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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불법행위를 풀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노동자들의 파업=불법행위’라는 프레임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파업을 통해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불법행위’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끝났지만, 파업종료 시 진행한 합의사항의 이행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이트진로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불법행위’의 프레임 속에서,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의 압박을 이겨내며 6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파업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하이트진로의 집단 해고, 손배 소송, 노조파괴 분쇄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고공농성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18 ⓒ민중의소리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은 운임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부터 파업에 돌입하였다. 하이트진로가 하청업체(수양물류)의 모든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임원 4명 중 3명이 하이트진로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는 하청과 해결할 문제라며 뒤로 물러나 있다.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왕복 주유비가 현재 지급받는 운송료와 거의 같아서 사실상 남는 것이 없고, 2008년 유가인상을 이유로 운송료의 8.8%를 삭감한 이후 현재까지 인상률을 살펴보면 –1.1%의 인상률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연일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여기에 사측에서 27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가압류를 진행하였다고 하니, 장기화되고 있는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행위’로 비춰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노동조합과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노동자 개인에게도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발생한 손해를 책임지도록 한다면, 이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사용자의 권리행사라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손잡고에서 진행한 손배가압류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7년 6월 기준으로 노동조합과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1,867억원(24개 사업장, 64건)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만 해도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포함해 6건, 304억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가 이루어졌으니, 이를 모두 합하면 몇천억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의 대응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쟁의행위 손해를 노조와 노동자에 물을 수 없게 명시돼 있지만
손배소와 가압류가 쟁의 대응수단이 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게 몇억원, 많게는 몇십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되고, 이를 이유로 통장계좌, 부동산 등에 가압류가 이루어지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불법파업’의 프레임은 공고하게 유지된다. 이 때 파업 참여를 철회하고 노동조합을 탈퇴할 것을 조건으로 소취하를 제안하면서 노동조합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쟁의행위를 통해 교섭력을 확보하고 노사간 협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아버린다.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현실에 처해있는지, 왜 생계를 포기하고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 절박한 목소리가 ‘270억원의 손해’라는 낙인에 갇혀 외면받기를 사측은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을 것이다.
0.3평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는 끝장 투쟁을 벌였던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의 모습. ⓒ금속노조 제공
2017년 6월, ILO(국제노동기구)는 “파업은 본질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정부에 손배가압류가 노동조합의 파업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했다. 같은 해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 또한 우리 정부에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지속되고 있는 등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를 상대로 한 보복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고, 중재와 합의를 위한 역할을 해야할 대통령과 정부가 노조 활동을 ‘불법행위’로 규정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노동3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행위로 단정하고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를 당연시하며 그들만의 ‘법과 원칙’을 논하는 것부터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