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3일 금요일 맑음 Carrión de los Condes에서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까지 26km
새벽 4시에 바오로씨가 프론트로 내려 온다. 오늘 경당에서 미사가 6시 30분에 있으니 6시까지 더 주무시라고 권했는데 충분히 잤다면서 폰을 보고 있다.
그동안 알베르게에 WiFi가 없어서 폰으로 동영상도 보지 못했는데 실컷 보시라고 했다. 집에서 떠나기 직전에 아이폰을 최신형으로 바꾼터라 유럽유심으로 바꾸었는데도 데이터를 쓸 수 없다. 어떻게 손 봐야 할지 몰라 WiFi가 되는 Bar나 Albergue에서 만 카톡으로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구글 맵 사용도 못해서 사진을 찍어서 Albergue를 찾아간다.
6시15분에 커다란 열쇄를 든 수녀님이 앞장 서서 알베르게 옆에 있는 경당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신다. 김 로사씨가 우리와 동행했다. 경당에 들어서자 신부님이 무릎을 꿇고 조배를 드린다.
오늘 가는 숙소에는 신부님이 수녀님께 부탁해서 예약을 해 두었다 하셔서 여유롭게 출발했다. 신부님은 먼저 출바하시고 우리는 7시에 알베르게를 나와 기둥 위의 성모님께 인사 드리고 Rio Carrión 다리를 건넜다.
여기서 다음 마을인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까지 17km의 Mezeta(고원)를 걸어가야 가야한다. 오늘 따라 잠이 어찌나 쏟아지는지 바오로씨와 나는 4km마다 앉아서 쉬며 어제 사둔 길 양식인 과일을 먹었다.
갈색 자갈돌이 길가에 많이 보인다. 자갈로 화살표도 만들어 두었고 글씨도 써 둔 것이 흐트러져 있다. 지인이 순례길에서 돌 하나 주워달라던 말이 생각나서 하나를 손에 쥐고 가면서 그분을 위해 기도 했다. 행복하시기를...
졸며 걷던 길에서 푸드 트럭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 Puedo comer algo?(뭐 좀 먹을 수 있나요?) 스페인어가 술술 나온다. 치즈 곁들인 빵과 커피를 한잔 마시니 배가 든든하고 정신이 맑아진다. 길 양식으로 과일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빵이 필요하다.
어제 싸다고 신부님과 함께 7유로 어치 과일을 사서 나누었는데 바오로씨는 무겁다고 질색을 한다. Bar에서 비싸게 사 먹어도 좋으니 본인 길 양식은 사지 마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밀밭과 유채꽃밭 사이에 난 길이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나 저제나 목 빼며 가다가 드디어 레디고스까지 왔다.
낯익은 알베르게와 Bar가 반갑다.
점심을 주문해서 먹는데 "미련, How are you?"하고 프랑스 사람 William씨가 인사를 한다. 그는 하루에 20km정도 걷는다면서 이 알베르게에서 잔다고 한다. 레온에서 다시 보자면서 반가워한다.
며칠 동안 계속 만나게 된 크리스티나와 이바나에게 귤을 하나씩 주고 6km떨어진 우리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2017년부터 3번이나 걸었던 길인데도 이 길은 낯설기만하다. 바오로씨는 산처럼 쌓아 둔 건초더미는 본 것 같다고 한다.
오늘은 뭉게 구름 덮힌 하늘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자꾸만 하늘을 찍게 된다. 신부님이 기다리실텐데... 하면서도 다꾸 걸음을 멈추게 된다.
3시30분에 숙소에 도착하니 신부님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체크인 하려고 보니 신부님 친구 두 사람 김씨와 안씨가 이미 체크인을 했다는 거다. 그리고 full이라면서 다른 숙소로 가라고 한다. 신부님이 아니라고 이 사람들이 내 친구라고 해명을 하셨지만 소용이 없다.
어제 신부님이 수녀님들께 유스티노와 한국 친구 2명 숙소 예약을 부탁하셨단다. 나중에 오늘 미사를 함께드린 김로사씨와 그녀의 찬구 안씨도 예약해 달라고 부탁해서 2사람을 추가해 달라고 했는데 그 과정에 오해가 있었나 보다 하셨다.
알베르게 주인이 우리에게 멭메트리스를 줄테니 거기에서 자겠느냐고 제안한다. 우리는 재워주기만 한다면 메트라스라도 고마울 뿐이다.
4시가 가까운데 동키로 보낸 배낭이 도착을 하지 않는다. 알베르게 주인에게 부탁해서 전화를 해 보니 우리 배낭이 아직도 Santa Maria 알베르게에 그냥 있다고 한다. 동키 회사에 전화해서 옮겨 달라고 부탁을 했어야 한다면서 오늘은 자기가 해 줄테니 내일부터 우리가 직접하라고 한다. 알베르게에 두면 자동으로 가져가는 줄 알랐는데 미리 전화해야 하는구나.
택시를 불러서 신부님과 함께 배낭을 찾으러 갔다.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 우리 배낭 2개가 Santa Maria 알베르게 의자 위에 덩그마니 얹혀져 있다. 택시 요금 30유로...수업료가 만만치 않다.
저녁으로 12유로씩 주고 순례자 메뉴를 주문해서 포도주를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남은 빵 두 조각은 내일 길 양식 하려고 냅킨으로 싸서 가져왔다. 신부님은 2유로를 주고 또르띠야를 주문해서 내일 길 양식 삼으신다. 나는 바오로씨가 미리 사지 마라고 신신 당부 했기에 싸다고 주문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
저녁 식사 후에 김안나씨와 그 친구는 우리에게 미안해 하면서 자기들 침대를 쓰라고 한다. 우리는 2층 침대보다 1층 메트리스가 편하니 미안해 하지 말고 편히 자라고 했다. 조금의 오해는 했었지만 모두 같은 알베르게에서 잘 수 있어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안나씨와 1시간 정도 이런 저런 순례길 이야기를 하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숙소는 예약을 할 수 없어 Municipal 알베르게에 배낭을 보내고 일찍 출알해서 12시 전에 도착해야한다. 1시에 open하지만 미리 가서 배낭으로 줄이라도 세워두어야 안심이다.
며찰전에 생장에 500여명의 순례자들이 도착했다는 정보를 들었었는데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점점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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