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시카고 초고층 건물 - 꼭 들러야 하는 관광명소 - 건물 대표 "市 제안땐 논의"
지상 289m. 웬만한 산 높이다. 부산 남구 문현혁신도시에 건설 중인 63층짜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이렇다. 국내 오피스 건물 가운데 가장 높다. 서울 63빌딩은 지상 60층에 불과하다. 지하 3층을 합해 63빌딩이라고 이름 붙였다.
현존하는 부산 건물 가운데 해운대구 마린시티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 301m)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해운대 아이파크(72층, 279m)보다 층수는 낮지만 키는 크다. 이는 오피스 건물이어서 층간 높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해운대 아이파크의 평균 층간 높이는 3.75m이지만 금융센터는 4.5m에 달한다.
이곳 꼭대기층인 63층에 올라가면 부산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다. 부산의 중심 서면 지역과 가까워 남쪽으로는 부산항, 북항대교, 신선대, 광안대교가 발밑에 펼쳐진다. 맑은 날은 멀리 일본의 대마도까지 보인다. 동쪽으로는 해운대, 황령산, 마린시티 고층 아파트를 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동래구, 금정구, 금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낙동강과 김해평야, 신어산까지 전망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부산의 대표적 전망대는 용두산공원 부산타워이다. 부산타워 꼭대기 전망대는 높이 120m. 부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부산항과 야경은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타워 전망대보다 2.5배가량 높은 부산국제금융센터 꼭대기층이 갖는 전망대로서의 장점과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전망도 소수만 즐길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 사업자인 부산파이낸스센터가 이를 오피스 용도로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다. 일반 회사의 사무실 용도로 쓰인다는 말이다. 원래 꼭대기층인 63층은 입주기관인 한국거래소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서로 차지하려고 싸웠던 곳이다. 양측 사이에 조정이 안돼 당시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이 이를 비워놓고 입주하자고 중재해 이전 기관이 들어 가지 못하고 비어 있게 됐다.
부산시가 금융센터를 기획할 때 전망대 등 관광시설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금융 관련 공공기관 이전에만 신경을 쏟다 보니 이런 측면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잖아도 부산은 해운대와 광안대교, 이기대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다. 어차피 지은 건물인데, 전망대로 활용하면 금상첨화다.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 꼭대기층을 전망대로 만들어 관광시설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는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부산시 김병기 관광진흥과장은 "건물주가 관광시설을 고려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부산의 랜드마크로 관광 측면에서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부산의 중심에 있어 부산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에 부산을 관광객에게 알리는 좋은 시설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더없이 좋은 관광시설로 손색이 없다는 게 관광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울러 시정을 홍보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콘텐츠로 사용할 시설은 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건물주의 생각이다. 건물주인 부산파이낸스센터는 현재 이를 관광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63층은 전용면적 1576㎡(477평), 분양면적 3071㎡(929평)이다. 분양가는 평당 1230만 원으로 총 114억 원에 달한다. 통째 분양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분양가다. 그래서 분양을 시작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내년 6월 완공 때까지 주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부산파이낸스센터PFV 김종원 대표는 "부산시가 이를 공식적으로 제안한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분양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부산파이낸스센터는 문현혁신도시 건설을 위해 주관사인 현대건설과 부산도시공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특수목적법인이다.
관광업계는 63층을 전망대 등 관광시설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부산시관광협회 박성하 사무국장은 "중국 상하이나 미국 시카고 등에 관광하러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초고층 건물 전망대다. 부산도 289m에 달하는 건물을 건립하고도 전망대가 설치되지 않는다면 좋은 시설을 갖추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