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의 주 소득원은 감귤ㆍ당근ㆍ감자ㆍ콩 등 밭작물이다. 주민들은 농사외에 관광업소(식당, 토산품 판매점, 건강보조식품 판매점) 경영자나 종사자가 많아 소득은 높은 편이라 하는데, 결론적으로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하여 유명관광지로 지정된 성읍민속마을 주민들의 의식과 삶이 순수성을 잃고 심하게 오염된 점은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자 금세 어디서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40대로 보이는 한 아낙네가 다가와 우리더러 구경왔느냐고 말을 붙이는 것이었다. 그 말도 제주 토속어로 했는데 정확한 내용은 잊어버렸다. 끝말은 아마 "왔수까?"였지 싶다.
그래서 내가 그렇다니까 자기를 따라오라며 우리들 앞서서 길안내를 하는 시늉을 했다. 행색을 보아서는 주민일시 분명한데 우리를 안내하는 폼새가 여늬 가이드 못지 않았다.
어떤 한 초가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드디어 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초가집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가로로 세 개의 막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세 개가 나란히 가로막고 있으면 주인이 부재중이라는 뜻이고, 두 개가 가로막고 있으면 두세 시간 출타 중이라는 의미(?)고, 세 개가 모두 내려져 있으면 들어와도 좋다는 뜻이라나 뭐라나...말솜씨가 아이들 말마따나 죽여주는 것이었다. 아내는 속삭이며 내게 하는 말이 「관광 가이드 해도 되겠다」였다.
제주의 명물 흑돼지 우리도 보여 주고, 빗물을 받는 옹기 앞에서는 빗물을 어떻게 받는지도 설명해 주면서 집안을 자연스럽게 둘러보게 하다가, 헛간(알고보니 부엌)같은 곳으로 우리를 인도해 가더니 냉장고에서 쥬스병을 하나 꺼내어 종이컵에 따라 한 잔씩 건넨다. 더우니 마시라는 것이 시원한 오미자차라고 했다. 우리는 참으로 친절하고 고마운 주민이라고 생각하며 기분좋게 차를 들이켰다.
그런 친절 뒤에는 뭐가 있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찬장에서 하나의 약통같은 걸 꺼내더니 거기서 여러 알갱이를 손바닥에 쏟아 넣더니 약(건강식품)을 팔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조랑말의 골수로 만든 환(丸)인데 신경통 관절염에 특효라고 한다. 제주에서는 말을 아무 때나 잡을 수 없고, 7월 한 달에만 가능하며 거기서 말의 골수를 채취하여 마골환(馬骨丸)을 만들어 지금 판매하는데 수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듯 은근히 구매를 재촉하는 액션을 보였다. "평상시에는 말뼈환"을 파는데 7월 한 달만 골수를 추출한 골수환을 판매한다. 다른 달에는 구입할 수가 없다. 말뼈로 만든 일반 환은 칼슘 덩어리고 소화도 잘 안 된다. 골수만으로 만들었으니 효과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제주산 흑오미자도 귀한 것이라며 자랑을 빠뜨리지 않았다.
참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그냥 무시하고 나오자니 이미 마셔버린 오미자차 맛이 쓰디쓰게 느껴졌지만 도리가 없었다. 사람 잘 못 봤다. 이 나이에 내가 그 상술에 말려들 사람이야.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냥 물러나오니 아낙네는 다시 볼 일이 없다는 듯 휑하니 자리를 뜨고 말았다.
기분이 개떡 같아졌다. 관광지를 다녀 봐도 이런 경우를 당해 보진 않았었다. 호객과 상품 강매. 이건 숫제 민속마을을 구경하러 오지 말라는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다. 「사또의 집」이라고 쓰여진 집안을 기웃거렸더니 다른 집 구경했으면 다 똑 같으니 들어올 필요없다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말을 뱉어낸다. 그럴 거면 「구경하는 집」이라는 간판은 뭣하러 걸어놨대?
순박한 제주민의 정겨운 모습을 보려던 뜻이 무참히 깔아뭉개진 느낌이어 우리는 서둘러 마을을 벗어 나왔다.
[성읍민속마을]주민들, 계속 이런 행태로 관광객을 맞다간 알게 모르게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성 싶다. [성읍민속마을]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불쾌한 경험을 한 관광객들의 제보가 한가득 했다. 아예 그 마을엔 발걸음을 끊어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었다.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적절한 조처가 있어야 될 것 같았다. 주민들도 정히 자체 생산하는 건강식품을 판매할 양이면 지정된 특산품판매장을 설치하여 자유롭게 전시 판매토록 하면 될 터이다. 그렇게 해놓으면 아무 부담없이 관광객이 출입하면서 임의로 구입할 수 있으니까 문제될 것이 없지 않겠는가.
아무튼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주민도 양보하고 관광객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전통마을을 찾아보는 애정이 꽃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성읍민속마을전경: 자료사진(성읍민속마을 홈페이지)



▲ 초가집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가로로 세 개의 막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세 개가 나란히 가로막고 있으면 주인이 부재중이라는 뜻이고, 두 개가 가로막고 있으면 두세 시간 출타 중이라는 의미(?)고, 세 개가 모두 내려져 있으면 들어와도 좋다는 뜻이라나 뭐라나...
막대 꽂는 구멍이 네 개인 집은 독신녀의 집, 다섯 개 있는 집은 독거남의 집(?)이라던가...







▲ 빗물 받는 독 : 짚을 연결한 것은 빗물을 정수하는 역할과 더불어 빗물을 많이 모으자는
의도에서란다.

▲ 제주 흑돼지(똥돼지) : 옛날에는 인분을 먹였으나 요즘은 사료를 줘서 키운다고.
(그래서 요즘 흑돼지가 맛이 떨어지나?...)



▲ 「사또의 집」에 들어가니 감귤이 탐스럽게 달려 있었다. 감귤이 아래로 달리지 않고 위로 솟
아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혹 내방객이 따 갈까봐 경고문패를 달아 놓았다.
첫댓글 제주도는 여러차래 다녀왔으나 마포검둥이님의 멋진 사진 보고 다시 찾고 십픈 심정입니다.
삼다도 우리나라의 보배입니다. 감사합니다. 또 갈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