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백무동–중산리 무박산행기
지리산은 내게 오랜 인연이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한 번씩 무박으로 약 34km의 성중코스를 종주하며 몸과 마음을 단련해 왔다.
하지만 이제 70세가 넘은 나이에, 지금도 여전히 도전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70세 넘은 현재의 체력과
회복력을 생각해서 나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해서 성중종주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중 이번에는 신경철 회장과 조금 짧은 지리산 백중코스를 무박으로 함께 갈 수 있게 되었다
이 백중코스는 나에게는 처음 도전하고 또 신회장과 .함께하는 코스고
또한 백무동-세석구간은 그 유명한 한신계곡을 따라 올라가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설레이기도 했다
8월 8일 금요일 밤 10시 50분, 서울 사당역에서 산악회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어둠을 가르고 달려 지리산 성삼재에 도착해서 성중코스를 산행하는 일부 회원들을 내려준 후
버스는 우리가 출발하려는 백무동으로 바로 향했다.
새벽 3시 30분 백무동에 도착했는데 처음 발을 딛는 백무동, 우선 신선한 공기냄새가 서울과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백무동의 고요 속에 세석으로 올라가는 한신계곡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내 가슴은 잔잔한 설렘으로 물들었다.
신 회장과 함께 세석으로 향하는 첫발을 내딛자마자, 우렁찬 계곡물 소리가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물안개가 살짝 피어오르는 계곡 옆을 따라, 서늘하고 청량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발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옆으로는 가파른 절벽이 서 있는 길. 몇 번이고 나무다리를 건너며 내려다본 계곡물은
수정처럼 맑았고, 곳곳에 숨은 폭포들은 깜짝 선물처럼 나타났다.
세석대피소까지 남은 마지막 900m. 이 구간은 마치 벽을 오르는 듯한 급경사였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지만, 그 땀마저 시원하게 느껴질 만큼 산이 주는 기운이 좋았다.
아침에 몇시간을 걸어서 간신히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우선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고지대에 있는 야외 식탁에 앉아서 신선한 공기내음을 마시면서
아내가 정성껏 준비해준 간식을 꺼냈다.
야외식탁에 앉아서 신선한 아침 공기냄새를 맡으며 신 회장과 산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아침은
그 어떤 호화로운 식사보다 값졌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장터목을 향해서 길을 나섰다.
촛대봉을 지나고, 이어 나타난 연하봉에서는 그 이름 그대로의 풍광이 펼쳐졌다.
연하선경—구름과 안개가 능선과 봉우리를 감싸 안는 장면은 한 폭의 산수화였다. 발걸음을 멈추고
눈과 마음에 깊이 새겨 넣었다.
마지막 대피소인 장터목에 도착해 이른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신 회장은 중산리로 바로 내려가고, 나는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향하기로 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1.7km. 성삼재에서 왔을 때는 지쳐서 힘에 부쳤던 구간이었지만,
오늘은 오히려 발걸음이 가벼웠다.
정상에 오르니, 평소라면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었는데, 이날은 단 3~4명뿐이었다.
운무가 살짝 덮인 정상에서의 조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관이었다.
아마도 이런 순간을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된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
천왕봉을 뒤로하고 중산리를 향해 내려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내 본격적인 비가 내려서 바로 판초우위를 꺼내 입었다.
중산리 하산길은 ‘마의 구간’이라 불릴 만큼 길고 가파르다.
빗물에 젖은 돌계단은 미끄럽고, 곳곳의 흙길은 진흙탕이 되어 발목을 잡았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에, 문득 신 회장은 잘 내려가고 있을까 걱정이 스쳤다.
중산리에 도착하자마자 비를 피해서 식당 앞 의자에 앉아 신회장에게 여러번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비가 오는 상황이라 더욱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니, 특별한 사고접수는 없었고,
아마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한다.
그때, 창밖으로 비를 맞으면서 신 회장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피로가 사라질 만큼 반가웠다.
서로 웃으며 무사함을 확인한 뒤, 식당의 샤워장에 가서 뜨거운 물로 온몸을 씻어내니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풀렸다.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오후 6시, 중산리를 떠난 버스는 밤 9시 30분에 서울 사당역에 도착했다.
무박으로 이어진 백중코스 산행.
비와 급경사, 그리고 긴 하산길이 있었지만, 그 속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
그리고 무사히 마무리한 안도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오늘 함께 동행하신 신 회장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 지리산은 또 하나의 추억을 내 가슴 속에 새겨주었다.
ㅇ 언제 : 2025.8.9 03:38 - 16:19 (약 12시간 41분 소요) * 휴식시간 2시간 46분 포함
ㅇ 코스 : 백무동 - 세석대피소 - 촛대봉 - 연하봉 - 장터목 - 제석봉 - 천왕봉 - 중산리탐방지원센터 (약 17km)
* 백무동 - 세석 : 6.5KM
* 세석 - 장터목 : 3.4KM
* 장터목 - 천왕봉 : 1.7KM
* 천왕봉 - 중산리 : 5.4KM
ㅇ 안내산악회 : 좋은사람들
ㅇ 누구랑 : 신경철, 이준복
ㅇ 서울 사당역 출발(2025.8.8. 22:50) 성삼재도착(02:40), 백무동 도착(03:40) 약 4시간 50분 소요 *휴게시간 20분 포함
중산리 출발(18:00), 서울 사당역 도착(21:30) 약 3시간 30분 소요 * 휴게시간 10분 포함
ㅇ 식수 보충할 수 있는 곳 : 세석대피소, 장터목대피소, 로타리 대피소
* 위 지도에서 백무동-세석-촛대봉-연하봉-장터목-제석봉-천왕봉-로터리-칼바위-중산리코스를 걸었다
▲ 산악회 버스안에서
지리산을 향해 떠나는 산악회 버스안에서
▲ 성삼재
성삼재에 도착했다. 성삼재에서 출발하는 회원들을 내려주고 백무동으로 향한다
▲ 백무동 - 세석대피소
백무동에 도착
백무동에서 세석대피소까지 산행을 시작한다.
백무동탐방지원센터를 지나가면서~~ 앞에 신회장
이곳은 장터목과 세석대피소로 갈라지는 지점이다. 우리는 세석대피소 방향으로~~
드디어 세석대피로 가는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헤드랜턴에 의지해서 길을 걷는다
첫나들이 폭포에 도착. 그러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고 폭포수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만 들린다
세석대피소방향으로~~
여러번 계곡에 있는 다리를 횡단해야 한다
힘차게 쏟아지는 물줄기
계단을 오르고~~
가내폭포이다. 어둡고 멀어서 조금 희미하다
또다시 오르고~~
쉼터에 도착
쉼터에서 셀카로~~~
어느정도 여명이 밝았다. 세석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신경철회장~~
세석까지 오르면서 저런 계곡옆으로 걷게되기때문에 우렁찬 계곡물소리가 꼭 행진곡 처럼들려서
힘을 나게 해줬다
신회장님~ 페이스 조절 잘하시면서 열심히 걷고 계시다
해발 1,195m
세석대피소까지 900m 남았는데 급경사로 이루어져 제일 힘든구간이다
해발1,44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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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석대피소에 다 올라왔다
세석대피소가 보인다
이곳 세석대피소에서는 백무동, 장터목, 거림마을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장터목대피소로 가야한다
첫댓글 와우! 10시간 산길 걷기? 난 엄두가 안 나네요.
대단합니다.
총무님~ 감사합니다
산행중 전화도 받게 해 주시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