암브로시우스는 동일한 제목으로 기독교 신앙인의 의무를 논술하였다(번역서는 성직자의 의무론이라고 표제를 달고 있지만 내용이나 원제목은 목회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신자를 위한 것이다). 의로움은 기독교신앙이 가르치는 핵심적인 내용인데, 당위로서가 아니고 권리의 요구로서가 아니라 먼저 자신의 의무를 실천하는 행동으로서 그리고 의무는 관계라는 삶 속에서 배우고 익히며 행해지는 것이다. 먼저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하여 인간은 그의 의로운 삶에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감히 하나님께 나아가고 그를 의탁하면서 그로 인하여 즐거워할 수 있다. 고난주간, 선지자들이 예언하였던 그 분의 오심을 복음서에서 확인하면서 하나님 안에서 의무가 주는 즐거움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내가 주의 법을 어찌 그리 사랑하는지요. 내가 그것을 종일 작은 소리로 읊조리나이다. 주의 계명들이 항상 나와 함께 하므로 그것들이 나를 원수보다 지혜롭게 하나이다. 내가 주의 증거들을 늘 읊조리므로 나의 명철함이 나의 모든 스승보다 나으며, 주의 법도들을 지키므로 나의 명철함이 노인보다 나으니이다. 내가 주의 말씀을 지키려고 발을 금하여 모든 악한 길로 가지 아니하였사오며, 주께서 나를 가르치셨으므로 내가 주의 규례들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나이다.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주의 법도들로 말미암아 내가 명철하게 되었으므로 모든 거짓 행위를 미워하나이다.”(시편 119편 97절-10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