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자관광버스기사 김정이씨
이용미
매일 10시 30분쯤이면 어김없이 진안 마이산남부주차장에 전주권 시티투어버스가 도착한다. 민간업체가 주관하는 그 버스를 운전하는 김정이(55세)기사를 만났다. 작은 키에 하얀 피부와 보조개가 꼭 소녀 같은데 손자, 손녀를 둔 할머니라는 게 믿기지 않는 관광버스운전경력 15년의 베테랑이다. 같은 관광버스 기사인 남편을 조금씩 도와주다가 아예 vip용 버스를 사서 단독 운행하는 중 사업주와의 친분으로 영입되어 오전 8시 30분 전주리베라호텔을 출발 완주 용진 로컬푸드점과 하이트맥주 공장을 들린 후 마이산이 마지막 코스다. 오후는 하이트맥주공장과 전주한지박물관을 거쳐 전주수목원, 금산사를 거쳐 되돌아오는 매일의 일과가 힘들만도 한데 “힘들기보다 퇴직 걱정 없는 제 일에 만족하고 그래서 행복합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15년 전 처음 관광객을 싣고 출발할 때는 긴장으로 손에 땀이나 운전대가 미끄러울 만큼 힘이 들었다고 했다. 관광객 또한 단순히 여자라 못 미덥다는 생각에 여행을 취소할까 했다는 이야기를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듣기도 했지만 그런 고비를 넘기고 나니 오히려 다른 차 운전보다 수월하다고 한다.
더구나 남편과 같은 팀을 맡아 운전하게 될 때는 남들은 돈 들여 여행하는데 돈 벌며 좋은 풍경과 음식을 같이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부러워들 한다고, 그럴 때면 직업선택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택시나 시내버스와 달리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여기사는 드물다. 전북에 김 기사 말고 한 명인가 더 있지만, 이는 전북뿐 아니라 전국 어디나 비슷할 거라고 한다. 이는 장거리 운행에 따르는 여러 어려움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버스를 운행할만한 연습용 버스의 부족을 꼽았다. 본인은 남편의 차로 충분히 연습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게 쉽지 않으니 부러워는 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그런 면에서도 선택받았다는 생각에 항상 감사한다고 했다.
음주 가무가 절대 금지인 차 안에서 심심하다고 투정하는 관광객, 정차구간이 아닌 곳에서 정차를 원하는 승객은 눈치껏 달랜다. 틈틈이 익히고 들은 곳곳의 이야기를 짧게 해주면 좋아하는 관광객의 기쁨에 같이 기뻐하는 나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운전대를 잡겠다며 웃는 모습의 김 기사, 취재하는 내내 같이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