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의 연휴를 집에서 놀고 지낸다.
점심엔 정우아짐이 숭어를 구웠다고 오라신다.
소주를 곁들이고 와 낮잠을 잔다.
바보에게 산책을 가자하니 사양한다.
혼자 비끼골로 걷는다.
가랑비가 오락가락한다.
마치마을까지 걸으니 옷 속으로 땀이 밴다.
고인돌과 묘지의 비석을 본다.
먼 훗날 비석과 고인돌은 차이가 나겠지.
라디오에서 데이터센터가 기록물이라고 하지만 돌이 더 오래갈 것이다.
외계인은 데이터센터와 소통할 가능성이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달 전쯤 걸었던 기맥의 송장고개를 찾아 오른다.
동네에서는 저녁에 산으로 올라가는 날 보고 개가 짖어댄다.
얼른 마을을 벗어나 고랑 사이 돌길로 접어들지만 개는 오래 짖는다.
이 조용한 동네에 침입자를 오랜만에 보는가보다.
송장고개로 오르는 길의 흔적은 없지만 나무가 덮지 않아 낙엽을 밟으며 빠지는 걸음이
걸을 만하다.
뒷쪽 마동마을이 나무사이로 흐릿하다.
이 고개를 넘어 과수원엔가를 다니셨다는 희당 박홍석 옹의
비석도 찾아봐야 할 텐데.
왼쪼긍로 지난번에 내려온 능선을 조금 오르니 286m 희 준의 팻말이 걸려ㅕ 있다.
리본이 많은데 바닥에 떨어진 가지에 달린 리본도 보인다.
봉두산을 보고 길없는 산을 내려간다.
맹감나무 가시와 잡목들이 참나무 사이에 서서 날 막는다.
겨울 방한 장갑으로 안심하고 가시를 잡기도 하면서 내려오는데 어느 사이 보니
벙어리 장갑의 외피가 찢겨져 하얀 솜이 보인다.
선아가 돼지족발탕을 해 놓았다고 어디냐고 한다.
다 모였다 하여 마음이 바빠 진주강씨 묘지에서 탈출해 뛰기 시작한다.
보슬비가 내리는 속에 내리막이어서 괸돌바구까지 쉬지 않고 천천히 뛴다.
배나무밭 마당에 선 남자들이 쳐다보는데 알듯말듯 해 무시하고 뛴다.
언니가 전화받지 않는다고 해 집에 들러 막 일어난 바보와 선아집으로 내려간다.
선거 이야기를 하기도 하다가 월파 서선생의 이야기도 나와
아는 체를 한다. 월파 서선생사업회 부회장이는 난 그 분을 거칠게 설명한다.
괜히 잘 난척 하지 않았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