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산업안전 보건법 위반시 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홍보문건 (고용노동청 홈피에서 캡처)
요즘 학교 현장에 ‘과태료 폭탄’이 난무해 교직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무슨 소리냐 하면 고용노동부에서 2011년 5월 19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위반 때 과태료 부과 대상에 대해서는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예고를 한 후부터 최근 2~3년 안에 2건 이상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학교를 대상으로 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이 조사일 바로 전날에 연락을 한 후에 방문해 현장 점검 후 위반 사항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의 사항은 한교닷컴 6월 26일 기사(학교에 ‘산안법’ 적용 과태료 처분이라니...)에도 나온 바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 인근 학교에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서 산재가 2건 이상 발생했었던 학교를 방문해서 급식실, 과학실, 자재보관 창고 등을 돌아 보면서 지적을 하고 갔다는 후문을 들었다. 다행히 그 학교는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지는 않았지만 해당학교 행정실장은 그렇게 살 떨리는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모 고등학교는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천만 원이 넘는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하고, 교직원 건강검진 미수검 인원이 있는 학교는 1인당 5만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한 곳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휘발유통이나 보일러 관을 청소하는 청관제에 위험물 표지를 부착하지 않거나 예초기 같은 기계에 사용안전 표지가 없는 경우에도 1차로 과태료 3만 원이 부과된다. 가장 흔한 사례는 산업안전 보건법 요지를 급식실 등에 전부 게시하지 않거나 갖추어 두지 않은 경우다. 또한 과학실 실험실 보관장의 시건장치가 없거나 위험물 표지가 붙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항은 비단 대전만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은 듯 보인다.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는데 노동청 근로감독관 말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학교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서 지적을 받은 후 이러한 막무가내식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항이 학교 현장에 대한 어떠한 계도나 홍보도 없이 노동부에서는 2011년에 예고를 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과태료를 남발하고 있다는데 있다. 더욱이 과태료는 학교회계에서 지출할 근거가 없기에 납부 때 이를 둘러싼 교직원 사이의 잡음도 생기고 있다. 사람의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없기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게을리 했다면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노동부와 교육청을 비롯한 교육기관의 중요한 몫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태료 즉시부과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노동부에서 2011년에 이 제도를 입법예고는 했다고 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이를 제대로 아는 교직원이 없었다. 노동부 쪽에서 이러한 사례를 가지고 교육계를 상대로 전달 교육하는 등의 방법도 없었다. 노동부는 교직원들의 관심 부족이라고 탓할 수 있겠지만 어떤 홍보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홈페이지만 올려놓고 단속하는 것은 그 도가 지나치다고 본다.
둘째, 공공기관인 학교의 인력 배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학교는 많은 교직원이 근무한다 해도 안전 관리자나 보건 관리자 등을 선임하기에 인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하기에 자체로 직접적인 관리나 교육은 어려운 편이다. 잘해야 과학실험 때 주의 사항이나 자연재해 예방을 위한 요령 등의 공문을 교육청으로부터 받아서 교직원에게 열람시키는 정도였다. 교육청에서 홍보나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교육부나 교육청의 노동부를 상대로 한 설득이 부족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공문은 간간히 있었지만 과태료 즉시부과 제도는 금시초문이고, 작년에 교육청에서 시설 공사하는 학교의 행정실장들을 불러서 2시간 정도의 교육을 위탁해서 한 기억만 있다. 즉, 산재예방을 위한 경각심 고취를 위해 적어도 1년에 적정시간의 산재예방 교육이 확보 되어야 하고, 교육기관 특성이 반영될 수 있게 노동부와의 사전 교섭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교총이 교육부와 노동부를 상대로 한 협의는 시의적절한 행위라고 본다.
과태료(過怠料)는 공법상의 의무이행을 태만히 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것으로서 행정형벌인 벌금과 달리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법령을 위반한 행위에 책임을 묻는 행정질서벌이다. 과태료 부과라는 행정행위가 잡음이 없으려면 사전 홍보, 계도 등의 절차가 이행돼야 한다. 심지어 경찰의 심야 음주운전 단속도 사전에 홍보나 계도를 한 후에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지금 같은 산안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즉시부과 제도는 인명을 보호하려는 좋은 목적과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의 불만과 함께 반발만 드세질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노동부를 상대로 한 협의와 설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