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탐구 짜장면 맛의 비밀 춘장과 야채 볶는 불의 강도와 시간이 관건
글 : 徐喆仁 月刊朝鮮 기자
⊙ 우리가 먹는 짜장면은 중국 산둥 지방의 자장몐이 한국화한 것, 중국엔 짜장면이 없다
⊙ 짜장면은 약방의 감초와 같은 메뉴, 코스요리를 먹어도 마무리는 짜장면으로 해야
⊙ 오늘날 우리가 먹는 춘장은 중국 된장인 몐장에 캐러멜 첨가해 만들어
⊙ 야채를 제대로 볶지 않으면 짜장면에 국물 생겨
“출출한데 짜장면 시켜 먹을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싫지 않은 소리다. 말만으로도 벌써 들큼하고 고소한 짜장면 특유의 향기가 전해 오는 듯 입 안 가득 군침이 고인다. 이사하거나 사무실에서 야근할 때 으레 먹던 음식이 짜장면이요, 군대서 휴가 나와 다른 맛난 음식 다 제쳐 놓고 찾던 음식이 짜장면이다. 입학식·졸업식 때 즐겨 먹은 식구들과의 외식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1970~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40·50대들에게 짜장면은 각별한 정서와 추억이 깃들어 있는 음식이다.
지난 9월 국립국어원이 기존에 써 왔던 ‘자장면’뿐만 아니라 ‘짜장면’까지 표준어로 인정한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며 손뼉을 쳤다. 외국에서 들어온 먹을거리 중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음식이 또 있을까.
한국의 중국음식점에서 짜장면은 약방의 감초와 같은 메뉴다. 샥스핀, 동파육, 불도장 등 고급 요리가 차례로 나오는 코스요리를 먹고도 마무리는 짜장면으로 하는 이가 많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지 않으면 뭔가 빠뜨리고 오는 것처럼 허전하다고들 한다.
중식 요리 입문 코스에서도 짜장면은 빠지지 않는다. 경력 10년이 넘는 중식 요리사들은 “짜장면은 중식 요리의 기본이지만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음식이다 보니 적당히 요리해서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짜장면 맛을 보면 그 집 음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 이도 있다.
짜장면은 춘장(春醬)에 돼지고기와 양파를 넣고 기름에 볶은 후 면에 비벼 먹는 비교적 간단한 음식이다. 양배추나 호박, 감자 등의 야채를 추가로 넣는 집도 있으나 그것까지 포함해도 재료가 그다지 많지 않다. 주요 재료인 춘장도 대부분 한 회사에서 나온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맛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뭘까. 중국 음식 고수들을 만나 짜장면의 역사와 맛의 비밀을 알아보았다.
사자표 춘장으로 유명한 영화식품의 김포 공장(왼쪽)과 이 회사가 창업 초기에 출시했던 춘장(오른쪽).
중국 된장 춰옹장이 춘장으로
손문한 영화식품(주) 영업본부장.
짜장면은 중국 산둥(山東)지방의 자장몐(炸醬麵)에서 유래한다. 자장(炸醬)은 ‘기름에 튀긴 된장’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된장은 춘장을 말하는데, 산둥 지방에서는 봄에 많이 나는 파를 찍어 먹는 장이라 해서 춰옹장이라 불렀다 한다.
사자표 춘장을 제조하는 영화식품의 손문한(孫文漢) 영업본부장은 2001년 중앙대에서 <춘장 유통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 논문에서 춘장의 유래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중국에는 양파, 대파 등의 파 종류를 장에 찍어 먹는 식습관이 발달해 있다. 파를 찍어 먹는 이 장이 한글로 총장이며, 중국말로는 층과 총의 중간 발음인 춰옹장이라 한다. 이 춰옹장이 한국 사람들의 의사소통 과정서 현재의 춘장으로 발음되기 시작한 것이 춘장의 어원(語源)으로 볼 수 있다.>
춰옹장은 콩과 밀가루를 주원료로 만드는 된장이며, 기름에 튀겨 국수에 얹어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몐장(麵醬)으로 불렸다. 몐장은 제조 공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