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1927-2023)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 일본 규슈 후쿠오카에서 여학교를 마치고 1944년 귀국 후 이화여자전문학교를 다녔지만 결국 중퇴하고 1951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마산고등학교와 서울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였다. 성균관대학교 강사를 거쳐 1954년부터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수(星宿)》, 《잔상》으로 등단하였고, 1953년 첫시집 《목숨》을 출판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였다. 초기에는 인간성과 생명력을 표현하는 시풍을, 이후에는 로마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적 사랑의 세계와 윤리 의식을 표현하였다.
모윤숙, 노천명의 뒤를 이으므로, 해방 이후 한국 여성 시인의 계보를 새롭게 확장하였다는 평을 듣는다.
평생 1천여 편의 시를 써온 고인이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사랑이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출간한 자신의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에서도 고인은 줄곧 사랑을 노래했다.
고인은 주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사랑과 윤리 의식을 시로 형상화해 온 시인으로 평가된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의 시는 사랑과 기도의 시였다"면서 "일관되게 강조한 사랑과 기도를, 때로는 종교적으로 때로는 개인의 서정 세계로 폭넓게 고양한 분이었다"고 평가했다.
권영민의 글을 좀 더 소개하자.
첫 시집 ‘목숨(1953)’에 수록된 시 작품을 통해 카톨릭 계율의 경건성과 뜨거운 신앙과 그 기도의 목소리가 완전하게 조화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식에 발표된 시 황혼, 낙일, 만가 등은 인간성에 대한 확신과 왕성한 생명력을 통한 정열의 구현을 소화해내고 있다. 김남조가 보여주는 뜨거운 신앙과 사랑이 제 2시집 ‘나아드의 향유(1955)로 이어지면서 종교적 신념이 한층 더 강조되고, 기독교적 인간애와 윤리의식이 전면에 드러난다.
이후의 시들은 대부분이 지속적으로 이러한 기독교적 정조를 짙게 하고 있으며 후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된 신앙의 경지를 보여준다. 정열의 표출보다는 따뜻한 내면화된 기독교적 심연 가운데 절제와 인고를 배우며, 자아를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남조의 시 세계가 초기의 시에서 보이고 있던 종교적 신념과 기도는 제3 시집 ’나무와 바람(1958) 이후 집착을 벗어나면서 정서의 균형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집 ‘정념의기(1960)엥서 초기 시의 세계를 결산하고 있다.
김남조의 시는 시집 ’겨울바다(1967)에 이르러 그 내면의 세계를 역동적 상상력을 통해 구체화함으로써 풍부한 정감을 자아낸다. 감각적인 언어와 동적인 이미지들이 함께 어울러져 일구어 낸 시 정신의 깊이는 정념의 시를 구축해온 이 시인의 시 세계가 이룩해 낸 하나의 커다란 시적 성취이다.
2020년에 마지막 시집 ‘사람아, 사람아.’를 발간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얼마간 남아 있는 나의 시간을 겨우 조금 구경한 대자연, 못다 배운 역사, 못다 읽은 책, 특히 못다 읽은 시, 못다 들은 음악, 더 공들이며 함께 살아갈 사람들, 못다 한 기도로 채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사랑으로 시를 지어낸 그는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 귀띔한다.
그의 대표작이라는 겨울 바다와 해설을 여기에 올려봅니다.
*겨울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김남조, 「겨울 바다」
해설문을 볼까요.
바다는 허무의 상징이고, ‘미지의 새’가 죽었다는 것은 소망의 상실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는 것과 허무와 절망을
이제 내려놓을려는 의지를 깨닫는 것이라고 하네요.
지나간 얘기를 하나 하자면, 교과서에도 실린 유명한 시인데, 도대체 느껴오는 것이 없어서
겨울날 경주서 기차를 타고 포항에 갔습니다. 송도 해수욕장 바닷가에서 찬 바람과 파도만 밀려오는 것은 보았지만,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기차타고 돌아왔습니다.
그때는 아무런 소득도 없는 여행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내가 문학공부를 하는 것도, 그때의 소득없었던 여행이
지금 소득이 되어서 나를 찾아왔다고 행각합니다.
첫댓글 김남조 시인님!...
대구가 낳은 위대한 시인...
한 때는 문학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마음 속 연인이 되시었던 분...
처음 만났던 시집 <裸木의 노래>를 읽고 느꼈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