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이제는 부모자식 사이의 관계를 상하관계로만 보기는 어렵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인자한 어머니로 대표 되는 그런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적정한 선을 지킨다면 친구 같은 아빠와 편안한 엄마의 모습도 괜찮은 관계일 수도 있다. 나도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직은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성격이 은연중에 나타나고 일상생활 속에도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나름 노력하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려 하고 있다. 우리 부부도 늘 애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방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애들과 언제든지 편하게 대화하고, 애들이 힘들 때는 말없이 편하게 안아줄 수 있는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나만의 욕심도 있다. 아직까지는 나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민경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사소한 마찰이 가끔 일어나곤 한다. 또래에 비해 성장이 빠른 민채와도 이런 조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내 노력이 더 필요함을 느끼고 있고, 애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나도 같이 관심을 가지려 하고 있다. 그 분야는 바로 BTS의 노래다.
요즘 출퇴근 하며 내가 듣는 노래가 바로 BTS의 노래다. “Love myself”의 랩을 어설프지만 따라 부르고, 랩과 발라드 부분의 음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같은 곡을 계속 반복해서 들으며 따라 부르니 외국어 같이 들리던 랩의 가사가 귀에 들어오고 노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부른 랩을 스마트폰에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하고, 혼자 어깨춤도 춰 본다. 아직은 랩을 노래하는 것이 많이 부끄럽지만 계속 노력중이다. “상남자”,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도 들으며 노래를 즐기려 하고 있다. 평소 애들과 차를 타고 다니며 BTS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사실 당시에는 그 노래가 BTS의 노래라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몰랐지만 워낙 많이 들어서 그런지 제목을 알고 관심 있게 들으니 노래가 반갑고 익숙해서 귀에 잘 들어오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들으며 연습하기 시작한 첫 날 가사를 보며 읽는 랩(부르는 랩의 수준이 안 됨)을 애들에게 불러 주었다. 애들은 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동시에 웃으며 말했다. “아빠~ 노래 하지마~” “아미(BTS 팬클럽)들이 들으면 싫어하거나 욕을 할 수도 있겠는데~” 난 애들에게 말했다. “아빠도 연습을 더해서 BTS에 ”입덕“을 하고 ”아미“에 가입할 거야~” 그렇게 말하며 또 혼자 “Love myself” 들으며 랩을 연습했다. 20년간 하지 않던 랩을 40이 넘어서 하려니 만만찮았다. 그래도 계속 듣고 반복하니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다. 가사를 조금씩 더 외우니 그 만큼 더 편해지기도 했다. 애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아빠가 랩을 잘 부를 때까지 연습을 계속 할 예정인데 듣기에 거북해도 그르려니 하고 지나쳐~”
내가 며칠 동안 계속 연습을 하니 랩 실력이 조금씩 나아진 것도 있지만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거실에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으면 민경, 민채가 와서 BTS의 신변잡기를 이야기 하며 내게 먼저 말을 걸어 오는 것이다. “멤버 RM은 리더고 영어를 아주 잘한다. ”V“는 대구 출신이고, 누구는 어디 출신이고, RM은 아이큐가 아주 높다., 멤버들의 본명은 이렇고~” 등등 시키지도 않은 이야기를 먼저 주저리주저리 내게 이야기 했다. 난 사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열심히 들어주려는 노력은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핸드폰에 있는 다른 노래들도 내 핸드폰에 보내줬다. 그리고 보내고 나서 조금 후에 들어봤는지 바로 물어왔다. 솔직히 한곡을 제대로 따라 하기도 어려운데 새로 받은 그 곡을 여러 번 듣고 바로 소감을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솔직히 말했다. “내일 회사에 가면서 차에서 들어 볼게~”
요즘도 출퇴근을 하며 계속 BTS의 노래를 듣고 있다. 노래가사도 의미가 있고 노래도 좋다. 랩을 어설프게 따라 부르는 것도 재미있다. 그 만큼 더 애들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솔직히 난 BTS의 신변잡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단지 그들의 노래가 좋아지고 있을 뿐이지만, 내가 집에서 연습하는 동안 애들의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새들의 노래를 듣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하다. 가족이란 이렇게 뭔가에 대해 공통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을 하나쯤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저녁을 같이 먹으며 또는 집에서 왔다 갔다 하며 할 이야기가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우리 집은 평소에도 이야기를 잘 하지만, 내가 노력하는 만큼 이야기는 더 많아지고, 우리 가족의 유대감은 더 커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실 1달 전쯤 애들이 “Love myself”를 차에서 계속 들을 때 노래가 괜찮았다.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 같이 연습을 해서 코인노래방에 가서 같이 불러보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가사를 보고 랩을 듣고 잠시 따라해 보니 내가 할 수 없는 노래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한 동안 그 이야기를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최근에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어색하고 서툴고 못하지만 계속 연습하고 있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연습한 것을 들려주면 동료들은 그냥 웃는다. 힘든 회사 일에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이렇게 웃으며 노래로 풀어 본다. 힘든 하루하루를 재미나게 보내려 나름의 노력도 하고 있다. BTS는 나에게도 이런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정말 월드스타가 맞기는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