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하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끼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여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작품의 화자는 방에서 거미 하나를 만난다. 아무 생각 없이 그 거미를 문 밖으로 쓸어버리지만, 곧 어미 거미가 나타나고, 화자는 슬퍼하며 새끼 있는데로 가라고 또 문 밖으로 보내 버린다. 그 후, 새끼 거미로 추정되는 아주 작은 거미가 나타나자, 화자는 더 슬퍼하며 보드라운 종이에 거미를 감싸 또 문 밖으로 버린 후, 가족들 있는데로 가라고 슬퍼한다.
작품의 창작자는 일제강점기~분단기까지 살아있던 대표적인 시인, 백석으로 이 시에서 거미 가족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가족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 시에서 거미 가족이 화자에 의해 분열된 것은 일제 강점기로 인해 분열되버린 우리 민족의 가족 공동체를 의미하며(화자가 일제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차디찬 밤이라는 문구가 그 상황을 표현해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차디찬 밤인 밖은 오히려 거미 가족이 다시 재회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며, 그렇기에 화자는 추운 밖에서라도 거미 가족이 다시 재회하기를, 백석은 일제의 의해 해체된 가족 공동체가 다시 결합하기를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