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참 신앙인의 모습은 어떤 건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순박한 믿음 하나만으로 내딛는 하루하루의 생활 발걸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렇듯 화려하지 않아도 기쁜 신앙심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분과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은총이 된다.
2017년 수서성당에서 독립되어 나온 세곡동성당(주임신부 김승호 안드레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모후 쁘레시디움(단장 장서윤 카타리나) 단원이신 박남심 요셉피나 자매님의 신앙은 우리 교회의 보편적이고 진실한 숨결 그 자체였다.
올해로 73세이신 박남심 요셉피나 자매님은 40대 초반이었던 1992년 남편과 사별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드시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두 자녀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헌신했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늘 아들이 대학만 졸업하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일을 그만둘 것이라 노래를 불렀는데 정말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시간제로 일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집안 어르신과 함께 찾았던 성당에 대한 그리움으로 2004년 6월27일 50대 후반의 나이에 동작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도 교리공부는 너무도 어려워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아들의 위로와 격려로 극복할 수 있었고 신부님께서 “구세주가 누구냐” 라고 물어보셨을 때 자신 있게 “구세주가 누구는 누구예요 예수님이시지”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제 일을 하다 보니 한나절의 여유가 생겨 세례를 받았는데도 익숙지 않은 전례와 기도를 배운다고 매일 성당을 찾았고 지금까지 매일 미사를 드리고 있다. 그때 개신교를 다니는 시누이가 집에 왔는데 아직도 기도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그럼 몸으로 때워!”라고 했던 그 말이 봉사하라는 뜻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면 성령의 이끄심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봉사할 단체를 찾아 성모회에 들어가 봉사하러 왔다고 하니 너무들 좋아했다. 그때 어느 자매가 이사 왔냐고 물어봐 세례 받은 지 얼마 안됐다고 얘기하니 어떻게 봉사할 생각을 했냐고 다시 물었다. “저요? 저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돈도 없고 배움도 없어서 이렇다 해줄 말 한마디도 없어요. 그래서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해주려고 왔어요.” 그때 자매들은 어머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고 놀라워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본인이 어떻게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곳에서의 봉사는 자신은 물론 자녀들에 대한 사랑에 보답이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주어진 모든 일 거절하지 않고 순명
그렇게 무한한 봉사에 대한 성모님의 응답으로 2005년 레지오에 입단하고 9월9일 선서를 하게 되었다. 박남심 요셉피나 자매님은 다른 단체에서 봉사하는 것보다 레지오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모든 봉사활동이 더욱 적극적이고 다양해서 좋았다고 한다.
자매님은 구역에서도 반장을 맡고 있다. 세례 후 얼마 되지 않아 맡게 된 반장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발로 봉사할 수 있는 것은 허락할 때까지 할 거란다. 교회에서 주어지는 모든 일에 거절을 해 본 적이 없는 자매님은 순명하는 모습이 성모님을 참 많이도 닮았다.
자매님은 “레지오를 통해 성모님의 참사랑을 알게 된 것이 너무나 큰 기쁨이며 행복”이라고 한다. 아들딸 모두 출가시킨 뒤 홀로 생활하는 은근한 외로움에 지금은 성모님과 함께 일상을 공유하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스럼없는 기도와 대화로 함께 하고 있다.
자매님은 남편과 사별 후 자신의 삶이 힘들었을 때 자녀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사랑한다는 얘기 한 번 하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에 대해 아쉬움과 미안함이 컸다. 이렇듯 성모님과의 대화 안에서 다시 사랑을 배우게 됐고, 이제는 수줍음 없이 사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더없이 귀여운 손주들에게는 아낌없이 사랑을 말하고 그 사랑을 쓰게 된다고 했다.
모범적 신앙인의 삶으로 가족들에게 선교
사실 가족을 성화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어려운 선교활동 중 하나라고 하는데 몇 해 전 딸과 사위가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또 암 투병 중이었던 며느리를 위해 힘든 간병 생활과 손주들의 육아를 맡았다. 며느리가 수술을 받을 때에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 모두 기도를 통해 사랑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사랑의 힘으로 어려운 투병 생활을 마치게 된 며느리는 올해 세례를 받고 자매님의 아들까지 전교하여 자매님은 며느리가 너무 예쁘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선교활동 중 어려운 가족 성화를 모범적인 신앙인의 삶으로 녹여 온몸으로 직접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어내 자연스럽게 선교가 이어진 것이다. 이제는 동생을 주님의 자녀로 인도하기 위해 기도한다. 또 3년째 봉성체 봉사를 하면서 만난 분들과 친구가 돼 가끔씩 말동무도 하고 음식 나눔을 하면서 돌봄을 하고 있다.
일 년 전부터 박남심 요셉피나 자매님은 레지오의 상위 등급 단원으로 성무일도를 아침, 저녁으로 바치며 자신의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봉사하며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이 끝없는 열정과 사랑은 우리 교회의 자산이며 또 세례를 통해 거저 받은 사도직 소명일 것이다.
<사진>아들과 며느님, 사위와 딸 세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