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만, 내 딸내미가 결혼합니다," 예상치도 않은 동기회장의 한 마디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 내년 2월 1일(토)이며 톡으로 청첩장을 올릴거니까 ~~~ " " 오 ~~~ 축하해 " 동기들의 박수소리와 축하한다는 메아리가 술잔에 너울이 넘친다. 40대 중반을 향하고 있을 자녀들이 홀로 아리랑의 길을 걷고 있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다 큰 중년(中年)의 자식에게 결혼을 재촉하는 것도 서로의 말 못할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으리라. 천생연분(天生緣分)의 배필을 찾지 못한 것인지 아니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저 눈치만 살피며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있을 것이다. " 아빠 ! 사윗감이 있어요 " 이 한마디를 얼마나 학수고대하며 애타게 기다렸을까. 동기들 모두에게도 반갑고 진심으로 축하할 한 마디였을 테다. 옆에 앞에 자리하고 있는 동기중에는 축하하면서도 눈에는 씁쓸함이 스친다. 이런 순간이 나에겐 어느 세월에나 올 것인가. 거푸 들이키는 술잔에는 한숨이 어린다. 결혼을 하면 자녀를 낳아 교육시키고 양육을 해야하며 거처할 내집 마련도 해야한다. 젊은이들에게는 감당키 어려운 요원한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다만 기피의 대상인가. 내 부모들의 세대에는 거개가 10대에 결혼을 하여 대여섯 이상의 자식들이 주렁주렁 매달리지 않았던가. 바로 백여년 전의 이 나라 이 민족의 가족사(家族史)이기도 하다. 오늘날 젊은이들과 내 부모세대의 삶의 기준과 가치관은 무엇이 다른가. 자식들에게 하루 세끼 입에 풀칠이라도 시키려고 하루종일 땡볕에서 길쌈을 매며 허리 한번 필 날이 없지 않았을 터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고등동물이 아닌 비록 미미한 동물들도 자신들의 후손에 대한 애착은 인간 못지 않을 것이다. 자자손손 대대로 태여나서 자라고 성년이 되면 짝을 찾아 사랑을 찾아 후대를 출산하는 과정이 바로 자연생태계의 순환고리일 것이다. 생태계가 교란이 되고 무너지고 끊어지면 어떤 현상이 오는가. 지구에는 더 이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황무지로 황폐화의 길로 접어들기 마련이렸다. 더구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짝을 마다하고 오롯이 자신만의 안일(安逸)함과 평안(平安)만을 위한다면 결말은 정해진 것이 아닐까. 지구의 종말은 핵무기나 지구의 폭발만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후대를 위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지구의 안녕과 생존을 위하여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의무(義務)는 무엇일까. 답(答)은 단 한가지이다. 남녀가 결혼을 하여 자녀를 최소한 두명 이상을 출산하여 양육해야 하는 것이다.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국민의 4대 의무인 교육 근로 납세 병역 의무 외에 결혼출산의 의무를 추가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당장 눈 앞에 전개될 고역(苦役)만 생각치 말아야겠다. 편협한 마음일랑 버리고 조금 높은 곳 먼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면 어떨까. 당신들을 위하여 그대들의 부모들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반만년(半萬年)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한반도의 원동력(原動力)은 무엇인가. 수 많은 애국지사(愛國志士) 열사(烈士) 의사(義士)들이 나라를 위하여 온 몸을 불사르며 지켜온 이 나라이다. 이들이야말로 역사에 남는 진정한 애국자임에는 반론의 여지는 없다. 허나 요즘 이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애국이란 무엇일까. 예로부터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혼례(婚禮)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하지 않었던가.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스쳐 지나가면 그만인 낙엽보다 못한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들이다. 한반도 어딘가에 씨앗 한톨을 뿌린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어떤가. 그 씨앗이 내 자식 손자손녀들이 지구의 주인공으로 바로 나라를 지키는 애국(愛國)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