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와 둘이 살게 되었는데 아이가 자꾸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조금만 실수해도 자기가 잘못했다면서 싹싹 빌어요. 괜찮다고 말해도 제가 떠날까봐
불안해하네요.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준 건 아닌지 너무 미안해 죽겠어요.”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 대다수의 이혼가정 자녀는 자기 탓인 것만 같아 자존감이 낮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부모도 배우자와 헤어져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아이 또한 큰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혼가정에 대한 실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이혼은 2019년에 11만800건으로 전년보다 2% 증가하며 2년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인 조이혼율은 2.2건으로 전년보다 0.1건 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혼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의 이혼율은 OECD 국가 중 9위로 상위권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혼율이 높다는 말인 즉슨 이혼가정 또한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부모 모두와 살지 못하는 자녀들의 수도 적지 않습니다.
이혼가정의 자녀는 이혼으로 인해 초래되는 가족 구조의 변화, 가정의 경제적 스트레스, 양육부모의 부적응, 부모와 자녀와의 갈등, 또는 관계의 악화, 부적절한 양육방법 등을 겪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이혼은 부모의 죽음 다음으로 큰 충격이자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자신이 부모가 되고 나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이혼으로 인해 자녀는 어떻게 나타날까?
1.자아존중감
부모의 이혼으로 자녀의 자아존중감이 낮아짐에 따라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기도 합니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아동 일수록 학업성적 또한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 우울 및 불안
편부가정의 자녀가 편모, 계부 및 계모가정보다 유기공포 및 불안과 우울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또한, 이혼가족의 자녀들은 정서적 분출과 침울한 경향이 있고 분노와 절망감을 주위에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런 정서적 반응은 대인관계에서도 영향을 주어 또래 사이에서 고립 되어지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별히 타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이혼가정의 자녀들의 마음에 깊이 패어진 상처입니다.
대인관계의 친밀함을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이러한 아픔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옵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부모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성취하려는 시기이지만 이혼가정의 청소년 자녀일 경우에는 자발적이고 충분한 신뢰관계로부터의 독립이 아닌 물리적인 강압적 독립을 경험하기 때문에 의존과 독립을 분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3. 분노 및 공격
부모가 이혼으로 인한 법적 소송 상황은 자녀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전념하지 못하도록 야기합니다. 그리고 자녀는 불안한 감정과 분노를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출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모의 이혼 후 달라진 생활 변화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할 경우 청소년들이 비행을 저지를 확률이 높습니다.
4. 죄책감 대 원망
이혼가정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 상황에 대해서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자기 자신을 낮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로 인해 부모님이 이혼을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지나치게 비하하게 됩니다. 또한 부모가 어느 한쪽을 비난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이면 심한 심리적 충격과 갈등을 야기시킬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은 자녀가 다른 한쪽 부모에게 죄책감 또는 원망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혼의 정확한 원인을 아이들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5. 재결합에 대한 환상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자녀는 한쪽 부모가 집을 떠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함께 살 것이라고 희망을 품기도 합니다. 특히 유아기나 학령전기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아동들은 부모의 재결합에 대한 환상을 지속적으로 가집니다. 이런 경우 성장을 위한 필요한 발달과제에 직면하는 대신 고착하여 성장에 방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들에게 언제 별거를 할 것이며, 왜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 그리고 떨어져 사는 부모를 어떻게 방문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하여 자녀들이 비양육부모를 부모를 계속 볼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6. 학업과 행동에서의 문제
자녀는 부모의 이혼으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학업을 수행하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멍하니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생애를 발달 과업의 성취와 위기로 정리한 Erikson은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데에서 오는 주변의 긍정적 반응과 칭찬은 성실과 충성심을 기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열등감과 무력감을 경험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자녀들에게서 집중력 저하 또는 우울이 보일 때 부모는 정확하게 대응해야 하며 그들의 정서를 공감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7. 충성심 갈등
이혼 후에 부모 각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태도는 이전 가족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비 양육 부모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재정의와 효과적 의사소통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부모는 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관된 태도로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의 죄책감으로 인해 과잉보상을 피하고, 비현실적 기대를 심어주지 않는 등 지침을 세워 실천해야 합니다.
# 발달 단계별 이혼에 대한 반응
- 학령전기(3~6세): 부모의 이혼에 매우 놀라고, 혼란스러워 하며,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합니다.
- 전 잠복기(7~8세): 매우 슬퍼하고 재결합의 환상을 가집니다.
- 후 잠복기(9~10세): 이혼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당혹해합니다.
- 청소년기(15~18세): 이혼의 의미를 파악하고 고통스런 가족붕괴와 자신의 자아상을 통합하려 투쟁합니다.
≫ 이혼으로 인해 상처받은 자녀의 심리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첫째, 자녀와 갈등 이해하기
자녀들은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 이상으로 상처받고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느낄 때, 자신의 자녀가 문제라느니, 자신이 문제라느니, 아빠가 없어서 라느니 등 같은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녀와의 갈등원인은 단순히 부모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 부모의 이혼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로부터 올 수 없는, 그래서 갈등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떻게 갈등을 줄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자녀가 문제아가 아닌 정상적인 아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둘째, 자녀와의 눈높이 맞추기
자녀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무조건 행동부터 교정하려고 하는 것은 자녀에게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자녀는 자신이 좋은 방법으로 인정받거나 소속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될 때 오히려 잘못된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행동통제보다는 잘못된 행동의 결과를 관찰하는 훈련을 함으로써 자녀를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자녀의 눈높이에 맞추어 잘못된 행동은 과감히 무시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보여야 합니다. 또한, 자녀를 억누르고자 힘을 사용하지 말며, 무작정 비난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자신감 길러주기(격려하기)
격려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격려함으로써 자녀는 자신감과 존중감을 갖게 되고 자기 능력을 신뢰하게 됩니다. 자녀를 격려하는 부모는 자녀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배우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넷째, 자녀와 대화하기 - 효과적인 의사소통
부모-자녀 관계를 만족스럽게 유지하려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대화할 때는 자녀의 마음을 읽어 주어야 하고 자녀 탓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여 자녀에게 부모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다섯째, 자녀와 좋은 관계 계획하기
자녀와 좋은 관계를 가지려면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혼가정일수록 더더욱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매어 자녀가 경험을 통해 배우도록 자녀를 존중하는 대신 자녀를 연약하게 생각하여 자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막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비합리적인 높은 기준과 과욕을 버려야 하고 이중기준으로 일관성없이 자녀를 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서로 존중해야 하며 ‘양’이 아닌 ‘질’적인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자녀의 책임감 길러주기
자녀가 스스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자녀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도록 해야 합니다. 결정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자기의 결정에 책임질 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결정이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한 번쯤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곱째, 부모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부모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자녀의 행동을 변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변화된 행동만이 관계개선을 할 수 있으며, 부모-자녀 간의 문제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때 부모-자녀의 관계는 친구 관계처럼 편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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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및 참조)
1) 김인순. "한부모(편부모)가족의 자녀양육에 대한 부모역할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 2003. 서울
2) 윤희라. "이혼가정 청소년이 지각한 가족기능이 자아정체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2010. 서울
3)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처해진 자녀들의 감정과 혼란”, 매일경제, 2017.07.18.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7/07/482973/
4) ‘2019년 혼인·이혼 통계’, 통계청, 2020.03.19. https://kostat.go.kr/portal/korea/kor_nw/1/2/3/index.board?bmode=read&aSeq=381203&pageNo=&rowNum=10&amSeq=&sTarget=&sTxt
사진출처) Pixapay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한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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