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박달촌의 수련생들
한편,
박달촌의 수련생들에게는 2 년이 그렇게 힘들게 지나가고 있었다.
혹독한 2년의 수련 기간이 지나자 수련생 모두가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2년 전의 순수한 소년의 눈빛이 아니다.
눈에서는 불꽃이 튀어나온다.
혹독한 훈련을 받은 전사 戰士의 모습이다.
다행히 조선하의 전선은 아직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었다.
그동안 노약자를 비롯한 주민들도 대부분 조선하에서 대릉하로 이주하였다.
한군 漢軍 측에서도 크게 답답할 게 없는 상황이라,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모양새다.
그러자 여유가 생긴 금성부에서는 십칠선생에게 수련생들을 1년을 더 가르쳐
오백 부장 伍百 夫長의 수준으로 육성시키라 한다.
오백부장, 지금까지는 없었던 직책이다.
새로운 직책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신입 수련생 열 명을 박달촌 수련장으로 또 보낸다.
제 2기 생도 生徒이다.
중부와 한준이 보니 2기 생도 生徒 들도 대부분 안면이 있었다.
궁상각치우 중 이상, 삼각, 사치, 오우, 그리고 위지용과 족제비, 불곰, 짝귀 등이었다.
2년 후배들이 자신들과 나이가 비슷했다.
제 2기 생도의 훈련은 1기 생도 보다 좀 더 체계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수련생들이 늘어나니, 자연히 두 사부도 힘들어한다.
그래서 석늑과 설태누차를 조교 助敎로 활용하였다.
훈련 방식도 제 1기 생들과 비교하면, 직선적인 힘보다는 이론적인 기술력을 많이 가르치는 모습이다.
점차 체계적인 수련법으로 발전되는 단계이다.
그나저나 1기생들의 2단계 수련은 이제 상상을 초월하는 단계까지 와 버렸다.
혈창루 모용척. 십이지살 선우휘 두 노인은 전력을 기울여 이 년 동안 힘들여 가르쳤는데
또, 1년을 더 가르치라니.
두 노인네들 입술이 부르튼다.
이제 무술 초식의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다시 세분화시켜 가르친다.
지금까지는 시간이 없어 급 한대로 이론을 무시하고 실전적인 무예만을 가르쳤는데,
이제는 무술의 그 근원적인 원리를 가르치고 있다.
저녁 시간에는 십칠선생의 아우이자, 향기의 부친인 동방 중허 東方 仲虛가 십칠선생을 대신하여
병법의 기본원리인 육도 六韜 와 삼략 三略을 강의한다.
* 육도 六韜. - 태공망 강상이 쓴 병법서로 알려져 있다.
* 삼략 三略. - 황석공이 쓴 병법서이다. 후에 초한지의 장량에게 넘겨주었다.
십칠선생 동방 호는 김청예와 함께 범선을 타고, 신처지 新天地 개척의 요원 要員으로 한반도로 가고 없었다.
춘추 전국시대에 활약한 손무 孫武가 저술한 손자병법 孫子兵法과
오기 吳起가 쓴 오자병법 吳子兵法은 모두 실전적인 병법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병법은 모두 강태공의 육도와 황석공의 삼략 병서 이론을 기초로 한 병법서다.
이제 병법의 기본원리인 육도,삼략을 또, 졸면서 듣고 있는 중부와 한준이다.
석늑과 설태누차도 병법 강의에 참석한다.
인쇄술이 뛰어난 현대는 마음만 먹으면 서점에 가서 얼마든지 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죽간에 일일이 한 자 한 자씩 수기 手記로 작성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컸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에는 대단히 긴요한 내용이므로 일반인에게는 극비 極祕로 하였다.
비기 秘記다.
아무나 함부로 접할 수 있는 죽간이 아니었다.
일반 시중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아주 귀하디 귀한 내용이었다.
아니, 일반인들은 그러한 죽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당시에는 이 병법서들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세상 물정 모르는 청년들이다.
후일, 두고두고 후회를 한다.
그렇게 열 달이 지나자 이제는 깊은 산속으로 수련장을 옮긴다.
조선하의 상류로 이동하였다.
좌측과 우측에서 큰 물줄기가 흘러 내려와 합수 合水한다.
왼편의 서쪽에서 내려오는 강줄기는 백하 白河 또는, 선하 鮮河라 하였다.
오른쪽 북쪽에서 흘러오는 강은 조하 朝河. 潮河라고 한다.
그러니 큰 두 물줄기가 합쳐서 조선하 朝鮮河를 이룬다.
이곳이 조선인 예족 濊族의 본향 本鄕이라 한다.
백하 상류에는 상당히 큰 고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단주 檀州다.
박달나무가 많다 보니 지명 자체가 단주다.
거주민 居住民들은 단군의 첫 도읍지가 이곳 단주라고 말하고 있었다.
단주가 조선의 시원지 始原地란 의미다.
상당히 큰 마을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 눈에 띄게 되면 그 즉시 수련은 무효란다.
조금 더 상류로 올라가니 산세 山勢들이 가파르게 변한다.
연산산맥이다.
저 멀리 정상 부근에는 성벽이 보인다.
서쪽에서 동편으로 험준한 산세와 토성이 한 몸을 이루어 길게 길게 뻗쳐있다.
가파른 연산산맥 등줄기를 따라 축성된 토성이다.
멀리서 보아도 높고도 웅장해 보인다.
만리장성이다.
조하와 백하 합류 지점을 중심으로 하여 수련장이라 한다.
그런데 말이 수련장이지 인위적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차가운 강물과 검은 바위, 마른 갈대와 낙엽 진 나목 裸木들.
이것이 수련장의 모습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차가운 朔風만 살 속으로 파고들 뿐이다.
아주 친환경적인 수련장이다.
창 한 자루와 단도 短刀 한 개만 달랑 주면서 각자 따로 산속에서 이십 일간
산짐승처럼 야생 野生 생활을 하라고 한다.
겨울철 극한의 생존 조건을 견디는 훈련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토굴 土窟을 파고, 주변의 초목 뿌리는 물론이며,
독초와 독물을 제외한 주위의 모든 생물을 포획하여 섭취하여야만 한다.
물고기나 굼벵이와 같은 곤충은 물론, 겨울잠을 자는 뱀과 쥐잡기는 기본이며,
재수가 좋으면 산토끼나 꿩을 잡기도 하지만, 운수가 사나우면 멧돼지나 늑대까지 상대해야 한다.
두 사부는 사흘에 한 번꼴로 말없이 순시만 하고 사라진다.
다섯 명은 기어코 마지막 단계에서 탈진된 모습으로 탈락한다.
보름이 경과할 무렵, 한준도 너무나 배가 고파, 독초 毒草인 천남성 天南星 뿌리(구근 球根)를
맥문동이나 둥굴레 뿌리로 오인 誤認하여 먹고,
그 독에 중독되어 이틀간 상토하사 上吐下瀉하며 사경을 헤매다 탈락하고 만다.
여름철 같으면 풀잎이나 지상부의 꽃을 보고 식용인지 독초인지 분간하기가 쉽지만,
겨울철에는 전문가가 아니면 분간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열흘 이상 굶주려 뱃가죽이 등짝에 붙은 기아 상태에서는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식용 食用으로 보인다.
다행히 단주 檀州에 사는 단씨 段氏 형제들에 의해 구조되었다.
단씨 형제는 약초를 캐러 다니다, 우연히 독초에 중독된 한준을 발견하고는 구해 주었다.
단씨 형제는 약초꾼이다 보니 다행히 해독제도 잘 알고 있어서,
적절한 처방전 處方箋을 활용하여 한준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제 수련생 중 일곱 명만 남았다
마지막 훈련은 적진 침투다.
그제야 들은 한준의 탈락 소식에 중부의 마음도 아프다.
3년 동안 그토록 힘들고 험난한 역경을 견디고 헤쳐나왔었는데 9부 능선을 지나는 마지막 순간에 탈락이라니.
마지막 훈련은 실전이나 다름없다.
맨몸으로 강 건너 적진에 잠입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자 적의 병장기 2종류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전직 침투 실전 중에 2명의 수련생이 실종 되었으며, 침투훈련 도중 수련생들에 의해 적병 3명이 살해되었다.
이 사건은 나중에 전면전의 불씨가 된다.
또다시 보름 후, 이제 살아남은 자는 다섯 명이다.
마지막까지 생존한 수련생들의 모습은 사람의 느낌이 아니라, 섬뜩한 짐승의 몰골이다.
야수 野獸가 따로 없다.
두 눈에선 새파란 안광 眼光이 뿜어져 나온다.
내재 內在되어 있었던 독기 毒氣가 바깥으로 쏟아져나온다.
수련내용이 얼마나 험난하고 고통스러웠는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일반인들은 그 눈빛을 마주치기도 두렵다.
그 눈빛이 스치기만 해도 살이 베어질 것만 같다.
소름이 돋는다.
불과 3년 사이에 사람이 이처럼 변할 수 있는지, 대단히 혹독한 수련이다.
- 천남성
천남성(Dragon arum) 꽃을 싸고 있는 화포 花苞가 뱀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사두초 蛇頭草’라 부른다.
꽃 모양이 공격성을 보이는 머리를 쳐든 코브라와 흡사하다.
꽃 색깔이 녹색임에도 불구하고 현란스럽게 아름답다.
꽂말은 ‘현혹’이다
‘현혹 眩惑’, 천남성의 빨간 열매는 인간을 비롯한 지나가는 동물을 유혹하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독버섯처럼 이쁘고 아름다운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잎과 뿌리(구근, 球根)는 물론, 열매에는 독이 많아 위험하다.
맨손으로 만지는 것도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어 금한다.
반양지 식물로서 그늘 아래 습기가 있는 시원한 곳에서 잘 자란다.
독성 毒性이 강해, 예전에는 왕이 내리는 사약 賜藥의 원료로도 사용하였다.
-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