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아침을 입고 밤에는 밤의 문장으로 태어나는 것이 시신(詩身)을 위로하는 내 유일한 춤
그리하여 모든 배꼽이 부적처럼 불온할 때 우리의 병력은 우리를 진심으로 끌어안아 주었다
오후는 이따금 병들고 나는 그런 오후를 만지작거리며 소일했다 오후가 나를 조금 만든 건가
생각할 때 겨울은 시린 발을 내밀며 묘지주변을 동동거렸다 업은 발가락보다 머리가 많았다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4.11.16. -
나이가 들면 누구나 세상만사에 무뎌집니다.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끼는 날이 많아지지요. 긴 시간을 살아내는 동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수없이 경험하게 되면서 점점 “모서리”가 둥글게 마모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작고 사소한 일에도 감동하고 가슴 아파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들이 훨씬 더 많았던 그 시절에는 모든 것들이 빛나 보였습니다.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을 좇으며 스스로 빛을 내던 그런 시절이었지요.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에 이르러 젊은 날의 노트를 펼쳐 보면 그 시절에는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