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에서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관람운동이 불붙기 시작했다. 영화를 알리는 전면광고,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동네 영화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단체관람, 단체예약 등이 이어지고 있다. ‘외압설’이 나돌며 다른 영화에 비해 현저하게 개봉관수가 적었던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시민들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장애인·이주노동자·성직자 초청 단체관람지난 14일 광주지역 한 신문에 눈에 띄는 전면광고가 실렸다. 바로 삼성반도체 노동자로 일하다 긴 투병생활 끝에 숨진 고 황유미씨와 그 가족들이 딸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싸움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알리는 광고였다.
이 광고는 제작사나 배급사 또는 상영관에서 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서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광고에는 영화 포스터 아래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또 하나의 약속’은 너무도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산업재해를 은폐시키려는 재벌과 국가권력. 결코 영화 속의 영화가 아닙니다. 광주시민여러분 일터에서 발생한 직업병, 산업재해로 죽어간 황유미씨와 많은 산재 노동자들의 원한이 서린 영화입니다.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한 노동과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추천합니다.'또 그 아래에는 광고비 모금에 참여한 171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끝으로 “직업병 없는 세상은 황유미와의 약속입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이 광고는 다음주 1차례 더 실릴 예정이다.
이 광고가 실리기 1주일 전인 지난 7일 오후 이철갑(광주근로자건강센터 소장)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등이 제안한 ‘또 하나의 약속 대중관람 광주긴급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광주독립영화협회 회원, 노동단체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여해 6일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날 논의 결과 △광주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약속’ 관람을 호소하는 전면광고 △예매율 올려 개봉관을 늘리기 위한 단체관람, 단체예매 조직 △홍보 포스터 부착과 현수막 걸기 등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14일 전면광고가 게재됐으며, 16일 오후 5시 콜럼버스 상무점에서 이들이 중심이 된 시민모금으로 220여명이 단체관람에 나선다. 한 관계자는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을 초청해 단체관람할 예정이다. 또 평소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신부님, 수녀님, 스님 등 종교인들도 모실 예정”이라며 “노동조합 활동가들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노조나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데 함께 해주시라”고 당부했다.
16일 단체관람에는 김태윤 감독과 박희정씨 등 배우, 박성일·윤기호 피디, 오랜동안 반올림 활동을 해온 이종란 노무사, 고 황유미씨 아버님인 황상기씨가 초청돼 영상 상영 뒤 시민들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주민과 함께 보는 ‘우리동네 영화제’, 영화 개봉 압박까지
북구 대형마트 입점저지 대책위원회, 우리동네사람들, 광주자영업연대는 ‘지역민과 함께 보는 우리동네 영화제’(우리동네 영화제)라는 타이틀로 오는 21일 오후 7시30분 메가박스 전대점에서 단체관람에 나선다.ⓒ민중의소리
이처럼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움직임은 광주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구 대형마트 입점저지 대책위원회, 우리동네사람들, 광주자영업연대는 ‘지역민과 함께 보는 우리동네 영화제’(우리동네 영화제)라는 타이틀로 오는 21일 오후 7시30분 메가박스 전대점에서 단체관람에 나선다.
정현오 대책위 대표는 “처음 136석 관람관을 대관했는데 이미 1주일 전 예매가 넘었고, 다시 가장 큰 257석 관람관으로 바꿨지만 3백여명이 예매했다”며 “고민이 많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약속한 것이 있고, 그날 김태윤 감독과 배우들을 모시고 무대인사와 팬사인회를 진행할 예정이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네 차례 열린 우리동네 영화제는 2개월에 한 번씩 진행하는데, '더 임파서블', '지 아이 조 2', '미나문방구', '감기' 등의 영화를 상영했다.
또 영화제 주최측은 개봉관을 확대하기 위해 21일 단체관람을 하기로 했던 메가박스 전대점에 ‘또 하나의 약속’ 개봉을 요청한 바 있으며, 지난주 주말 개봉해 현재 상영중이다.
이에 앞서 전교조 광주지부는 지난 12일 6백여명의 조합원이 단체관람을 진행했고,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인 금호고속 새노조, 기아자동차 광주지회, 금호타이어지회 등 노동조합에서 단체관람 등을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상영관에서 스크린을 내주지 않아 삼성의 외압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찾는 관객이 계속 늘어나 15일 현재 32만명이 영화를 관람했고, 불붙기 시작한 관람운동으로 개봉관 숫자도 개봉 당일 전국 20여 곳에서 현재 150여 곳으로 늘었다.
이 영화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세상을 떠난 고(故) 황유미 씨와 그의 아버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철갑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등이 제안한 ‘또 하나의 약속’ 대중관람을 위한 광주지역 긴급모임이 지난 7일 모 단체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