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일본 3-데이 마치(The Japan Three Day March) 참가기
지난주 4박5일 일정으로 동호인들과 함께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걷기행사에 다녀왔다. 행사명은 도쿄 북쪽의 사이타마현 히가시마츠야마시가 주관하는 ‘제46회 일본 3-데이 마치(The Japan Three Day March), 인구 10여만의 작은 도시가 해마다 이맘때쯤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걷기행사를 많은 인파가 몰리는 축제마당으로 열고 있다. 주최 측의 슬로건, ’꽃과 걷기, 노벨물리학상수상자를 배출한 도시로 유명한 히가시마츠야마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46회를 맞은 히가시마츠야마걷기행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고 일본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걷기축제이다.’
제46회 히가시마츠야마걷기에 참가한 일행
참가일정은 첫날(11월 2일, 목) 오전 9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당일 오후 히가시마츠야먀 숙소에 여장을 풀고 둘째 날(11월 3일, 금)부터 3일간 히가시마츠야마주변 걷기 후 넷째 날(11월 5일, 일) 오후부터 일본 관광명소 닛코 일원을 돌아보고 다섯째 날(11월 6일) 저녁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빠듯한 여정, 모든 일정을 차질 없이 소화하고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다.
이번 행사에 한국에서는 한국체육진흥회 회원 20여명과 개별적으로 참가한 동호인 등 30여명이 참여하였다. 주최 측이 밝힌 첫날 참가자는 1만 9천여 명, 시청 옆의 넓은 행사장은 물밀 듯 몰려드는 인파로 활기가 넘친다. 걷기종목은 5km, 10km, 20km, 30km, 40km, 500km로 나누어지는데 10km구간 참가자가 약 70%에 이른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이 단체로 참가하기도. 우리 일행 중 다수는 첫날에는 20km, 둘째 날은 30km, 셋째 날은 10km를 걸으며 건강을 챙기고 친교를 다졌다.
걷기에 나서는 참가자들의 모습
오가며 바라본 풍광, 나리타공항에서 히가시마츠야마에 이르는 100km 이상의 도로주변이 높은 산이나 구릉이 거의 없는 넓은 평원으로 이어지고 한국의 곳곳에 들어선 고층아파트 등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에 눈길이 가기도. 조용한 도시 히가시마츠야마의 외곽을 여러 코스로 나누어 걷는 중 곳곳에 곧게 뻗은 거목들의 숲이 울창하고 깔끔하게 가꾸어진 농촌의 모습들이 평화롭다.
관광명소 닛코는 바야흐로 일본제일이라는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고 굽이굽이 휘돌아 오른 난타이 산중턱의 넓은 호반(주센지 호반, 中禪寺 湖畔)과 일본 제3의 폭포라는 낙차 97미터의 게곤(華嚴)폭포의 장엄한 모습이 절경이다. 260여년 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소에 들어선 신사 토쇼쿠(東照宮)의 위용이 별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니코탐방을 안내한 한국체육진흥회 김강명 도쿄지부장이 토쇼쿠(東照宮) 탐방에 맞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한 당대 3걸의 종달새를 울게 하는 성격 묘사와 코멘트는 이렇다. ‘삼일천하로 끝난 오다 노부나카, 울지 않으면 목을 친다. 조선침략을 책동한 도요도미 히데요시, 울 때까지 괴롭힌다.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 울 때까지 기다린다. 누가 승자인가?’ 오늘의 경세가들도 참조할 바가 있으렷다.
난타이 산중턱의 주센지 호반(中禪寺 湖畔)
닛코탐방을 마치니 정오가 가깝다. 18명의 일행 중 6명은 일본에 거주하는 교민의 안내로 4박5일의 나가노지방 추가체류 차 닛코역에서 열차편으로 이동하였다. 작별에 앞서 일행들에게 한 마디, '4박5일 걷기행사일정 원만하게 마쳐 기쁘다. 더 머무르는 이들에게 보람이, 돌아가는 이들에게 무사귀환하기를 박수로 성원하자.'
귀국길에 오른 일행(12명)이 이틀간 탑승한 전세버스 편으로 나리타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가깝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7시 20분 발 인천공항 행, 두 시간 넘게 날아 인천공항에 착륙하려던 비행기가 예기치 않은 사유로 공항을 선회한 후 30여분 연착하였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다. 아마도 기상상태가 착륙지연사유인 듯. 예정시각보다 훨씬 늦은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귀가 길에 오른 발걸음들이여, 안녕!
* 1. 걷기 행사 중 인상 깊었던 사연들,
1) 우리 일행 숙소와 한일우정걷기 일본 팀 숙소가 5분 거리로 가깝다. 첫날 도착하여 상면인사 차 방문, 둘째 날은 일본측의 환영만찬, 셋째 날은 작별인사 차 방문 등으로 상호 오래된 우정을 다졌다. 만찬행사에서 지난봄 조선통신사 걷기 때 거주지에서 성대한 저녁식사를 대접한 하라다 전 중의원 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2) 7년 전 타이완 일주 걷기 때 함께 한 타이완 산악회 회원들이 여러 명 이번 행사에 참가하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타이완 대표 황 선생은 80대 후반의 고령인데도 건각을 지속하는 모습이 본받을만하다. 그는 조선통신사 걷기에 한국구간과 일본구간을 번갈아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계속 걷기에서 만날 수 있기를.
3)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초창기멤버들이 일부는 타계하고 더러는 고령에 따른 체력저하로 점차 멀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그중 이번 행사에서 만난 두 분과의 조우가 반갑다. 한 분은 90세 전후의 고령여성으로 부부가 함께 하던 중 남편은 타계,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또 한 분은 통칭 오빠로 불리는 가와타 시게루 씨로 한국을 100여 차례 이상 방문한 친한 인사, 근년에 허리가 안 좋아 걷기행사에서 만난 지 오래 되었다. 두번째 상면 후 그가 보낸 메시지, '오늘 점심 때 아내랑 함께 다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주치의인 김혜경(* 걷기 중 가와다 씨의 다리가 불편하였을 때 침 치료한 아내) 선생님 보고 싶어요' 두 분 모두 이 고장 사이타마에 거주하는 터라 일부러 찾아온 것, 아무쪼록 남은 때 건승하시라.
걷기에 참가한 타이완 팀과 함께
2. 2018년 10월에 한‧일조선통신사유적이 유네스코기억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리며 한일우정걷기멤버들과 함께 5박6일간 도쿄에서 닛코까지 165km를 걸었다. 그때의 닛코 탐방기록을 덧붙인다.
‘10월 13일(토), 구름 끼고 선선하여 걷기 좋은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살피니 깊은 계곡의 울창한 숲이 온천명승의 이름값을 한다. 아침 일찍 대욕탕에 내려가 걷느라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식당에 들어서니 넓은 홀이 수백 명의 손님들로 북적인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전날 마무리 도착지로 가기 위해 鬼怒川溫泉 역에서 7시 57분 발 시모이마이치(下今市) 행 열차에 올랐다.
시모이마이치(下今市)에 도착하니 8시 25분, 잠시 호흡을 고른 후 오전 9시에 도쿄 – 닛코 걷기의 마지막 일정을 시작하였다. 역 주변을 벗어나니 이내 삼나무 숲길, 잠시 걸어 이른 곳은 조선통신사가 닛코에 오가는 길에 묵었던 시모이마이치(下今市) 객관유적비가 세워진 공원이다. 세 번 닛코에 왔던 조선통신사 일행은 갈 때와 올 때 하루씩 이틀을 이곳에서 묵었는데 그때마다 통신사가 묵을 숙소를 100여 채 지었다가 통신사가 떠난 후에는 즉시 헐었다는 안내자의 설명, 왜 아까운 집을 곧바로 헐었느냐는 질문에 사절단을 최고로 예우하는 뜻에서 그러한 것이라는 대답이다.
수백 년 자란 거목이 울울한 숲길을 열심히 걸어 오전 11시 경 JR닛코 역에 도착하여 10여분 쉬었다가 속도를 내어 토쇼쿠(東照宮)로 향하였다. 토쇼쿠(東照宮)는 내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 마침 토요일이라 이곳을 찾는 인파로 붐빈다. 궁 앞에서 간단한 의식을 가졌다. 엔도 일본 대표와 선상규 한국 대표, 토쇼쿠 관계자가 유네스코세계기억유산 등재를 기념한 이번 걷기의 의미를 새기고 이를 계기로 한일 간의 신뢰와 우의가 증진되기를 염원하였다.
토쇼쿠(東照宮)에는 3차의 조선통신사 사절들이 여러 종류의 선물을 가져왔는데 대부분이 화재로 소실되었고 2차 사절단이 가지고 온 동종(銅鐘)만 그대로 남아 있다. 궁내의 여러 건물과 조각품이 진귀하고 경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묘소로 가는 길은 207개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느라 숨이 차다. 막판에 이르니 올라오기를 잘 하였다고 확인해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유훈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
탐방객으로 북적이는 토쇼쿠 경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