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논리에 따르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이길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호남표를 잠식하는 상황, 개혁세력들이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으로 분열돼 있는 상황, 온건한 보수세력들의 관심이 이명박이나 고건에게도 쏠려 있는 이런 상황에서 선거는 치러보나마나 한나라당의 싹쓸이가 예상된다….뭐 여기까지는 거의 이론의 여지가 없는 예측일 겁니다.
이 예측은 어느 정도 온당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엉터리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현단계에서 예측할 때 그렇다는 것이지 내년 5월까지 어떤 식으로 정국이 흐를지 아직 윤곽이 드러나 있지 않은 상황에서 꼭 그렇게 된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단계에서만 얘기한다 해도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희망이 있는 곳이 딱 한군데 있습니다. 그곳은 서울시입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이렇게 반응하실 분들 계시겠지만…제가 아무 근거 없이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은 아니니 참고 조금만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판도는 대략 이렇게 날 공산이 높습니다.
열린우리당 - 서울시장 전북지사(2)
민주당 - 광주시장 전남지사(2)
한나라당 - 부산시장 대구시장 인천시장 울산시장 경기지사 경남지사 경북지사 강원지사 제주지사(9)
미지수 - 대전시장 충남지사 충북지사(3)
자, 이건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건대 이렇게 유추될 수 있다…이런 정도의 예측이니 무게를 너무 두지 말고 참고사항 정도로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자, 대략 뭐 이 정도라면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것인데, 왜 하필이면 서울시장에 열린우리당이 희망이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분들 많이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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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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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데일리서프라이즈를 보니까 “차기 서울시장감 강금실 1위…이해찬, 맹형규 순”이란 기사가 있더군요.
사실 이러한 여론조사야말로 저의 분석을 정당하게 하는 실증적 근거라고 할 수 있는데, 수도권의 여론이 전반적으로 집권당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선거는 상대적이며, 당에 대한 선호도 중요하지만 인물에 대한 선호도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의 대상이 된 인물들만 봐도 이건 매우 분명해집니다.
여권 성향의 인물은 강금실 이해찬 진대제 등 이른바 ‘전국구적’ 인물들입니다. 반면 야당 성향의 인물은 맹형규 박진 홍준표 박계동 이재오 등 전국구로 보기에는 다소 미흡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대결 구도는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와 유사합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홍사덕 구도였고, 당시 민주당에서는 이상수-김민석 구도였습니다. 객관적으로 이상수-김민석 구도는 이명박-홍사덕 구도에 밀렸습니다. 선거는 이명박-김민석 대결로 치러졌고, 이명박의 승리로 끝났죠.
지금의 구도는 그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바꾼 구도와 유사합니다. 열린우리당의 면면을 보면 누굴 내세워도 한나라당에서 거론되는 면면보다는 인지도 등의 면에서 우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의 인기와 관계없이 여론조사에서 잘 나왔다고 결론내릴 수 있겠죠.
또한 여론조사는 해당 인물에 대한 호불호만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인 역량의 추세를 반영하기도 하다는 얘기입니다. 각 당에서 거론되는 인물의 파워 면에서 객관적으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 밀리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 것이 논리정합성 있는 결론일 겁니다.
자, 미시적으로 봅시다. 강금실이나 이해찬이 왜 높게 나올까요. 그건 간단한 이유에서입니다. 강금실이나 이해찬은 차기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 사람을 서울시장에 대입해놓았으니 당근 다른 사람보다도 높게 나올 수밖에 없지요. 그들이 서울시장에 나올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 하는 가능성의 문제는 애초에 관심밖인 겁니다.
가령 거꾸로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서울시장 후보로 걸어놓았더라면 지금 맹형규나 홍준표 같은 사람보다는 훨씬 더 높은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이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사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것은 실제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만으로 압축했을 때일 것입니다. 즉 열린우리당에서는 진대제, 한나라당에서는 맹형규 홍준표 박진이죠. 진대제는 9.3% 나왔고, 맹형규는 9.7% 박진은 9.1% 홍준표는 8.7%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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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대제 정통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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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것만을 놓고 보면 역시 한나라당이 유리한 속에서 열린우리당에서는 진대제 카드를 내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 이렇게 결론내릴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해찬이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강금실의 경우 서울시장에 출마해서 당선된다면 차기 대선카드나 러닝메이트 카드로 여전히 유효할 수 있기 때문에 강금실의 출마는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즉 강금실 대 한나라당의 구도로 된다면 역시 열린우리당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 이렇게 결론내릴 수 있겠습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했습니다. 반드시 돼야 할 것도 없고,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는 것도 없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즉 이인제로는 안되면 노 대통령이라면 이회창과 붙어 혹시라도 이길 수 있을 것이란 확신과도 마찬가지로, 서울시장에 관한 한 나쁜 민심에도 불구하고 좋은 후보를 낸다면 한나라당을 누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결론내릴 수가 있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낸다면, 저는 단언하건대(물론 현 단계에서이지만), 강금실이나 진대제 외에 다른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영석