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안법학교 설립자 공베르 신부님 탄생 150주년, 사제 서품 125주년, 순교 7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교회는 보통 특별 기념 25년, 50년을 맞아 ‘희년’(禧年, Jubilee)을 지냅니다. 희년은 하느님의 거룩하심으로 변화되는 때라고 하여 ‘성년(聖年)’이라고도 합니다.
성년의 주기는 처음엔 100년마다 거행하였지만, 클레멘스 6세 교황께서는 희년 주기를 50년으로, 또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25년으로 줄이셨습니다. 희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2025년은 교회의 희년이며, 공베르 신부님 탄생과 사제품 및 순교의 희년을 맞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실천하는 삶을 산다면, 참된 희년을 잘 지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뒤돈네(Dieudonne, 하느님의 선물)라는 이름을 가지신 공베르 안토니오 신부님은 주님의 명을 받들어 선교 사제로, 1950년 10월 안성성당 첫본당 신부로, 복음 전파와 교육사업과 사회복지 사업을 통해 영적으로나, 국력·경제적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더욱이 당신께서 불청객 대접을 받으면서도 힘든 인생 여정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달콤함을 맛볼 수 있도록 포도나무를 전해주셨습니다. 나라도 잃고 희망을 잃어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복된 믿음과 희망과 열정의 선물을 심어 주셨습니다. 공베르 신부님은 프랑스 선교사였지만,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답게, 동양(한국) 문화를 근거로 서양 문화를 전해주고, 한민족의 전통문화(무속과 불교, 유교)를 존중하며 그리스도교 문화를 나눠주시며 다문화를 완성해 주셨습니다. 당시 일제 강점기 시대였지만, 민족의식 및 도덕과 윤리의식 및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위해 한국어(한문)와 역사 교육, 문학과 예술 교육, 천상 시민 교육을 중요시했습니다.
공베르 신부님은 1932년에 서울 신학교로 발령을 받아, 예수님을 닮은 착한 목자인 사제들을 양성하는 데 전념하셨습니다. 그 가운데는 우리가 존경하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도 계십니다.
신부님은 1950년 한국전쟁 중에 납북되어, 11월 12일에 중강진에서 75세의 나이로 순교하셨습니다. 남북분단과 전쟁의 상처와 고통에 시달리는 우리 민족에게 또 다른 기쁨(남북통일과 복음화)을 마련하기 위한 주님의 섭리에 응답하시어, ‘희년의 밀알’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멋지신 공베르 신부님의 고향을 방문하여, 신부님의 얼을 느껴보고, 신부님의 조카들을 만나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고, 신부님께서 동생 장베르와 함께 선교사이며 사제로 양성되었던 신학교를 방문하는 등, 공베르 신부님과 관계된 프랑스의 여러 곳을 순례하는 시간은 은혜롭고 아름다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신부님 집안은 9남매 가운데 4명이 신부가 되었고, 3명이 동정녀로 살았으니, ‘성소의 꽃밭’이었습니다. 성소에 지향을 둔 이들과 가정이 공베르 신부님의 고향을 방문하는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런 순례 중에, 본당 신부님들의 주보 성인이신 요한 비안네 성인이 모셔진 아르스 성지, 소화 데레사 성녀가 사셨던 곳과 유해가 모셔진 리지외 성지, 벨라뎃다 성녀에게 발현하신 루르드 성모님 성지, 안법학교 주보성인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자코벵 수도원, 공베르 신부님과 우리 103위 순교 성인 가운데 선교사들을 배출한 파리외방선교회와 기타 주요 성지를 순례하고, 중간중간에 프랑스의 주요 박물관과 명소를 둘러보고, 매일 미사를 드림은 인생에 있어, 정말 의미 있는 뿌듯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