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중구 대흥동, 은행동 일원의 원도심 공동화가 심화되며 대부분의 상가가 빈점포이거나 문을 연 상가도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는 초토화 된지 오래여, 2년 넘게 세를 놨는데 나가지도 않고,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붙들고 앉아있는 거지...”
지난 22일 대전시 중구 대흥동 대전극장 통에서 10년 째 삼겹살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동열(63)씨가 “요즘 장사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하소연이다.
주요 업무시설들이 둔산 신시가지로 옮겨가며 원도심 공동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자치단체에서 원도심을 살리겠다고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중구 대흥동, 은행동지역 상가는 고사직전에 처했다.
실제 대전시 중구 대흥동 대전코아(구 대전극장)주변 상가를 찾은 22일 오후, 한 때 대전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번화했던 흔적은 찾아 볼 수 도 없다. 길을 지나는 사람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곳에서 50년 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문순옥(70)씨는 “요즘은 매출이라고 할 것도 없고 하루 종일 사람구경 하기도 힘들다”며 “동구청장은 동구 살린다고 열심히 뛰는 것 같은데 중구에서는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씨의 식당 바로 건너편에만 문 닫은 가게가 4곳이며, 문을 열어 놓은 가게도 손님이 없어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빈 점포를 파악하기 위해 찾은 부동산사무실에는 저녁 장사 준비에 한창 바쁠 시간임에도 주변 가게 주인들이 둘러 앉아있다. 손님이 없어 한 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이 지역 상점 반 이상이 4-5년째 매물로 나와 있지만 팔리기는 커녕 세도 안 나가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사정은 중구 은행동도 마찬가지. 으능정이거리 끝자락에 위치한 찌개골목 역시 13개 점포 중 5개 점포가 문을 닫아놓은 실정이다.
이 골목에서 16년째 찌개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54)씨는 “한 때 평일 70-80만원씩 오르던 매출이 요즘은 10-20만원 수준이라 월세내기도 힘들다”며 “월세내기 힘든 가게들이 빠져나가며 유동인구도 줄어 경영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원도심 공동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극장 등 20-30대 소비층을 유인할 수 있는 시설이 모두 서구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지역은 지난 2004년 대전극장이 사라지며 주변에 극장이 한 곳도 없다. 중앙로역 근처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건설 중에 있지만 이마저도 3년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주차시설마저 열악해 주 소비층인 20-30대들이 접근을 꺼리는 것도 공동화에 한 몫 하고 있다.목척교 공사로 하상 주차장이 사라진 현재 이 지역에는 공영주차장 한 곳 만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 부동산사무소 관계자는 “사실 이 지역은 주차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주차장이 부족해 쇼핑을 하다 주차위반 스티커를 발부 받는다면 누가 오겠느냐”며 “시나 구에서 엉뚱한 바닥 공사에 몇 십억 들일 것이 아니라 주차장이나 더 확충하는 것이 원도심 활성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 출처 ; 대전일보/박병준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