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을 걸으며..
그리고 대간을 끝내며..
지금.. 다시 그때를 돌이켜보면..
한발한발 내딛는 걸음이 힘들었다기 보단..
혹여나 내 그릇이 너무나 종지같아..
다 담아내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걱정과 부담..
너무 큰 이를 만나..
참으로 많은 걸 주시고자 하는데..
받아야 할 내가..
아직은 종지 같으니..
그저 내가 답답하기만 하다..
한 줌 흙덩이와 같은..
활활 타오르는 불을 만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자기같은 산꾼이 되라 하셨는데..
종지같은 작은 그릇.. 언제서야 빛을 뿜어내는 자기가 될지..
시간이 가고..
계절이 변해..
낙엽이 뿌리에 떨어져 거름이 되듯..
시간이 지나..
방장님.. 읊조리듯 전해주신 산줄기 물줄기 이야기가..
내 작은 종지에 담겨 차고 넘치면..
언젠가는 좀 더 큰 그릇을 가슴에 품은 산꾼이 되지 않을까..??
백두대간..
백두에서 지리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
백두에서 시작하여 동쪽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
태백을 즈음해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남쪽의 내륙 지리에 이른다..
그리고 이제..
대간에서 가지를 뻗은 9개의 정맥..
그 새로운 길 위에..
두 발을 올려놓아본다..
직소퍼즐..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천조각의 작은 조각들을 상자에서 꺼내어 바닥에 엎었을때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어떤건 뒤집어져 있어 색조차 가늠하기 힘든것도 있을것이고..
앞면이 보인다 한들..
색도 형태도 다른 것들이 천여개가 뒤섞여있다..
다르다고는 하나..
쉽게 구분하기는 너무나 어렵고..
그나마..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구분이 가능한것들이다..
대충해서 본다면 모두가 비슷한 색에 비슷한 모양이다..
내게 있어 산은..
수천 조각의 직소퍼즐이었다..
모두가 비슷해 보이고..
구분해내기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대간을 하겠노라.. 정맥을 하겠노라..
마음을 먹고도..
너무 많은 조각 때문에..
대뜸.. 상자를 엎어 놓고도..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대체.. 넌 어디서 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거니??
아주.. 어렵고 복잡한 숙제..
ㅋ
지금 돌이켜보면..
어쨌든 방장님 덕분에 대간이라는 큰 틀 하나는 완성한듯하다..
그냥.. 그 산이 그 산 같았던..
그 길이 그 길 같았던..
어지간히 어렵던 산줄기가..
별것 아닌것 같았던 한걸음 한걸음 밞아 나갈때마다.. 걸어나갈때마다..
수천 조각중 하나, 그리고 또 하나가 맞아 들어가는 듯하다..
사실 그저 단순히 걷는다고 맞춰지는 퍼즐이 아니다..
형태가.. 그리고 색이 비슷하다고..
억지로 끼워 맞춰버리면 안되는 것 처럼..
그러면 그림이 완성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첫 조각을 올려놓는 그 순간부터..
방장님께 배워나간다..
그저 산 하나만 보는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먼저 바라보게 해주신다..
퍼즐을 시작하기 전에..
완성된 전체의 그림을 한번 보고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산줄기와 강줄기와 해안까지..
두루 볼수 있도록 눈을 열어주신다..
대간으로부터 시작된 정맥길의 분기점..
강줄기를 따라 이름 지어진 정맥길 하나하나의 위치와 의미..
산줄기를 따라 구분되어지는 유역권과 생활권..
그리고 산자분수령에 의거..
마루금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물줄기와 발원지..
어지럽게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씩 이어지고..
부분적이나마..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번 걸음한 금남호남정맥과 금남정맥..
겹침 산줄기..
천리금강..의 이름을 따 금강정맥이 되기도 한다..
어치럽게 널려있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질때마다..
이런 모든것들이 신기하기만 하고..
이제껏 걸어온 길..
지금 내가 걷는 이 길..
이 길은.. 지금 나의 성장기(記)가 되고 있다..ㅋ
23년 11월 18일
존재만으로 든든한 배방장님
그리고.. 9정맥 2300키로를 동행하게 될 나의 산우 은경언니!!
이 두분과 함께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새로운 시작을 고한다..
전날 내린 눈으로.. 도로가 빙판길이다..
택시로 들머리로 이동하려 했으나.. 도로사정 때문에 중간에 내려 걷기 시작한다..
다행인지.. 제설차가 다니고 있었고..
도로따라 오르는 중..
우리처럼 걸어 오르시는 분을 제법 만난다..
대구에선.. 참 보기 어려운 눈인데..
예상치 못한 눈 구경에 걱정반 설렘반..
무룡고개 도착해 영취산 오름길을 쳐다보니..
이거이거.. 완전 제대로 눈구경을 할 것 같다..ㅋ
영취산 정상에 올라..
금강 낙동강 섬진강의 분수령이 되는 영취산..
이 자리에 다시 서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 대간 걸음때 땀 흠뻑 흘리며 올라왔던 길..
가까워진 날머리에.. 기뻤고..
여러분들의 응원받으며..
여기까지 무사히 잘 걸음했다는 기쁨에 즐거웠던 곳..
오랜만에 다시 선 이 곳에..
뽀얀 눈이 수북하게 쌓였군..
그리고.. 다시 올까 싶었던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뭔가 의미심장한 각오를 다져본다..
영취산에서 내려와 장안산으로..
장안산 가는 길..
그야말로 설국이다..
일년만에 보는 새하얀 나라..
기쁨과 즐거움과 설레임으로 가득찬 이 길이 너무 멋져서..
그리고 오늘 걷는 이 길에 함께 한 두 사람이 너무 멋져서..
가슴속에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렛잇고~ 렛잇고~~ㅋㅋㅋ
목소리는 높아져 가고..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발걸음은 경쾌하고.. 주변을 감싸고 도는 모든 공기가 너무나 상쾌하다..
눈 부시게 빛나는 온통 새하얀 이 길과.. 그 보다 더 빛이 나는 두 사람..
방장님.. 늘 감사하구요..
은경언니.. 앞으로 함께 할 시간..
앞으로 함께 할 걸음.. 잘 부탁드립니다!!
영취산으로부터 시작된 약 60키로의 걸음!!
정말 즐거웠고 유익한 걸음이었습니다!!
넘어지고 구르며 목청껏 깔깔 크게 웃었던 산행!!
저기 멀리까지.. 보이는 모든게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세상..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가슴속
까지 힐링되었던 산행..
수북하게 쌓여버린 눈 덕분에..
진행이 쉽진 않았지만..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눈 산행..
오히려 축복으로 여기시는 두 분..
이런 산행.. 이런 동료..
J3라 가능한..ㅋㅋㅋ
장안산 정상에서.. 찰칵!!
그리고 어미새가 새끼 먹이듯..
이 길 걷는 내내 산줄기 강줄기 역사이야기..
콩나물에 물주듯..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려오는 방장님 목소리..
잘 받아먹는 은경언니랑..
아직은.. 소화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꼭꼭 씹어보는 나..
그렇게 엎어지고 굴러가며..
한 조각을 집어 들고.. 또 맞춰보려 애쓴다..ㅋ
그렇게.. 새하얀 눈밭..
이렇게 셋이서 오손도손!!
참말로 즐겁게!!
범골봉 백운산거쳐 밀목재로 내려온다..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은경언니 해안길 후기 읽으며 늘 궁금했던.. 노숙..
이 정도면 5성급 호텔이라는데..
오호!! 생각보다 아주~ 멋지다!!
요고요고 잼있네..ㅋㅋㅋ
덕분에 큰 불편없이 따뜻하게 잘 자고.. 또 따뜻하게 배부르게 잘 먹고..
다음날 이른 새벽, 다시 시작된 정맥길..
사두봉 오름길 역시..
앞서 간 이의 흔적은 없다..
아직도 기억나는 싸~ 한 새벽 공기..
코 끝 찡~ 하게 전해오는 한기..
패딩으로 온 몸을 싸매고..
걸음을 뗀다..
사두봉 활공장 오름길..
새까만 밤하늘에 별이 총총!!
오늘.. 이 시간 걷고있는 이에게 내려진 축복이다..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임에도 이토록 선명하게 보이는 오리온..
은경언니 머리위로..
쏟아질듯한 별무리..
넋을 잃고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재촉해본다..
사두봉..
당재가는 길..
나무사이로 따뜻한 기운이 올라온다..
당재에서 수분재로 향하는 길..
멀리 구름 모자 쓴 장수의 진산 팔공산과 천상데미가 보이고..
장수는 논개의 고장!!
이 길을 걷는 동안 방장님께 논개에 대한 아주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논개의 일생.. 그리고 논개의 의로운 죽음..
장수일대 논개와 관련된 이야기들.. ㅋㅋㅋ
걸으며 듣는 재미난 이야기들..
수분재..
말로만 듣던..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
조형물 하나도 나만 신기함..ㅋ
오늘 걷게 되는 금호남 정맥길..
이 눈이 녹아 오른쪽으로 흐르면 금강의 일부가 되고..
이 눈이 녹아 왼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의 일부가 됩니다..
방장님, 은경언니는 척척!!
저는.. 그저 열심히 주워 담습니다!!
할 수 있는게 그 뿐이라..ㅋㅋ
신무산(8부 능선에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이 있다)을 지나..
자고개.. 자고개에서 합미산성..
장수 팔공산..
서구이재.. 그리고 천상데미를 지나..
삿갓봉..
시루봉에서 신광재 내려가는 길..
시루봉에서 신광재로 내려가는 눈길은..ㅋㅋㅋ
엎어지고 구르고 미끄러짐의 연속!!
이 날 산행, 최고의 익스트림 구간이었다!!ㅋㅋㅋ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안개는 자욱하고..
눈으로 덮힌 산에 등로는 사라지고..
경사는 어찌나 심한지..
그렇게 너덜너덜하게 내려와..
저녁먹을 기운도 없어.. 젖은 옷만 대충 갈아입고 넋놓고 앉았는데..
뭐가 그리 우습고 재밌는지..
속으로 한참을 키득키득!!
그래도 좋다며.. 은경언니랑 귤 몇개 까먹고
누웠는데..
밤새 바람은 어찌나 부는지..
펄럭거리는 소리 자장가 삼아..
잠시 눈 감았다 일어나..
새벽별 바라보며.. 성수산으로 올라간다..
신광재에서 다시 출발선에 서고..
성수산..
복지봉..
여전히 씩씩하고 함박웃음 가득한 은경언니!!
성수산까지 눈이 제법 있었는데..
복지봉 즈음.. 거짓말처럼 눈이 사라지고..
그래도 떨어진 기온탓에.. 쌓인 낙엽위로 서리가 앉았다..
제법 미끄러우니.. 조심조심..
멀리 오늘의 날머리..
마이산이 보이기 시작해 힘을 내 본다..
옥산봉
옥녀봉
존재감 뿜뿜!!
숫마이봉 ㅋ
탑사로 내려와..
자료로 남길 후기.. 사진찍는 은경언니..ㅋ
9정맥의 첫걸음..
눈 때문에 날씨 때문에 걱정했는데..
눈 덕분에 날씨 덕분에 더 즐거웠고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걸음이 되었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9정맥..
함께 걸어주실 은경언니 잘 부탁드려요^^
갈라져있던 물줄기가 아래로 아래로 흐르며..
나를 주장하지 않고..
순리에 몸을 맡겨 흐르며, 자연스레 다른 물줄기와 합해져 더 굵어지고 강해지듯..
그렇게 화합하고 합심하여 걸으라 일러주신 방장님..
산길을 걸으며 배울 수 있는 게..
이게 다가 아니란 걸.. 거듭해서 깨닫습니다..
좋은 말씀.. 늘 감사드려요^^
첫댓글 산 중에 펼쳐지는 또 하나의 바다, 첩첩산중이라고 하죠
대간 길을 벗어난 작은 산들이지만 언제나 큰 산 곁에 자리를 잡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줍니다.
기나긴 정맥 길 시작을 하셨으니 두 분의 아름다운 동행 잘 이어 가시도록 하구요
덕분에 눈 산행 아주 재미나게 했더니 내년 춘 삼월이 오기까지 더 이상의 눈 산행은 기대 안해도될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글 잘 읽었구요 금남 정맥 길도 무탈한 걸음 기원 드리겠습니다.
백두대간 마치고
금남호남정맥 시작하는 눈 많이 온 날 눈덮인 정맥길 산행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무탈한 발걸음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勇將밑에 弱卒없다...ㅎㅎ
방장님이라는 어마무시한 분을 스승으로 모셨으니 참으로 행운녀 인 것 같네요^^
타키님의 무한지식이 정맥길에 고스라이 담겨 지길 기원합니다.
깽이님과 오손도손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 안산즐산하세요.
정맥 첫 발에 무한 힘과 응원을 보냅니다.
힘내라 힘! 힘내라 힘!! 힘 내라 힘!!!
아주 늦은 정맥 산행기네요.
요런건 식기 전에 퍼떡 올려야 되는데....
정맥 산행을 축하해주는 함박눈까지
경험하셨으니 앞으로의 길은
탄탄대로 같습니다.
힘든길 산행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제 그제 같은 길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 왔네요.
우린 봄날 같이 포근해 티하나 입고 걸었지요..
새하얀 설국이라 전혀 다른 느낌의 길이네요.
그래도 방금 걷고온 길이라 그 느낌이 생생합니다.
저는 이제 어제 사진들보며 시간 날때 마다 조금씩
후기를 쓰내려 가고 있는데..
잠시 들러 타키님 글이 있어서 반갑게 보왔네요
앞으로의 9정맥길 응원드려요.
논개 활공장의 별빛이 아름다웠었네요.
어제 활공장에서의 풍경 하나 흘리고 갑니다.
순리대로 잘 진행하시는군요...
대간 다음 정맥 그 다음은.....
눈길에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어젠 지원도 고맙구요
말을 안해도 알죠???
고맙다는것
정맥출발을 새하얀눈이
축복해주는듯하네요
두분 무탈한 정맥길되시길
응원합니다
그리고 우두령 지원에 힘입어 부항령까지 잘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두분의 웃음소리가 제 귓가에
들리는 듯 하네요.
9정맥 완주하시는 그날까지
무탈한 걸음되시고
늘 즐거운 산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커피와 함께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정맥 첫 걸음 축하드립니다. 🙆♂️ 우두령도 감사했구요 👍
지나간길에 홀로 걸었던 저길이 스멀스멀 기억으로 떠오르네요 이제 출발이니 앞으로도 많은 추억과 웃음으로 무탈한 걸음이 되시길 바랍니다
정맥 첫걸음에 귀한눈선물 받았네요
몇번씩 지나온길 다시보니 새롭구요
시작이 반이라구 앞길에 무탈한걸음 응원합니다
걸음걸음이 직소퍼즐 같다며 이야기 하던게 또다시 그려지는 상기된 타키님 얼굴^^
대한민국이라는 그 거대한 퍼즐이
어떤 모습으로 맞춰가질지...
본인만의 색깔로 차분히 써내려간 후기
잘 봅니다. 잘썼어요 글도 이쁩니다 타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