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 규제의 '아이러니'] 대형마트 쉬는 일요일엔 가족단위 쇼핑객 아예 외출 안해 의무휴업 5년 전통시장 성장못해.. 전문가들 "규제관련 생각 바꿔야"
"우리도 '주말 장사' 좀 하게 대형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깁시다."
충남 당진의 전통시장 상인회 대표가 지난 5월 열린 당진시 상생발전협의회에서 한 말이다. 얼핏 생각하면 "주말 장사를 위해서 대형 마트가 일요일엔 문을 닫게 하자"고 할 것 같은 전통시장·소상공인 대표들이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주말에 마트가 문을 닫으니 전통시장에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협의회 위원 9명 전원 찬성으로 당진시는 지난 6월부터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이던 대형 마트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로 변경했다. 2012년 대형 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된 후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 등 평일로 바꾼 시·군·구 기초지자체는 지금까지 모두 26개로 전체(228개)의 11%에 이른다.
◇대형 마트 일요 휴무의 수혜자는 온라인
실제로 대형 마트 평일 의무휴업이 일요일 휴업에 비해 전통시장 매출 신장에 더 이롭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채익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체인스토어협회로부터 제출받은 '대형 마트 규제에 대한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 마트가 일요일에 휴업을 하는 지역의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2016년 카드 매출은 전년보다 5% 감소했다. 조사 대상은 A카드사를 이용하는 고객 1200만명이었다. 반면 수요일 휴업하는 지자체 전통시장의 2016년 카드 매출은 2% 증가했다. 그동안 의무휴업 효과에 대한 설문 형식의 조사는 있었으나, 실제 대규모 가입자를 보유한 카드사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행태와 관련이 깊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말에는 소비자가 가족 단위로 외출해 대형 마트를 가는 경우가 많지만, 평일에는 주부 혼자 외출해 필수 품목만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A대형 마트 관계자는 "주말에 마트에 오는 고객들은 머무는 시간도 길고, 전자제품 등 가족이 함께 결정을 해 사는 품목 구매도 많아 객단가(고객당 평균 구매액)가 평일의 1.8배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일요일에 대형 마트가 문을 닫으면 가족 단위 소비자는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외출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평일에는 대형 마트가 쉬면, 주부는 꼭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전통시장에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맡은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대형 마트 주말 휴업으로 밖으로 나가기를 포기한 소비자는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실제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통한 카드 사용은 2014년 전년비 11%, 2015년 15%, 2016년 12%로 매년 1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규제 방향 선회를 포함한 근본적인 해결책 찾아야"
전문가들은 대형 마트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의무휴업 규제 5년이 지나는 동안 전통시장 역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1990년대 미국에선 월마트 입점이 주변 상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두고 논쟁이 일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등장이 오프라인 유통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며 "한국에서만 여전히 '대형 마트 대 전통시장' 구도로 규제를 한다"고 말했다. 이채익 의원은 "정부가 유통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정책을 편다면 유통 산업 전반이 활력을 잃을 것"이라며 "오프라인 유통산업이 처한 현실에 맞는 상생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