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전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맨 아래에는 나나 무스쿠리의
<보리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빌헬름 뮐러의 <보리수>의 산실을 찾아 ]
성문 앞 우물 곁에 보리수는 아직도 서 있습니다. 옛 동독과의 접경에 인접한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 마을, 동쪽으로 마을을 벗어나는 길은 양옆의 석벽(石壁)이 옛날 성문 자리임을 말해 줍니다. 여기서부터 한적한 시골 길입니다.
길이 여섯 가닥으로 갈려나가는 길목에 우리나라의 시골 마을에서 동구 밖에 으례 아람드리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듯이 여기서도 키 큰 고목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이것이 보리수입니다.
밑둥의 둘레를 빙 돌아가며 벤치가 둘러쌌습니다. 잎은 한창 신록이 싱그럽습니다. 그 앞에 물꼭지에서 물줄기를 줄줄 물받이에 뿜고 있는 우물대가 하나. 동네 어린이들이 심심찮게 모여들어 입을 갖다 대고 목을 축이고는 달아납니다. 우물의 돌기둥 뒷면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습니다.
*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 마을의 그 유명한 보리수와 우물가

"빌헤름 뮐러가 이 우물과 보리수를 모티브로 하여 쓴 시에 프란츠 슈베르트가 1827년 널리 애창되는 곡을 지었다"
* 우물의 돌기둥 뒷면

그 위쪽에 <보리수>의 첫 소절이 악보에 그려져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의 제5곡인 <보리수>는 그 가사에 나오는 성문과 우물과 보리수가 이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 마을에 있는 것입니다.
*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 마을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 마을의 구시가지를 둘러쌌던 성은 그 성터를 한 바퀴 빙 둘러보았자 걸어서 15분 정도의 길지 않은 길입니다. 이 성에는 성문이 3개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보리수가 서 있는 쪽으로 나가는 동쪽 문이 슈타인 토르(石門). 위쪽에 망대가 얹힌 돌문이었는데 1830년 뒷부분이 날아가고 1907년에 밑이 마저 무너졌습니다.
지금 남은 돌담은 그 잔해입니다. 나머지 2개의 문도 1830년 경에 다 폐허가 되었습니다. 뮐러가 <보리수>의 시를 발표한 것이 1823년이고 슈베르트의 곡은 1827년의 것이니까 노래가 불려지기 시작하면서 성은 주저앉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 허물어진 성벽

우물.
수원(水源)은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 마을에서 1.5km 떨어진 친본이라는 샘입니다.
뮐러 때의 우물은 지금의 자리에서 50m 가량 떨어진 침머베크라는 좁다란 길가에 있습니다. 지금의 우물은 슈베르트의 곡이 나오던 해에 새로 만든 것입니다. 그 후로 노래가 계속 불려지는 동안 우물물도 마르지 않아 왔습니다. 우물에 석비가 세워진 것은 50여 년밖에 안 됩니다. 물은 수질이 좋아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길어다 마십니다.
보리수.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 마을이 생긴 것이 1218년, 그 11년 후인 1229년에 이 자리에 보리수가 심어졌습니다. 보리수는 마을의 역사와 함께 자랐습니다. 1912년 5월 12일 7백세의 이 노목은 심한 비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1914년 마을에서는 그 자리에 새 보리수를 심었습니다. 그것이 자라 지금 100세에 가깝습니다. 보리수는 7,8백년씩 장수하는 나무라고 합니다.
*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 마을은 아래 지도에서 카셀 오른쪽 그리고 괴팅겐의 바로 아래 위치합니다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는 바트(BAD)라는 이름이 알려주듯이 온천장으로 이름난 곳입니다. 옛날에는 염산(鹽山)이 있어서 소금의 산지였고 물 속에 염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약수로 칩니다. 뮐러가 이곳을 지나가던 무렵에는 보리수가 선 마을을 알렌도르프 베라라고 불렀던 것인데 1929년 조덴이라는 인근 마을과 합쳐지면서 현재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마을의 키르슈트라세 거리에 줄 선 명물의 목골가옥(木骨家屋)들은 17세기 때의 것이어서 뮐러가 여행하던 때 그대로의 것입니다.
이 마을에는 인근 마을에 비해 보리수가 유난히 많습니다. 발디스슈트라세 등의 거리는 가로수가 보리수요, 베란 천(川) 가운데의 프란츠라즌이란 녹지에는 50여 그루의 1백년생 보리수들이 들어서서 매년 추수제가 이 아래서 열립니다. 지금 마을에 남아 있는 보리수 중에는 1813년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 바트 조덴 알렌도르프 마을의 발디슈트라세 거리

뮐러=슈베르트가 노래한 보리수 그늘은 마을의 소공원이 되어 있습니다. 한가한 노인네들이 나와서 쉬기도 합니다. 나무 바로 부근에는 <보리수>라는 간판을 단 식당 겸 여관이 외따로 서서 뮐러 같은 나그네를 하룻밤 재워 줍니다. 개업한 지 150년 되었다는 집입니다.
옛날의 보리수는 넘어지면서 이 집 지붕을 덮쳤습니다. 이 여관에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보리수의 새순들을 따다가 세계 각지에서 요청해 오는 사람들에게 우편 발송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보리수를 찾아 구석진 이 마을에까지 찾아온 사람들 가운데 구서독의 뤼프케 대통령과 에르하르트 수상도 있었습니다.
*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

마을에서는 부활절이 되면 보리수 밑의 우물가에서 축제를 열고 여름철에는 매달 한 번씩 40여명의 합창단이 게장페라인이라는 가창회(歌唱會)를 개최하는데 이 때 반드시 부르는 노래가 <보리수>입니다.
<보리수>는 실연(失戀)의 노래입니다. 대(對)나폴레옹 전쟁에 참가했던 뮐러가 1814년 베를린으로 다시 공부를 계속하러 갔을 때 루이제 헨젤이라는 17세의 소녀를 만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소녀를 좋아했고 그 가운데는 독일 낭만파의 시인 글레멘스 브렌타노도 있었습니다.
헨젤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뮐러가 그 아픔을 노래한 것이 <보리수>가 포함된 연작시 <겨울 나그네>였습니다.
슈베르트는 뮐러가 죽던 해인 1827년 제체닐 백작의 집에 있을 때 백작의 비서 방에서 뮐러의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비서가 시집이 없어진 것을 알고 찾으러 가자 슈베르트는 밤 사이에 스케치한 <보리수> 등의 곡을 내보여 주었습니다. 실연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슈베르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슈베르트는 1814년 그가 작곡한 미사곡을 처음 연주할 때 노래를 부른 테레제 그로스라는 16세의 소녀를 사랑했고 결혼을 하려고 했으나 소녀는 결국 딴 남자에게 시집을 간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비엔나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달리는 교외에 힌터브륄이라는 조그만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마자 <휠드리히스뮐레>라는 호텔을 겸한 식당이 나타납니다. 슈베르트가 <보리수>를 작곡했다고 전해지는 집입니다. 아마도 제체닐 백작 집에서 스케치한 곡을 여기서 완성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 휠드리히스뮐레 호텔

당시는 여관이었는데 그후 무너져 버려 지금의 집은 1945년에 새로 지은 것입니다. 이 집 앞에 보리수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밑에 우물도 있습니다. 보리수는 옛날 있던 것이 1960년 번개를 맞고 넘어져 다시 심었습니다.
* 휠드리히스뮐레 호텔

이 집 벽에는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를 기념하여”라고 쓴 명판(銘板)이 걸려 있습니다.
* 호텔 벽의 슈베르트 명판

[ 빌헬름 뮐러와 <보리수> ]

빌헬름 뮐러(1794~1827년)는 독일의 민중 서정 시인입니다. 데사우에서 태어나 베를린 대학에서 공부한 뒤 대(對)나폴레옹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1817~19년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와 데사우 고등학교의 교사가 되었다가 33세로 요절했습니다.
그의 연시집(連詩集)<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1816년)>와 <겨울 나그네(1823년)>는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가 슈베르트가 연가곡(連歌曲)으로 곡을 붙임으로써 비로서 유명해졌습니다.
24편의 시로 된 <겨울 나그네>는 한 실연당한 연인이 쓰라린 마음과 절망을 달래며 쓸쓸한 길을 가는 이야기를 모두 1인칭으로 노래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 제5곡이 널리 노래로 애창되는 <보리수>입니다.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에서 단꿈을 꾸었네
가지에 사랑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
* 나나 무스쿠리가 부르는 <보리수>
첫댓글 '보리수'에 그런 슬픈 내용이 있었었군요. 학창시절에 좋아서 그냥 흥얼거렷었는에....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전설의 성악가 피셔 디스카우를 소개하려고 했는데,드디어 소원을
하나 푼 것 같습니다. 지난 2012년 작고한 디스카우는 그야말로 독일 성악,아니 세
계 성악계의 전설이었죠. 찬찬히 들어보시면 얼마나 매력적인 보이스를 갖고 있나
를 알 수 있을겁니다. 청아한 목소리의 나나 무스쿠리와 함께 감상하시면 더욱 풍성
한 가을이...류대감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