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추락을 거듭했던 약국주력 도매업체들이 다시 한번 위기에 봉착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시행되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고, 오는 28일부터는 금융비용 합법화 등을 필두로한 쌍벌제가 시행되면 업체간 경쟁구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있기 때문이다.
"무한경쟁 시대 돌입…불법 백마진 성행 등 출혈경쟁 경계"
|
▲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시행 이후 지방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1원낙찰 등 덤핑낙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
일단 업계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이후 성행하고 있는 '1원낙찰' 등 덤핑낙찰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원낙찰 의약품이 원외로 풀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체 간 출혈 경쟁이 가속화 될 수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약국주력 도매업체 사장은 "덤핑낙찰이 성행하면 할 수록 병원주력 도매상들의 손해폭은 커지게 마련"이라며 "때문에 병원주력 도매상들은 덤핑낙찰시 손해보존 차원에서 제약사들로부터 의약품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시행이전에도 이 덤핑품목들이 동네약국까지 풀리면서 유통 시장 경쟁을 흐려왔기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가중평균방식으로 약가인하를 단행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많은 물량을 지원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덤핑품목 원외시장 유통은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방국공립병원 입찰 이후 덤핑 품목에 대한 보상 물량을 놓고, 제약사와 도매업체간 다툼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매업체는 최대 5배까지는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고, 이에 제약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
|
▲ 오는 28일부터는 약국에 제공하는 백마진이 합법화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도매업계 일각에서는 불법 백마진이 양성될 수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더욱이 쌍벌제가 시행되고, 금융비용이 합법화되면 문전약국가를 중심으로 불법 백마진 요구 가능성이 높아 업체간 경쟁이 이전투구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덤핑낙찰 품목과
쌍벌제 사각지대를 겨냥한 불법 백마진이 결합하면 유통 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B약국주력 도매업체 임원은 "쌍벌제를 통해 금융비용이 합법화됐지만, 덤핑품목들이 시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제도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새로운 유형의 리베이트 수단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사업 포기 업체, 그리고 나하나 쯤이야 하는 업체는 분명히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역으로 보면 지금이 시장을 정화할 수있는 호기가 될 수있다"면서 "11월 28일 시행되는 쌍벌제 시행에 앞서 '고발센터' 운영 등을 위해 대형 업체들이 앞장서서 시장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일원화 규제 일몰 새로운 변수…영역 구분 무의미"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올 12월 말을 기해 규제 일몰되는 유통일원화제도가 바로 그것.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시행되면서 대형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품목도매 등 소형도매상들이 약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시장과 병원시장을 넘나들며 이른바 종합도매 시대가 열린 것처럼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열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병원주력 도매상들이 약국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해서는 OTC구색을 맞춰야한다는 맹점이 존재하지만 제약사들이 OTC 공급 조건으로 ETC 제품 끼워넣기를 애용(?)해 왔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C약국주력 도매업체 임원은 "(병원주력의 약국시장 본격 진출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며 "하지만 OTC구색을 맞추기도 힘들고, 인력 채용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내비췄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제약이나 도매나 사업다각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간과 할수만은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비스 경쟁력 제고·업체간 M&A 통한 대형화가 대안"
|
▲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시행 등 새로운 제약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도매 대형화 등 유통선진화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형 도매를 중심으로 성장 위주의 출혈경쟁 자제 등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 도매 관계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타계책으로 선진물류 도입을 통한 서비스 경쟁력 제고, 도매 대형화를 위한 M&A 등 구조조정,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 등을 꼽았다.
특히 관계자들은 물류센터 건립, 사업 모델 발굴 등에서는 중복투자 우려가 발생한다며 도매 대형화가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D대형 도매업체 회장은 "간간히 M&A소식이 들려오고는 있지만, 도매업계 현실상 도매 대형화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사실상 힘든 실정"이라면서 "하지만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매 대형화를 통해 외형을 키울 필요가 있다. 유통 선진화는 더불어 따라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약국경영 활성화가 핵심"= 도매 대형화가 변화의 골격이라면, 서비스 경쟁력 제고와 새로운 사업 모델은 구체적 실행 지침이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데 그 기반에는 도매 대형화가 있기 때문.
E도매업체 회장은 "약국의 서비스 요구 정도가 갈 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약국주력 도매업체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주 거래선인 약국 등 고객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특히 약국 경영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들어 약사들이 약국 경영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물어온다"면서 "하지만 현재 약국 경영 상황을 보면, 월 매출이 얼마인지도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을 만큼 재고파악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카스 한병을 서비스로 제공, 약국 재방문을 유도하던 시절은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제시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태전약품의 '징기스팜'과 지오영의 '핑크빛 드럭스토어' 전략은 도매업체와 약국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모델.
현재 태전약품은 전북지역 약국을 중심으로 징기스팜 서비스를 제공,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태전약품은 지난해 8월부터 전주, 경기도 일부 지역 약국을 대상으로 PB제품 공급에서부터 진열, 관리까지 담당하는 '징기스팜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태전약품은 향후 수도권 지역으로 징기스팜 서비스를 확대, 해당 약국 매출 향상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지오영은 최근 한국형 드럭스토어 모델 제시를 위해 '핑크빛 드럭스토어' 개발에 착수했다.
|
▲ 수도권 도매업체들이 도매 대형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착수했다. |
◆ 약발협, 도매 대형화 등 자구책 마련 착수= 한편, 수도권지역 약국 및 OTC주력 도매업체 모임인 약업발전협의회(회장 문종태, 이하 약발협) 또한 이 같은 취지에서 도매 대형화 추진 등 타개책 마련에 나섰다.
약발협은 최근 조찬회를 갖고, 회원간 M&A 및 제휴 등 도매 대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약발협은 유통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마진 다국적제약사에 대해서는 협회와 연계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구체적 대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도매업계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약발협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