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뷰티샵 꿈
밤 10시,
PC방의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환한 모니터 불빛이 얼굴을 비추는 그곳에서,
누나는 오늘도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다.
손끝은 차가운 키보드를 닦고,
휴지로 컵라면 자국을 지웠다.
손톱 밑에는 먼지가, 손바닥에는 세제 냄새가 스며 있었다.
그 손은 원래,
립브러시를 잡고 섬세한 화장을 하던 손이었다.
“누나, 오늘도 야근이에요?”
단골 손님이 묻자 누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12시간이야. 새벽엔 좀 한가해져.”
그 웃음 속엔 피로가 묻어 있었지만,
누나는 항상 웃었다.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와
게임 속 총소리가 섞인 그 공간에서
누나는 매일 꿈을 숨기고 살았다.
새벽 3시, 손님이 거의 없을 때,
누나는 몰래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낡은 노트 한 권이 들어 있었다.
표지는 오래전에 커피가 쏟아져 얼룩이 져 있었다.
노트를 펼치면,
거기엔 눈썹, 립라인, 헤어 컬러 스케치가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페이지마다 그녀의 손글씨가 작게 적혀 있었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뷰티샵을 열자.”
하지만 지금 그녀의 손은,
마우스를 클릭하고, 카드 결제를 처리하는 데 쓰이고 있었다.
퇴근길,
새벽 공기가 서늘했다.
누나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사서 걸었다.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스쳤다.
피곤하지만, 가방 속엔
**‘동생의 등록금 봉투’**가 있었다.
“이번 학기까지만 더 벌면 된다.”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며칠 뒤,
동생이 학교에서 상을 받아 돌아왔다.
“누나! 나 이번에 미용대회에서 상 받았어!”
그 말에 누나는 웃으며 손뼉을 쳤다.
“대단하다, 우리 동생!”
하지만 동생이 돌아서자,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번졌다.
그 눈물 속엔 기쁨과 아쉬움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그녀의 꿈이,
이제 동생의 손끝에서 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누나는 다시 PC방 카운터에 앉았다.
모니터 속 광고에는
‘신상 립스틱 런칭 이벤트’라는 문구가 반짝였다.
누나는 손가락으로 화면 속 모델의 얼굴을 따라 그렸다.
그리고 조용히 웃었다.
“그래, 나는 여전히 화장을 하고 있구나.”
그녀의 손끝이 닿은 모니터 표면에
희미한 미소가 비쳤다.
새벽 5시,
손님이 모두 떠난 뒤
누나는 거울을 꺼내어 자신을 비춰보았다.
지친 얼굴, 검게 변한 눈 밑.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반짝였다.
그녀는 작은 메모지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도 동생의 꿈을 꾸었다.
내 꿈은 아직 여기 있다.”
그리고 카운터 불을 끄며
하루를 접었다.
컴퓨터 팬의 잔열이 남은 공간에,
아직 희미하게 분홍빛 꿈이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