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육백여든아홉 번째 누워있는 선돌
有朋而自遠方來不亦樂乎 친구가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너무도 유명한 이 말처럼 사람은 뜻을 함께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벗이 많아야 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 사는 집에는 사람 발길이 끊겨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집주인의 인격과 인심이 드러나는 광경이지요. 마음의 광과 물질의 광이 넉넉해야 사람들이 드나드는 법입니다. 중앙대 민속학과 김종대 교수의 글에 의하면 태안반도의 신송리 선돌이 그런 우리네 정서를 담고 있는 돌입니다. 선돌은 입석立石이니 세워져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곳 선돌은 누워 있답니다. 그 사연이 이렇습니다. 옛날 이 마을에 손님대접을 좋아했던 큰 부자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드나들었답니다. 마음도 물질도 넉넉했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그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허리 한 번 펼 수 없었던 며느리는 죽을 맛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탁발승이 찾아와 시주를 빌었습니다. 며느리는 탁발승에게 시주를 하고는 손님 많은 것을 불평하며 손님이 줄어드는 방법을 일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탁발승은 마을에 선돌 2개를 세워보라고 일러주었답니다. 그래서 마을 동쪽과 서쪽에 선돌을 세웠더니 정말로 손님이 점점 줄어들더랍니다. 그런데 손님이 줄어드는 것처럼 집안까지도 서서히 망했답니다. 그러자 영험한 돌을 함부로 치울 수는 없어 누군가가 이 선돌을 뉘어놓았고 지금도 여전히 누워있답니다. 세월이 흘러 땅 주인이 이 돌을 세우려고 하자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는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주민들 손을 들어주었답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마을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던가 봅니다. 전설이 살아있는 마을, 벗이 끊이지 않고 찾아주는 마을이 사람 사는 곳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