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농업적폐, 이제는 청산하자 ④ 베일에 가려진 농자재 관련 심의위원회
그동안 농어업 부문에 누적된 적폐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보조금의 누수를 비롯해 부재지주들의 직불금 가로채기, 각종 복지지원금 가로채기, 농수축협의 계통구매계약의 자금누수, 농가자재 농가지원사업에서 발생하는 자금 누수, 농자재 판매장려금을 활용한 각종 비리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적폐는 해결되지 않고 확대일로에 있고, 각종 불법과 비리를 퇴치하지 않으면 농정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농민이 대접받는 농정을 펼치는 것은 요원해진다. 분야별로 어떤 구석에 적폐가 쌓이고 있는지 시리즈로 게재한다.<편집자주>
농자재와 관련해 규정을 바꾸거나 신규 농자재를 도입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위원회는 농촌진흥청내에 구성돼있다. 그러나 관련 위원회는 위원은 물론 회의록까지 비공개로 하고 있어 정부의 행정이 제대로 가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농민들이 궁금해 하는 농자재 심의와 관련 궁금증을 풀 길조차 없는 것이다.
농자재 관련 심의위원회는 비료와 관련해서 ‘비료공정규격심의위원회’가 있고, 농약과 관련된 위원회는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친환경비료와 관련해서는 최근 관련업무가 농촌진흥청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이관됐다.
그런데 농촌진흥청의 비료관리법, 농약관리법,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등 농자재관련법과 하위법규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과 심의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공정규격심의위원회 운영세칙 제5조’와 ‘농자재 관리업무에 관한 규정 제11조’ 등에 “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물론 법규에는 ‘위원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회의를 공개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실제로 농민이나 기자, 관련 종사자들이 위원회 위원명단이나 회의자료를 요구한 때 공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해당위원회는 농촌진흥청 공직자와 함께 실제 관련업계 관계자들이 위원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업체의 전문성이 반영되기는 하지만 소외된 업체나 업종의 경우에는 심의대상으로조차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의 경우에는 약제독성 등 필요한 부분이 있어 해당분야별로 전문위원회를 구성토록하고 있다. 그러나 비료의 경우나 친환경농자재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농자재가 존재함에도 불구, 전문위원회가 없어 민간전문가의 참여가 배제된다. 또한, 비료공정규격심의위원회의 경우 수백가지가 넘는 비료원료에 대한 심의를 농진청 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16명 위원만으로 심의하고 있어 부실 심의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 심의위에서는 비료공정규격심의위원회에서 발암물질인 석면과 암면도 구별하지 못하는 위원이 있는가 하면 공정규격에 필요한 C/N율도 모르는 위원도 선임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진술이다.
더구나 이들은 위원과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어떤 경우 오히려 외부의 로비로 기술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농자재가 심의에 통과하거나 국제적으로 공인된 농자재는 오히려 위원회의 심의조차 회부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의 로비를 비공개로 보호해줄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의 공직자들은 공정규격심의위원회나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 등의 위원과 심의한 회의록 내용을 공개하면 사생활보호 차원과 심의의 공정성 때문에 위원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공개로 공직자와 학계, 업계만이 참석하고 위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또다른 불법과 비리를 감추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한 감시․감독에도 벗어난 구역이 돼 더 심한 부패의 고리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 농민단체와 학계의 지적이다.
출처 농축유통신문 김영하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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