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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학부모가 참여한 가운데 전통예절교육이 한창인 인천시 남구 학익동 공립 유치원 ‘개나리 어린이집’에서는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다도(茶道)를 배우는 아이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기만 했다. 그 가운데 분홍색 한복이 다소 커 보이는 앳된 모습의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저 어려보여도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요. 이제는 어엿한 학생이라구요.” 해맑은 웃음을 짓자 빠진 앞니가 드러나 보이면서도 유난히 귀여워 보이는 아이는 지난 2000년 1월에 태어난 새천년둥이(밀레니엄 베이비)다.
천년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신동빈(7) 군, 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뜨거운 차(茶)가 가득 담긴 찻잔을 들고 어른도 힘들다는 다도를 배우는 동빈 군을 맞은 편에서 바라보는 어머니 김종분(47) 씨는 행여나 아이가 손이라도 데일까 불안하다.
“동빈이가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1월 세상에 첫 울음을 터뜨렸을 때의 감격스런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기쁘고 감사하고 정말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습니다.”
동빈이는 어머니 김씨가 불혹의 나이에 겨우 얻은 외동 아들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하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는지 동빈이는 어릴적 잦은 병치레로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게다가 집안 사정상 맞벌이 생활을 하느라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며칠 뒤, 유치원에서 다시 동빈이를 만났다. 이날도 엄마는 유치원으로 동빈이를 찾았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등 공부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었다. 동빈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책상에 앉아 있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동빈이는 새천년의 희망과 꿈을 안고 태어난 새천년둥이 답게 밝고 야무졌다. 동빈이는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또래 친구들보다 한 살이 어리다. 1∼2월 생은 동갑내기 아이들보다 먼저 학교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동빈이가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올해 들어와서는 친구들과도 더 잘 어울린다. 집에서는 청소도 거들고 자기 책상까지 알아서 정리하는 등 제법 의젓해졌다.
어머니 김씨는 “또래보다 한 살이 어려 처음 유치원을 보낼 때도 행여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걱정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렇듯 유치원을 마치고 학교까지 입학하게 돼 대견스럽습니다”라며 “튼튼하게만 자랐으면 좋겠어요. 축복을 한 몸에 받고 태어난 새천년둥이답게 씩씩한 모습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딛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엄마의 얘기가 끝나자 동빈이는 “엄마! 제가 이 담에 커서 맛있는 것 많이 사 드릴께요. 그리고 훌륭한 사람이 돼 사람들에게 많이 칭찬을 받을 거예요.”라고 말하고는 깔깔대며 즐겁게 놀고 있는 친구들을 향해 달려갔다. /이주영·문진주기자 (블로그)leejy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